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ohn Fields & Switchfoot
스위치풋은 [The Beautiful Letdown]을 통해서 메인스트림에 오른 자신들의 기량이 결코 영화 사운드트랙 참가의 이벤트에 종속된 것이 아니었음을 잘 증명했습니다. 싱글 차트의 선방이라던지 고르게 받은 앨범의 호평으로도 이는 충분했죠.
그럼에도 저는 스위치풋의 다음 앨범을 기대했습니다. [The Beautiful Letdown]이라는 앨범의 역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스위치풋이라는 팀의 기량이 무언가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기대감이 음악적인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은 아니었어요. 그냥 그들 본연의 스타일에 기반한 또 다른 노래들을 듣고 싶다는 그런 바람 정도였죠. 그 기대감을 듣고 만난 [Nothing is Sound]는 무척 괜찮은 앨범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평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수 도 있습니다. '전작의 감상 없이 막연하게 한장의 앨범으로' 듣는다면 [Nothing is Sound]는 약간 지리한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전작에 비해 귀에 딱 들어오는 멜로딕한 느낌도 상대적으로 적고, 대신 세션의 연주들이 그 공간을 더 채우고 있거든요. 이것이 꼭 단점은 아니지만 어쨌든 첫 귀에 그 인상이 주루룩 들어오는 앨범은 아닙니다.
일단 앨범에 대한 인상은 파풀러한 분위기의 곡들에 의존을 하고 있습니다. 첫 싱글인 "Stars"를 비롯해 "The Setting Sun", "Golden", "We are One Tonight"처럼 빠른 느낌의 곡들이 여기에 일조하고 있죠. 주마간산으로 듣는다면 귀에 남을만한 그런 노래들 말이죠.
하지만 [Nothing is Sound]의 진가는 조금 더 시간을 들인 감상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Happy is a Yuppie Word"같은 곡에서 중량감 있는 베이스와 피아노, 그리고 존 포어맨의 후반부 샤우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공허한 느낌의 "The Shadow Proves the Sunshine", "The Blues"같은 발라드들은 유투의 음악과도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며 또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파이널 트랙인 "Daisy"는 전작의 "Twenty-Four"에 대입할 만한 어쿠스틱 발라드고요.
이러다보니 들을수록 개성이 들어오는 곡들과 첫 귀에 인상적인 싱글들의 결합은 좋은 믹싱을 이뤄냅니다. 앨범도 풍성하게 만들고요. 딱 잘라 말하긴 뭐하지만... 네, 저는 이 앨범을 [The Beautiful Letdown]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전작이 포어맨 형제가 열심으로 만들어낸 곡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Nothing is Sound]는 보다더 총체적입니다. 존 필즈와 그룹의 프로듀싱, 조금 더 전면으로 드러난 세션들의 연주, 그리고 (여전히) 포어맨 형제의 노래들이 좋은 앙상블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앨범이라는 뜻이죠.
사실 [Nothing is Sound]에 대한 평가는 가사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사에서 진일보한 부분들도 마치 음악에서 느껴진 부분과 비슷해요. 전작처럼 뭔가 뚜렷하게 이해가 되는 가사는 아니지만, 한꺼풀 뒤를 음미하다보면 그 테마가 구체적으로 들어오게 되거든요.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Nothing is Sound]의 심상은 허무함과 공허함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지요. 첫 트랙인 "Lonely Nation"부터 시작되는 이 공허한 심상은 역설적인 이미지를 대입 시키면서 사회안의 '주류'와 '당연시 여기는 것'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Easier Than Love", "Happy is a Yuppie Word", "The Blues", "Politicians".... 전작의 수록곡들인 "Meant to Live"나 "Ammunition"에서 꽤나 공격적인 사명의 의지를 발했다면, 이 앨범에선 그 사명이 꽂힐 표적을 찾은 듯한 느낌입니다.
"The Shadow Proves the Sunshine"같은 곡에서 여기에 대한 해결이 구원에 있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앨범 안에서 더 앞서는 것은 인간적인 가치의 허무함에 대한 토로입니다. "Happy is a Yuppie Word"같은 곡은 그 좋은 예죠. 단편적인 나열로 세상에 대한 가치에 대한 반발을 말하지만 그 한편으로 더 큰 가치가 있음을 말하는 이 곡은 한마디로 앨범의 느낌을 관통하는 곡입니다. ("Nothing is Sound"란 타이틀도 이 곡의 가사 중 일부죠.) 그외에도 [Nothing is Sound]의 많은 가사들은 충분히 음미하고 연구해 볼 가치들이 있습니다.
[Nothing is Sound]는 귀한 가치를 지닌 앨범입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힛트 앨범이 될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라도 힛트 앨범으로서의 성공보다는 앨범이 지닌 가치가 더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2005/10)
PS 1 : 국내에선 인피니스가 수입한 듀얼 디스크(한면은 CD, 한면은 DVD) 버젼이 있고, 소니에서 라이센스한 버젼이 있습니다. 듀얼 디스크의 제작과정 동영상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지만, 수록곡들의 5.1 버젼 수록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에요. 홈씨어터가 있다면 제몫을 톡톡히 할만합니다. 다만 부클릿에는 '전곡 수록'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DVD에는 6곡밖에 없네요.제작상의 실수인지? 아니면 제가 못찾는 건지?
PS 2 : 국내 라이센스의 홍보 문구에도 나왔듯이 "Happy is a Yuppie Word"는 락그룹 윌코(스위치풋은 이들의 오프닝 밴드로 오른 적이 있습니다.)에게 헌사된 노래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윌코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밥 딜런이 그의 50세 생일때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내용('행복.. 그것은 여피들의 말이다.')을 토대로 만든 곡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내용상으로는 밥 딜런에 대한 헌사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