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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재키 벨라스퀘즈 Jaci Velasquez [Beauty Has Grace]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rtin Terefe, Dion Lopez & Jaci Velasquez

(2005/Word)





제 기억속에 있는 재키 벨라스퀘즈는 디스코그래피의 흐름에서 일관성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아니였습니다. 늘 소소한 변화를 시도해왔죠. 거의 교차로 발표하고 있는 라틴 앨범들 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 배가되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긴 라틴 앨범들을 제외하면 영어로 불려진 앨범들의 출반텀이 무려 2년 내지는 3년이 걸리니 그 변화가 아주 무모한 것도 아니죠. 게다가 그 시기는 벨라스퀘즈의 나이가 10대에서 20대를 지나는 시기이기도 했으니까요. 벨라스퀘즈에게 변화라는 명제는 어느정도 필수 불가결이었습니다.



인스퍼레이셔널의 느낌이 더 크게 닿았던 전작들이 비해, 2003년의 [Unspoken]은 아주 모범적인 팝 스타일의 앨범이었습니다. 레이첼 람파나 스테이시 오리코같은 후배들의 영향도 어느정도 있었겠죠.


2년뒤 발표된 이 앨범 [Beauty Has Grace]는 여기서 더 나아갔습니다. 바로 락 장르죠.


사실 락이라는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새로운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분명 차별화되는 요소는 있습니다. 이 앨범을 위해 벨라스퀘즈는 마크 하임머맨이나 브라운 배니스터같은 멀티 '장르' 프로듀서가 아닌 영국 출신의 언더 프로듀서 마틴 테레페를 데려왔습니다.


확실히 테레페의 프로듀싱은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세련된 장인들의 프로듀싱처럼 인스트루멘탈이 잘 융합되기 보다는, 뭔가 수분이 부족한 것처럼 말라붙은 소리들을 내고 이 소리들조차 단조로운 느낌의 리듬들로 묶여 있습니다. 듣기에 아주 편한 소리들은 아니죠. 특히나 벨라스퀘즈의 전작들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고요.



점입가경으로 벨라스퀘즈의 보컬은 여기에 한몫을 더합니다. 물론 음반의 대부분에서 들을 수 있는 보컬은 우리가 알고 있던 벨라스퀘즈의 목소리 그대로 입니다.


하지만 종종 그녀는 정말 놀랄만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일렉트로니카의 느낌이 짙은 "When You Hold Me" 같은 곡이 대표적 예죠. 이 곡의 후반부에서 벨라스퀘즈의 보컬은 한마디로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Crystal Clear'고 뭐고 없습니다. 이 노래에서 벨라스퀘즈의 보컬은 막 클럽의 무대위에 뛰어든 그런지 락커의 모사 그 자체입니다.


스물 다섯이 넘은 나이때문이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앨범 초반부에서 들려주는 벨라스퀘즈의 보컬은 전혀 낮설지 않습니다. 높은 고음에서도 고운 가성을 자연스레 전환시키는 테크닉도 여전히 살아 있고요. 그렇다면 "When You Hold Me"나 "Something Beautiful" 같은 노래에서 들려지는 과격함은 분명 보컬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입니다.


이런 선택이 옳았을까요? 락스타일로의 방향을 정했다면 벨라스퀘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하지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다시 테레페의 프로듀싱으로 돌아가보죠. 마일드하면서 뭔가 융화가 되지 않는 연주의 분위기는 의도한 프로듀싱의 결과입니다. 약간 고풍스러우면서도 웬지 생음악같은 느낌까지도 주고요, 그리고 그런 느낌이 마일드한 언더락의 코드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에서 보컬은 '또 하나의 인스트루멘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약간은 각개전투 분위기의 연주들을 아우르면서 곡을 리드해야죠. 하지만 벨라스퀘즈의 보컬은 이런 수완을 보이기에는 다소 함량 미달처럼 보입니다. 말그대로 힘겨워 보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벨라스퀘즈의 이전 앨범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편견인지, 아니면 요즘 빛을 발하고 있는 모던락 장르의 여성 싱어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하지만 이런 락스타일 특유의 매력이 아주 지워지지는 않았습니다. 듣다보면 나름대로의 그 매력이 느껴집니다. 듣는 쪽에서 다소의 노력을 해야되서 그렇지.


그외에 무난한 느낌의 트랙들은 좋습니다. "Prayer to Love"같은 곡은 치우치지 않는 보컬의 무게를 잘 실은 미드템포의 곡이었고 "Lay It Down"은 아름다운 발라드였고요. 마이클 클락과 부른 "Tonight"은 글래스버드의 원곡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나 나름대로 좋은 리메이크였습니다. "Supernatural"이나 "This Love" 같은 노래들은 앨범의 성격에 더 닿아있는 단조로운 곡들이지만 강한 사운드의 곡이 아닌이상 충분히 벨라스퀘즈의 보컬이 리드하는 반경 안에 잘 들어가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벨라스퀘즈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비중이 늘었지만 특히 가사에 더 많은 비중이 들어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인 느낌의 고백이 더 눈에 띄거든요. 더 예민해진 보컬이 그 호소력을 더해주고요. 활동 10주년과 자신만의 음반사 설립등의 개인사가 이런 가사들을 만들었겠죠.



[Beauty Has Grace]는 쉽지 않은 앨범입니다. 변화란것 자체가 낮선 것은 아니지만 이 앨범을 만들기 위해 벨라스퀘즈는 전작까지 보여왔던 분위기들을 상당히 많이 포맷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없는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극적인 분위기를 마련하는 강한 노래들과 빠른 템포의 모던락 넘버들 그리고 몇개의 발라드나 어쿠스틱까지 한데 어우러지면 앨범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큰 매력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무난한 팝넘버들이 많았던 [Unspoken] 보다는 더 재밌게 감상한 앨범이었어요. 앨범을 즐기는데 약간의 쉽잖은 적응이 필요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죠.


(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