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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Ultimate Music Makeover : The Songs of Michael W. Smith]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hn Ellias, Nathan Dantzler, Taylor Sorensen, Shaun Groves, Ian Eskelin, Matt Bronlewee, John Hampton, Todd Agnew, David Crowder, Tony Miracle, Ryan Smith, Michael Sweet, Kenny Lewis

(2005/Rocketown)




마이클 W 스미스의 노래들은 (워십곡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리메이크가 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80년대 바로 앞인 70년대에 활동한 선배들이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해온 에미 그랜트, 샌디 패티같은 동료들의 곡은 비교적 리메이크가 많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Friends"를 제외하고 떠오르는 것은 제이크가 리메이크한 "I am Sure" 정도인거 같아요.


그건 아마 마이클 W 스미스가 컨템퍼러리한 스타일을 가장 오래동안 유지하고 있는 '현직' 아티스트여서 일겁니다. 샌디 패티나 에미 그랜트도 계속 활동중이긴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80년대와 90년대의 스타일을 이미 진작에 벗어던졌죠. 하지만 마이클 W 스미스는 꽤나 최근까지 대중적인 팝/락 스타일을 유지해왔습니다. 워십 앨범등으로 잠시 우회가 있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고수할 가능성도 큰 아티스트고요. 이런 펌핑가이의 음악을 리메이크하는건 아무래도 여러모로 직접적인 비교가 될만한 소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Ultimate Music Makeover : The Songs of Michael W. Smith]는 좋은 기획을 갖고 출발한 헌정 앨범입니다. 우선 리메이크 되는 노래 대부분이 스미스의 초기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참여한 아티스트들을 거의 모던락 장르의 신성들로 포진시켰어요. 얼핏 보아도 원곡과 최대한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다분히 보이죠. 96년에 만들어진 페트라의 헌정앨범 [Never Say Dinosaur]와도 비슷하지만, 마이클 W 스미스의 음악은 팝적인 요소도 크니 리메이크할 반경도 훨씬 넓죠.



결과는? [Ultimate Music Makeover]는 첫귀에 듣기에는 아주 즐거운 앨범입니다. 선율만으로도 향수에 푹 잠길만한 명곡들이 완연하게 다른 음악들로 바뀌어진 버젼을 듣는 것은 분명 신나는 경험이고, 앨범은 이런 경험을 충분히 채워줍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주 높은 앨범이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일단 몇몇 리메이크가 굉장히 걷돈다는 느낌이 들어요. 듣기에 독특한 경험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나은 리메이크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들을 남깁니다.


플럼은 차분한 발라드였던 "Pray for Me"를 뉴웨이브 댄스팝으로 리메이크 했지만 그 시도가 단지 원곡과 달라보이기 위해서라는 느낌 이상이 안옵니다. 테일러 소렌슨의 "Lamu"도 생기발랄했던 원곡대신 아주 늘어지는 펑키 분위기로 리메이크했지만 같은 결과고요. 뭔가 약간씩 허전합니다.



이 이유가 단순히 '원곡과 무진장 다른 스타일'때문이어서 일까요? 그렇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느낌의 발라드를 라우드한 펑크 스타일로 바꾼 숀 그롭스의 "Rocketown"을 정말 즐겼거든요. 원곡과 아주 다른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몰아치는 분위기로 리메이크된 새러 켈리의 "You Need a Savior"도 맘에 들었고요.


이 노래들이 실망한 다른 곡들과 차이가 있다면, 스타일을 완연하게 바꾸면서도 원곡이 갖고 있던 변화무쌍한 코드의 진행만큼은 그 중심으로 잡았다는 점일겁니다. 섬세하면서도 수려한 코드의 변화는 작곡가로서 마이클 W 스미스의 가장 큰 강점이었고 이는 그의 노래에 잘 투영되었었죠. 하지만 플럼의 "Pray for Me"나 테일러 소렌슨의 "Lamu"는 편곡이나 보컬을 변화를 시도하면서 스미스가 불렀던 원곡의 코드의 진행까지도 엉기성기 뭉개버렸습니다. 스타일이 바뀌더라도 그 코드의 진행만큼은 또릿또릿하게 상기시키는 새러 켈리나 숀 그롭스와는 대조적이죠.


이런 점에서 아예 원곡의 코드 자체를 전도시켜버린 스트라이퍼의 "Friends"는 괜찮은 리메이크다, 혹은 아니다라는 판단까지도 모호해져 버립니다. 워낙 리메이크가 많이 되었던 곡이기에 이런 과감한 실험적인 리메이크가 필수였을지도 모르고, 이런 리메이크를 신선하게 생각하는 팬들도 분명 있겠지만요.


그런 점에서 원곡의 느낌에 가깝게 리메이크 된 몇몇 곡들은 상대적으로 '중간은 간다' 수준으로 느껴집니다. 올스타 유나이티드의 "Go West Young Man"과 트리63의 "Missing Person"이 바로 그런 곡들이죠. 이 곡들은 앨범안의 다른 곡들과 달리 90년 이후에 발표되었던 노래들의 리메이크인데, 그래서 그런지 원곡과 비슷한 느낌으로 리메이크된 것이 다소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아주 옛날곡을 선택해서 과감한 리메이크를 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생기네요.


라이언 스미스의 "The Race is On"은 어땠냐고요? 마이클 스미스의 큰 아들인 그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락스타일이었던 아빠의 원곡을 느긋하기 그지없는 포크락으로 바꿔 불렀는데 의외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리메이크의 양호함은 적절히 어필하는 리메이크와 편곡, 그리고 연주때문이지 라이언 스미스의 보컬때문은 아닙니다. 결코 잘부르는 목소리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리메이크된 포크 버젼에 그럭저럭 잘 맞고 - 정말 하나님의 섭리를 다시금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인데 - 아빠 젊을때의 목소리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아빠도 CCM계에서 걸출한 보컬로 유명했던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Ultimate Music Makeover]가 마이클 W 스미스를 위한 유일한 헌정 앨범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앞으로 몇년 뒤 또 다른 시도들이 있겠죠. 사실은 그 점이 안도가 되는 앨범입니다. 젊은 후배들의 시도는 좋았지만, 과감한 실험성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이고 큰 스케일의 기획의 산물들도 한번 기대해보고 싶어져요.


(2005/09)


PS : 7월 내한 공연이 끝난 후 마이클 W 스미스에게 이 앨범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헌정 앨범에 대해서는 대부분 조심스럽거나 노파심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양반은 엄청나게 열광하더군요. 당시 발표가 안된 상태였지만 앨범에서 리메이크 될 곡들과 참가하는 후배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열정적으로 늘어 놓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소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인에게는 결과물 보다도 이런 기획자체가 감격적인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