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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Harry Gregson-Williams, Imogen Heap, Mike Elizondo, Alanis Morissette, Bobby Hufff, Tim Finn

(2005/WaltDisney)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만한 앨범은 아닙니다. 사실 CCM 카테고리에서 논하기에도 조금 애매한 앨범이죠. 일단 대부분의 OST가 그렇듯 스코어 파트의 사운드 트랙은 다분히 영화에 종속되어 있는 음반입니다.


그 중축을 맡은 사람은 젊은 영화 음악가인 해리 그렉슨-윌리암스입니다. 그렉슨-윌리암스는 스코어 전반을 통해 켈틱 분위기부터 전형적인 심포니 사운드까지 폭넓게 도입하면서 영화의 분위기에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극중 페번시가의 남매들이 런던을 떠나면서 나오는 타이틀 신에서 쓰인 "Evacuating London"은 이런 사운드트랙의 성격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고전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일렉 비트와 비욕을 연상케 하는 켈틱 보컬이 흘러나오면서, 이른바 스코어 음악 상에서도 두 개의 세상을 만들고 있죠.


스코어 파트는 섭섭치 않을 정도로 푸짐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다소 지리한 감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사실 이게 BGM으로서 스코어 음악이 안는 전형적인 구조기도 하죠. 준수한 범작이라는 느낌은 영화의 완성도에서 느껴진 그것과 다소 일맥상통합니다.



그 외에는 아티스트들에 의해 녹음된 네 곡이 있습니다. 이 중 리스베스 스콧이 부른 "Where"를 제외한 모든 곡들은 영화 중 엔드 크레딧을 통해 극중에서 나왔던 노래들이어서 그야말로 철저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서의 모범적인 틀을 이루고 있죠.



이모겐 힙의 "Can't Take It in"은 엔드 크레딧의 시작과 함께 흘러나온 곡으로 인상을 남겼죠. 아카데미 1차 후보 지명을 받기도 했던 곡으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사운드 트랙에서 보다 더 전면으로 드러나는 곡은 역시 앨라니스 모리셋의 "Wunderkind" 입니다. 사운드트랙 청탁을 받은지 하루만에 속성으로 만든 곡이라고 하죠. 이 곡에서 모리셋은 라커라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데 말그대로 모범적인 애니메이션 주제가 분위기의 팝 발라드입니다.


역시 여러 겹으로 울리는 일렉 연주가 모리셋의 보컬을 치장하고 있고 이러다보니 노래보다는 노래를 싸고 있는 분위기가 더 두드러지는 곡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분위기는 노래,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와 기가막히게 잘 맞습니다.


특히 가사와의 앙상블은 더욱 더 그래요. '나는 모든 종류의 깊은 놀라움을 끌어 당기는 자석이오... 이 모든 믿음을 갖기에 충분한 잔다르크요...' 지극히 운문적인 가사는 노래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정말 시처럼 들립니다.



분위기만으로 따지면 이 사운드 트랙에서 제일 이질적인 것은 팀 핀의 "Winter Light" 입니다. 오래된 중견 아티스트이니만큼 아주 오래된 분위기의 포크 스타일로 이 곡을 이끄는데 분명 영화나 사운드 트랙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전반적인 흐름의 변주 역할을 했다고는 할 만해요.



[나니아 연대기]의 OST는 그 자체로 명반이라고는 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그렉슨-윌리암스의 스코어는 대작 영화의 서포터 역할을 부족함 없이 했고, 그 결과로 영화를 보면서, 혹은 영화를 본 이후 다시금 상기할 만한 인상적인 운율을 관객들에게 남겼습니다. 앨라니스 모리셋과 이모겐 힙의 곡들은 여벌처럼 붙어 있지만, 각개적으로는 당당한 싱글들로도 역시 멋진 노래들이고요. 이 정도라면 영화의 팬들에게는 제 몫을 충분히 한 음반입니다.


(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