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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애나 로라 Ana Laura [Ana Laura]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Rob Graves

(2006/Reunion)





에... 대충 제가 이 리뷰를 어떤 식으로 이끌지 상상이 가지 않으세요?


"인스피/팝 장르의 틴에이지 여성 싱어로 활동을 시작한 애나 로라를 보면, 재키 벨라스퀘즈나 레이첼 람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충 이런 루틴으로 흘러갈 리뷰 말이에요.


하지만 애나 로라의 음악 스타일을 설명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아주 전형성에 놓여있는 음악이니까요. 그리고 이 장르 안에서 보여질 수 있는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한 앨범도 아니고요.


오히려 더 무난해요. 레이첼 람파와 비교하자면.. 람파는 이미 첫 앨범에서 라틴 장르를 비롯한 이국적인 스타일로의 시도를 한 적이라도 있지만, 애나 로라의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그!!' 팝/인스퍼레이셔널 음악을 고수합니다. (중간에 "Water"같은 곡이 라틴 팝의 느낌을 좀 담고 있지만 그뿐이고요.)


그래서 음악의 완성도에 대한 상당한 관건이 송라이터들에게 지어져 있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결과는 상당히 좋아요. 이 앨범에는 그야말로 쟁쟁한 송라이터들이 가득합니다. 제이슨 잉그램, 벤 글로버, 신디 모건, 매튜 웨스트, 필립 라루, 댄 무캘러, 스티브 힌달롱... 그냥 이름만 쟁쟁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작곡 참가자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빛을 발해온 사람들이라는 배경까지 있죠.


사실 작곡가들의 스타일이 로라의 앨범에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필립 라루의 얼터너티브한 분위기, 스티브 힌달로의 모던 워십의 느낌, 댄 무캘러의 팝적인 느낌... 그 모두가 하나하나 생생히 살아난다기 보다는 그냥 애나 로라의 보컬 수위에 맞췄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량이 살지 못했다기 보다는 기복이 크지 않은 스타일 안으로 잘 수렴을 했다고 보는게 맞을듯 합니다. 음악들이 정말 좋거든요.


어떻게 보면 애나 로라의 음악이 모델로 삼은 것은 앨범 후반부에 있는 "Because You Loved Me"의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라의 보컬이 셀린 디옹의 스타일을 관습적으로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분위기'로는 앨범 전체적으로 지향한 목표점이 어딘지를 잘 보여주는 곡이죠.


특히 거의 절정을 마련한다 싶은 "Giver of Life"는 무척 훌륭합니다. 그외에 리드미컬한 "No More"나 "Water" 등 듣다보면 귀에 붙는 트랙을 적어도 너댓 트랙을 만날 수는 있는 음반이에요.



전체적으로 모양새도 잘 잡혀져있고 음악들도 좋은 편인데 차트에서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좀 아쉽네요. 애나 로라에게서 느껴지는 선배들의 기시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요? 그래도 재키 벨라스퀘즈나 레이첼 람파의 음반이 좀 뜸하게 된 상황에서는 적잖게 기대를 했는데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음반의 완성도나 아티스트의 역량보다는 전반적인 시기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 싱어에게도 락적인 필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졌으니까요. 비슷한 느낌으로 크리스티 스탈링이 첫 앨범 이후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이 장르에 대한 애착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할만한 앨범입니다. 그저 또 하나의 틴에이지 팝싱어라고만 말하기에는 장점이 많은 음반이거든요.


(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