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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크리스탈 마이어스 Krystal Meyers [Krystal Meyers]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Ian Eskelin & Wizards of Oz

(2005/Essential)





미국 팝계에서 여성 틴에이지 락싱어의 계보는 두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죠. 에이브릴 라빈이나 스카이 스윗남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예, 혹은 린지 로핸이나 제니퍼 러브 휴잇, 힐러리 더프처럼 배우들이 여가선용으로 활동하는 경우로요.


두 경우에 있어서 수준의 고저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누구라도 기회와 능력이 닿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거니까요. 어찌되었든 이런 이들의 등장은 '틴에이지 여성 락 싱어' 분야를 부밍하는데 일조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 크리스천 음악쪽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페이지 루이스나 케이트 허드슨, 켄달 페인 같은 싱어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었죠. 다만 그 활동들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습니다. 첫 앨범 이후 소식이 없거나, 일반 레이블로 이적했거나, 두번째 앨범까지 공백 기간이 상당했죠. 하지만 일반 음악계의 틴에이지 로커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처음 문단에서 거명한 사람중 두번째 앨범을 낸 이는 에이브릴 라빈밖에 없으니까요.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꾸준하게 음악활동을 하기가 힘든걸까요? 아무튼 이들의 양상은 몇년전 앨라니스 모리셋이나 쥬얼, 제니퍼 냅이나 새러 메이슨이 걸어온 행보와 비교하자면 조금 안일합니다.


한편 작년에는 (그룹이긴 하지만) 발로우 걸이라는 좋은 신인들이 등장하면서 크리스천 락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팀은 자매로 구성되어 아버지를 통한 엄격한 팀관리가 병행되면서 두번째 음반이 발표되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고요. 발로우 걸의 활동은 크리스천 틴에이지 락장르의 좋은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16살인 크리스탈 마이어스는 그 바통을 잘 이어받은 신예입니다. 일단 락전문 레이블인 엣센셜에서 밀어주는 아티스트라는 점, 에이브릴 라빈과 함께 작업했던 위자즈 오브 오즈가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배경은 당당한 자켓사진 말고도 눈길을 끌만한 요소를 만들어줍니다.


또 하나의 기대치는 올 스타 유나이티드의 리더였던 이안 에스켈린입니다. '공식적인 힛트 앨범'을 꼽기는 힘들지만 그가 ASU와 함께하며 발표한 3장의 앨범은 모두 좋은 앨범들이었습니다. 얼마전 발표한 솔로 앨범이 다소 약해서 그렇지, 송라이터로서, 그리고 음반의 느낌을 담아내는 프로듀서로서 에스켈린은 훌륭한 재원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 그가 마이어스의 앨범에서 작곡과 프로듀싱을 모두 맡았으니 역시 기대치를 높일만 하죠.


크리스탈 마이어스의 데뷔 앨범을 듣는 첫 인상은 상당부분에서 에이브릴 라빈의 음악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이어스 자신을 위시해 여러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든 노래들은 강렬하면서도 그 하모니와 멜로디가 인상적이고요. 차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The Way to Begin"은 한곡의 노래에서 메이져와 마이너 코드를 자연스레 넘나들며 곡이 주는 인상을 극대화시킵니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은 크게 인정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연이어지는 곡들의 뒷심도 대단해요. "My Savior", "Fire" 같은 곡들은 펑크한 감성을 별로 숨기지 않은채 신나게 발화되고 있고 후반부의 "Anticonformity" 역시 비슷한 류의 노래입니다.


아주 개성이 잘 묻어나는 보컬은 아니기에 에이브릴 라빈이나 발로우 걸의 보컬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좀 따라오긴 합니다. 하지만 마이어스의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속도감이 느껴지는 펑크적 감성으로 선배들과 차별화를 시킵니다 ."My Savior"나 "Fire", "Fall to Pieces", "Anticonformity"같은 곡은 라빈의 앨범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강한 사운드를 들려주거든요. '에이브릴 라빈이 더 강해진 음악'을 찾는다면 마이어스의 음악이 좋은 추천이 될겁니다.


다만 굳이 아쉬운점이 있다면 앨범안에서 어필할만한 발라드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당차다 싶을 정도로 멋들어지게 강한 사운드를 들려준 수훈이야 물론 인정하지만, 그만큼 역으로 아주 차분한 넘버들도 기대가 되었거든요. "Lovely Traces"나 "Sing for Me" 같은 곡이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차분한 분위기의 노래들을 조금 더 넣었어도 될 법했어요.



가사 역시 좋습니다. 완성된 신앙의 모습이 아닌, 의문과 반문 그리고 간구를 통해 믿음을 다져나가는 10대의 모습이 잘 살아 있어요. 역시 힛트 싱글인 "The Way to Begin"이 이런 부분을 제일 잘 살린 가사인듯 싶습니다. ('하나님, 또 저에요. 무례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저는 길을 잃었는데, 당신께서는 별로 명확하게 보여주시질 않는듯 해요..')


물론 뜨거운 열정으로 타오른 화자의 이야기 ("Fire"), 그리고 주변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Fall to Pieces"같은 곡까지 테마 또한 다양합니다. 다른 틴에이지 로커들에게서 느껴지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상쇄시켜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반항'이란 이미지를 '진솔함'으로 치환했다고 표현하는게 더 낫겠군요.


작사/작곡자로서의 마이어스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마이어스가 혼자 만든 곡인 "Can't Stay"도 꽤 좋은 노래이니, 훈련만 잘된다면 자신만의 멋진 노래를 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여러 부분을 살펴봐도 크리스탈 마이어스는 분명 압도적인 느낌으로 첫 앨범을 장식했습니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간다면 연이어 등장할 후배들에게 분명 좋은 귀감으로 남을 귀한 아티스트가 될 겁니다.


(2005/08)



PS : 앨범의 프로듀서인 위자즈 오브 오즈(Wizards of Oz)는 프로듀서 팀인 앤드류 보자닉과 리즈 후퍼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에이브릴 라빈과 함께 작업한 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네요. 위에서 언급한 것은 순전히 보도자료 상의 이야기 뿐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에궁. 이 앨범 리뷰에서 에이브릴 라빈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PS 2 : 힐러리 더프도 음반은 두장 냈군요. 게시판에서 lucent 님이 지적해주셨어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