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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Steven Curtis Chapman [All about Love]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 Steven Curtis Chapman

(2003/Sparrow)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All about Love]는 발매 직전부터 많은 소문을 뿌렸던 앨범입니다. 일단 '사랑에 대한 테마'가 컨셉으로 잡혔다는 소문과 "When Love Takes You in", "I will be Here"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문이 첫번째로 돌아다녔죠. 이때문에 그의 예전 앨범들 중에서 '사랑'에 대한 주제를 말한 노래들만 커팅하여 구성된 새로운 컬렉션이 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고요.


그러나 2002년 겨울쯤 프리릴리스가 돌면서부터 이 앨범이 일관된 컨셉을 잡은 정규 앨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위에서 말한 곡들중 "When Love Takes You in"은 리메이크도 아닌 '재수록'이었고요.


그러나 완연한 정규 앨범도 아니었습니다. 하이프가 모두 가라 앉은뒤 등장한 [All about Love]는 여전히 채프먼의 정규 앨범이지만, 분명 이전 앨범과는 다른 모양이였으니까요.


우선 '기괴할 정도로' 방대한 트랙수, 그리고 그의 이전 앨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메이크 곡들이 형식면에서의 다른 모양이라면, 앨범의 전반을 흐르고 있는 사랑의 테마는 내용면에서 다른 모양이라고 할 수 있죠.


외양적인 모습의 독특함은 역시 채프먼의 여느 앨범답지 않게 게스트 싱어들이 참가를 했던 92년의 [The Great Adventure]나 어쿠스틱 앨범이었던 89년의 [More to This Life]와 견줄만할 정도에요.



하지만 '리메이크곡'들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독특할 뿐이지, 실상 음반에 흐르는 음악적 스타일은 최근 채프먼의 음반에서 보여졌던 음악들과 별다를바 없습니다.


그래서 [All about Love]는 다소 공력이 딸리는 음반이 된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최근 음반들과 스타일이 그다지 구별되지 않거든요. 물론 그 궤도조차도 어느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제일 두드러지는 것은 싱글파워가 크지 않은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All about Love"가 차트에서 선전을 하고 있지만, 이 곡이 예전 앨범의 "Live Out Loud"나 "Dive", "Lord of the Dance" 만큼의 힘이 없다는 것은 벌써 중론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싱글에의 화제가 다소 감쇄되면서, 오히려 앨범안의 다른 곡들이 더욱 풍성한 감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트랙수가 많은 앨범에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역시 눈에 들어오는 곡은 세 곡의 리메이크 곡들입니다. 로니 밀샙의 "I'll Take Care of You"은 그런대로 원곡의 느긋한 느낌이 이어지지만 프로클레이머스의 "I'm gonna be (500 Miles)"는 역시 채프먼 특유의 스타일로 컨버젼 되었습니다. 채프먼의 스타일을 가운데 놓고 봤을때 원곡의 느낌을 살리거나, 원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커버한 각각의 시도 모두 참신합니다.


또 "I'll be Here"가 있죠. 피아노 연주가 전면으로 나오면서 더욱 클래시컬한 느낌이 강조된 이 리메이크는 원곡의 탄탄한 멜로디에 힘입어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 노래는 자연스레 다른 수록곡인 "We will Dance"의 느낌으로 연장됩니다. 새로운 테마로 제시된 2003년형(?) 러브송 같을 정도에요.



그러나 음악 스타일의 전형성이 진부함과 연결된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힘듭니다. 아무래도 방대한 트랙수에 따른 부담과 연결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듯 해요.


결국 앨범안에서 살아있는 테마로 이것이 보완 됩니다. 채프먼의 아내인 메리 베스가 총제작을 맡았고, 역시 수록곡들의 태반도 채프먼 부부의 사랑에 대한 회고와 고백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참신한 발상은 아니지만 이 아이디어가 앨범의 전면으로 드러나며 확대된 것은 분명 대단한 기획입니다.


그 사랑의 모습은 달콤할 수도 있고, 가슴 시릴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랑의 느낌과 고저는 앨범의 노래들 스타일에 잘 맞춰들어간다고 보면 돼요. "Echoes of Eden"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감수성, "We Belong Together"에서는 독특한 비유... 이런 식으로 16곡이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결합은 기가막힐 정도에요. 이 부분만 본다면 리메이크 곡까지 포함한 모든 노래들 중 뭐하나 버릴것이 없습니다.



또, 사랑의 모습이 단순히 남과 여의 관계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타이틀 곡인 "All about Love"는 그 전형적인 가사죠. 이 노래는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우리의 일상성에서 생기는 사회문제들을 꺼낸뒤, 그 해결책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곡이 타이틀로 자리잡은 것은 '사랑'이라는 테마를 협소하게 보지 않겠다는 일종의 천명과도 같죠.



또, 재수록된 "When Love Takes You in"에서는 입양한 딸인 쇼하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애초에 이 앨범을 위해 만들어 졌었던 곡이라고 하죠. (아시다시피 최초 수록은 2001년 [Declaration] 앨범이었습니다.)




워낙 '사랑'이란 테마가 많은 동기부여를 해주는 뮤즈이다 보니 앨범이 길어진 것이 적잖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모든 앨범이 그렇겠지만) 이 앨범의 진가를 느끼려면 가사를 정말 세세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어요. 두꺼운 부클릿이 이해가 가는 앨범입니다. (매 곡마다 채프먼 부부의 코멘트가 달려 있어서기도 하고요.) 아마 진행형의 사랑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큰 공감을 할 수도 있겠죠. 허허...



그러나 [All about Love]가 음악적인 밀도보다도 기획력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아쉬움은 지우기가 힘듭니다. 물론 메가셀러급의 전작들의 리듬을 타고 겨우 1년 남짓한 시기에 이런 큰 앨범이 나왔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지만요.


또, 채프먼 부부의 개인적인 의지가 많이 반영된 프로젝트인것도 사실이겠고요. 아티스트 개인적으로 한번쯤 만들어 보고 싶어할 그런 앨범말이죠. 하지만 저는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다른 것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