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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크리스 라이스 Chris Rice [Amusing]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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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Monroe Jones

(2005/eb+flo/INO)





요즘 들어 크리스 라이스의 음반을 자주 만나게 되죠? 물론 컬렉션 앨범과 라이브 앨범이 거의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한꺼번에 출반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규 앨범만 따진다 해도 2003년에 이어 2년만의 출반이니 결코 늦은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멋진 노래들로 포진한 이 앨범 [Amusing]을 듣노라면, 이 앨범이 그저 '때가 되어서' 발표한 음반 같아 보이지가 않아요. 그보다는 앨범을 위한 라이스의 노래들이 과포화 될 정도로 만들어져서 자연스러 스며나온 앨범 같습니다.


물론 앨범 발표 직전 오래동안 함께한 로켓타운과 이별하고, INO와 새롭게 인연을 맺었다는 큰 변화가 있긴 했지만 사실 이것때문에 라이스의 음악에 어떤 변화가 있을거라고 예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INO는 최근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열심히 영입하고 있던 곳이니까요.


[Amusing]은 잘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지난번 앨범인 [Run the Earth... Watch the Sky]나 [Smell the Color 9]보다 더 잘 만들어진 앨범들 같아요. '잘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좀 직설적이라면 최근 다른 앨범들에 비해 '더 친근한 느낌'의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호오의 판단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 97년 데뷔 이후 크리스 라이스는 자기 음악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다양성과 풍자적인 가사의 비중을 늘려갔습니다. 최근 앨범에 이르러서는 팝적인 느낌까지 짙어졌고요.


물론 크리스 라이스는 이런 시도를 하기에 합당한 뮤지션입니다만, 그의 재능이 반영되어 음악적 스케일이 조금씩 커지다보니 뭔가 '노래'를 순수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선도 약간 희미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가 정규 앨범 중간에 발표한 [Living Room Sessions] 시리즈가 반가웠던 것도 차분하고 간소한 분위기가 초기의 인스퍼레이셔널 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줬기 때문이겠죠.


[Amusing]은 작곡가로서 크리스 라이스의 선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는 앨범입니다. 음악을 듣다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약간의 기시감, 거기서 반경이 크지 않은 다채로움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스타일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그리고 시적인 가사도요. [Amusing]에 담긴 비유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예찬과 사랑에 대한 믿음입니다. "Lemonade", "When Did You Fall", "The Best Song Ever"같은 가사들에 담긴 삶에 대한 기대는 너무나 소박하고 예쁘기까지 해서 옆집 아저씨같은 외모의 크리스 라이스보다는 10대 여성 싱어에게 더 어울릴 만한 가사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에요. 물론 뉘앙스 상 그렇다는 말이죠. 크리스 라이스의 차분함과 거기서 나오는 무게감은 재치있는 비유에 담긴 가사들을 가볍지 않은 충고로 만들어 줍니다. 일상적인 비유속에 담겨 있는 구원의 갈망("Breakfast Table")과 찬양의 메시지도 여전하고요.


[Amusing]은 음반 전체에 담긴 힘이 은근하게 큰 앨범이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듭니다. 상대적으로 소품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게 크리스 라이스의 매력인걸요. 다만... 로켓타운을 떠난 이유가 좀 궁금해지긴 합니다.


(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