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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케이드먼스 콜 Caedmon's Call [Back Home]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Caedmon's Call, Joshua Moore & Ben Wisch

(2003/Essential)





90년대 후반 크리스천 포크 필드에 새로운 지평을 연 팀으로 케이드먼스 콜을 빼놓을 수는 없을겁니다. 이 팀의 멤버인 클리프 영이 만든 레이블인 워터세드의 소속인 비보 노먼이나 역시 이 팀 이후 등장한 FFH 같은 그룹들 모두 케이드먼스 콜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팀이죠. 새러 그롭스같은 중고 신인의 자리가 마련된 것도 이들의 등장과 전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후진들이 서너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포크의 바탕에 파퓰러한 음악적 색채를 가미해간 반면에, 케이드먼스 콜은 정작 느긋한 스타일을 고수해왔습니다. 포크 붐의 기틀을 마련해간 팀이니 적어도 좌장만큼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뭐 설마 그런 의도까지 있겠어요. 암튼 케이드먼스 콜의 음반에서 특출난 시도는 다소 보기 힘들었습니다.



[Back Home]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앨범 또한 엣센셜 시절 만들어진 [40 Acres]나 [Long Line of Leavers]의 계보를 그대로 쫙 잇고 있습니다. 특히 키보디스트 조슈아 무어의 영입 이후 더욱 멜로딕해진 사운드는 앨범을 윤활유처럼 부드럽게 만들고 있고요.


한마디로 모든게 그대로입니다. 사실 케이드먼스 콜이 그들의 음반에서 어떤 음악적 어휘를 다양하게 보여준 팀은 아니지요. 이들의 노래를 들을때 색다름을 느꼈다면 그건 그룹이 전에 해보지 않은 비약적인 음악의 시도를 했기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노력 자체가 각각의 컬러를 창출해냈기 때문이죠.


다양한 시도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좋은 이유는 해를 거듭할 수록 그룹이 장르의 정수를 더 파고들 수 있기때문입니다. [Back Home]은 그 좋은 예가 될 겁니다. "Hands of Potter"같은 곡을 볼까요. 이 노래는 마치 이전 앨범들에 수록된 "40 Acres"나 "Love is Different" 같은 노래들을 연상케 합니다. 그야말로 듣다보면 '아주 전형적인 캐이드먼스 콜의 노래군'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그런 곡이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곡의 흥겨움과 클리프 영의 구성진 보컬들이 잘 어우러지는 것을 듣다보면 어깨를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그룹 본연의 음악을 고수하는 것이 '진부함'이 아닌 '친숙함'이란 이미지로 다가서는 것이죠. 자연히 음반에서 다음 트랙을 기대하게 만들고요.



늘 축을 이루고 있는 세명의 보컬-데렉 웹, 클리프와 다니엘 영 부부-도 앨범 안의 구성을 잘 안배하고 있습니다. 클리프 영이 주된 멜로디의 평이한 곡들로 골격을 잡고 있다면 다니엘은 여성 특유의 뚜렷한 보컬로 살을 붙이고 있고, 데렉 웹은 평범하지만 감정선을 자극해주는 멜로디와 하모니의 곡들을 담당하고 있고요.


데렉 웹은 특히 좋습니다. "The Empiest Day" 와 "Awake My Soul" 두 곡에서만 메인을 이끌고 있지만, 담당한 곡들이 적은 만큼 두 곡에서 아주 대조되는 힘과 여유를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영 부부도 제 역할을 하고 있고요.



음악을 제외한 독특한 부분은 가사에서 보여집니다. 아마도 이 앨범의 가사를 곱씹어 본 이들은 워십 앨범으로 만들어진 전작 [In the Company of Angels]의 영향이 이 앨범에 깊게 작용되었음을 느낄겁니다. 워십 특유의 반복적인 운문성이 유달리 짙게 느껴지거든요.


여기에 찰스 웨슬리의 찬송이라던지, C.S 루이스의 책, 성경의 스크립트, 혹은 성경의 이야기들을 충실하게 반영한 가사의 내용들도 이전과는 약간 차별성을 들게 합니다. 특히 많은 비유에서 도회적인 이미지를 주었던 [Long Line of Leavers]와는 더욱 대조적이죠. 자켓의 문고리처럼 고전적인 느낌이 다분하죠.


여전하게 들리는 사운드와 고전적인 가사의 느낌의 만남은 독특합니다. 여벌의 음악적인 모험 없이도 음악의 테마를 다양하게 넓혀준 결과가 된 듯하네요. 이정도면 충분한 수작이죠.



앞으로의 활동이 더 주목이 갑니다. 아시다시피 중요한 멤버였던 데렉 웹이 팀을 떠났죠. 사실 케이드먼스 콜은 개인의 개성보다는 그룹 음악이 더 드러나는 팀입니다. 음반 제작에 큰 부분을 맡았다고 하는 조슈아 무어의 영입 이후에도 정작 이들의 음반 자체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죠. 그렇다면 멤버가 팀을 떠나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예상할 만합니다.


하지만 웹은 보컬이었습니다. 세션과는 달리 노래의 개성을 제일 크게 좌지우지 하는 역할이죠. 필연적으로 케이드먼스 콜의 음악에도 다소의 변화가 올겁니다.


그렇다고 그게 꼭 부정적인 변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팀의 개성이 늘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불변이니까요. 오히려 미약하나마 또 다른 기대감을 갖고 이들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듯 합니다.


(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