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ay Baumgardner & Dave Fortman
(2002/Wind-Up)
12 스톤즈의 데뷔 앨범 [12 Stones]가 국내에 라이센스 될 때 마케팅 카피라이트 기억나시는 분들 계실겁니다. '그 유명한' 에버네선스의 노래 "Bring Me to Life"에서 랩피쳐링을 했던 폴 맥코이가 바로 이 팀의 리더라는 것이었죠.
마치 에버네선스에서 뻗어나온 후배그룹을 소개하는 분위기같지 않나요? 사실은 아니죠. 레이블 메이트이긴 하지만 [12 Stones]는 2002년작입니다. 결국 이 팀이 에버네선스보다는 1년가량 앞선 팀이에요. 물론 차트나 판매량 성과는 에버네선스가 훨씬 컸기에 '처음된자 나중되고, 나중된자 처음되는' 식의 결과가 되긴했지만... 하긴 뭐 그게 중요하겠어요.
하지만 "Bring Me to Life"에서 얼핏 보인 맥코이의 강한 랩과 백보컬은 정말로 이들의 스타일에 대한 좋은 샘플이었습니다. 만약 이 노래의 인상으로 [12 Stones]를 찾은 팬이라면 실망하는 일은 없을거에요.
강한 연주 속에서 멜로디의 선이 뚜렷한 노래를 부를때 맥코이의 보컬은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지만,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스크리밍에서는 왜이러나 싶을 정도로 대비가 되는 소리를 보이지요. 딱 이 두 종류의 보컬로 앨범을 이끄는 맥코이의 스타일은 분명 12 스톤즈의 축입니다.
보컬을 싸고 있는 연주는 그저 우직합니다. 일반적인 하드코어에서 충분히 기대할만한 강렬한 연주죠. 특별하게 화려한 기교보다는 악기자체에서 낼 수 있는 사운드에 충실한 그런 연주요. 요소요소자체는 새로울 면이 없는 무난한 하드코어지만 어찌되었든 맥코이의 역량, 그리고 좋은 노래들로 밴드만의 개성은 잘 세워놓은 셈입니다.
다만 어느정도의 개성이 살아있는 밴드의 스타일이 앨범에서 계속 동어반복식의 연주를 보이는 것은 좀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 각 트랙의 앞부분을 장식하는 리프기타의 단선연주는 이 앨범에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반복되거든요. 첫 싱글인 "The Way I Feel"을 비롯해 "Crash', "Fade Away", "Soulfire", "Runnig Out of Pain", "My Life" 모두 비트 없는 일렉의 아르페지오로 시작됩니다. 앨범 자체가 기본 스타일의 끊임없는 변주같아 보일 정도에요.
단점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흐름때문에 몇몇 강렬한 싱글들이 상대적인 힘을 얻거든요. 거의 폭발하는 수준이죠. "Back Up" 같은 노래에서 'So Just Stay Away from Me!' 라고 읊어지는 보컬 부분은 정말로 안떨어져있으면 뭔가 큰일 낼거 같은 분위기까지 느껴지지 않나요? 단순한 반복과 라우드한 사운드가 만나면서 각각의 일장일단을 남긴 셈이죠.
음악 스타일에서 대충 가사가 느껴질만 하죠? 특히 앨범의 전반부에서 크게 느껴지는 심상은 일종의 자기 부정입니다. 일단 두 힛트 트랙인 "Broken"과 "The Way I Feel" 모두 깨어지는 자아와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후회의 이미지를 담고 있거든요.
그 이면에서는 강렬한 락에 걸맞는 강한 결의의 메시지들이 돋보입니다. "Soulfire"라던지 "My Life" 등의 노래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전반부와 비교해서 '자각'의 의미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있죠. 자의적인 해석이긴 하지만, 가사가 갖고 있는 인상들은 확실히 깊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앨범입니다. 기교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연주, 청쾌함과 라우드한 면을 보이는 맥코이의 보컬이 결합된 그룹의 사운드는 그 우직함때문에 설익은 느낌까지도 주지만, 기교로 가득찬 음악에서는 얻기 힘든 원초적인 힘이 있습니다.
앨범안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였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어찌되었든 12 스톤즈가 의도한 바는 충분히 살린 앨범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분명 다음 앨범에서 채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2003/10)
PS : 마지막 트랙 "Eric's Song"에서 에릭은 기타리스트 에릭 위버라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