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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식스펜스 넌 더 리쳐 Sixpence none the Richer [Divine Discontent]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aul Fox, Matt Slocum
& Rob Cavallo

(2002/Squint/Reprise)




1. 5년간의 '불만족'


"Kiss Me"가 힛트를 치던 당시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한 매스컴들중 꽤나 많은 곳이 [Sixpence none the Richer]를 99년 앨범으로 표시했었습니다. 하기야 앨범이 화제를 모은 시점이 그 해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1997년 앨범으로 식스펜스 넌더리쳐의 세번째 작품이었죠. 크리스천쪽 발매와 메인스트림에서의 힛트 간격때문에 생긴 헤프닝이었어요.


결국 새 앨범 [Divine Discontent]은 5년만의 앨범인 셈입니다. 무지 오랜 기다림인 셈이죠. [Divine Discontent]라는 타이틀 자체가 마치 그 기다림의 불만에 대한 변명이라는 생각까지도 든다니깐요.


이러다 보니 이 앨범은 2002년 출반이 예정되었던 앨범들중에서 에미 그랜트의 [Legacy...Hymns & Faith]와 함께 최고의 화제 앨범으로 꼽혔었습니다.


그 워밍업 단계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뤘고요. 멤버들의 대거 영입, 배급망의 확대, 대대적인 프로모션.... 여느 팝스타도 이정도는 아니었죠. 하지만 물론 진짜 중요한 논점은 다른데 있습니다. [Divince Discontent]가 과연 잘 만들어진 앨범이냐는 거죠.



2. 계승
 

다행이도 (그리고 멋지게도) 이 앨범은 5년의 기다림에 충분히 부응할만 합니다. 전작이었던 [Sixpence none the Richer]의 뼈대를 이어 받으면서도, SNTR의 초기작들이 가졌던 강한 느낌을 덧붙이고 있기도 하고요.


적어도 스타일의 수렴에 있어서 무리한 장광설을 펼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13곡의 적잖은 트랙이 들어있지만 방만함 보다는 스케일의 확장으로 곱살스레 봐주는데는 무리가 없어요.



첫 싱글인 "Breathe Your Name"은 당연히 "Kiss Me"를 계승하는 곡입니다. 메인스트림에서의 차트액션이 어찌되었든 이 곡을 필두로 펼쳐지는 음악들은 SNTR의 앨범 [Sixpence none the Richer]의 후속작에서 기대할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노래들도 좋습니다. 특히 강렬한 느낌의 곡들은 그 여느 앨범보다도 두드러지는데, "Tonight"와 "Waiting on the Sun" 그리고 앨범중 가장 강한 "Paralyzed" 등이 이런 파트를 차지하고 있죠. "Eyes Wide Open"같은 곡들은 흐름의 중간에서 바뀌어지는 변주로 강한 사운드를 보이고 있고요. 강렬한 파트의 곡들은 음반 전체의 선을 뚜렷하게 만들고 있죠.



3. 복고


하지만 강한 사운드가 주는 느낌보다 앨범의 진가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차분한 곡들입니다. SNTR 음악의 가장 큰 개성중 하나인 고색창연한 느낌을 더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거든요.


물론 SNTR이 보여주는 것이 최근경향에 따르는 복고의 단순한 리바이벌은 아닙니다. 그것과는 전혀 방향성이 틀리죠. 이들이 따르는 시대는 미국 60,70년대의 히피스타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전인 19세기의 클래식 사조의 스타일같다는 착각마저 듭니다.


심지어 공간적인 부분도 틀려요. 어찌되었든 미국적인 것에서는 벗어난 곳으로 한없이 달려나간다는 듯한 느낌이 음악에 절절 흐릅니다. 전 가끔가다 이들의 음악을 제일 잘 표현해주는 것이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을 패러디한 "Kiss Me"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는데, [Divine Discontent]도 예외는 아닙니다. 생동감있는 어쿠스틱 연주로 진행되는 "Melody of You", "Tension is Passing Note" 라던지 느긋한 피아노 단선연주로 가는 "Dizzy" 같은 곡은 이런 면모를 앨범내에서 제일 잘 드러내주는 곡들이에요.


그렇다고 이 앨범이 퓨전샹송같은 음악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이들은 락그룹이니까요. 앨범 수록곡의 하모니나 멜로디 보다는 그냥 흐르는 분위기 자체가 복고적일 뿐이라는 의미죠.


앨범의 흐름 자체를 팀 고유의 색채로 수렴하는 재능은 크라우디드 하우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Don't Dream It's Over"에서 잘 증명됩니다. 남성보컬의 전형적인 80년대 팝 발라드 스타일은 특별한 컨버젼의 선입견을 감쇄시키면서 완연하게 SNTR 사운드로 바꿔지고 있습니다.



4. 리 내시... 밴드


앨범의 총제적인 분위기 조성의 수장은 여전히 리 내시의 보컬입니다. 보컬에서의 힘의 안배나 옥타브에 맞는 보컬 스타일의 변용은 여전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레코딩을 통한 화음까지 새로운 느낌으로 일조를 해주고 있어요.


강한 흐름을 갖고 있는 곡에서는 아무래도 내시의 가녀린 보컬이 인스트루멘탈의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노래의 진행이 보컬 부분에서 전체적인 레벨을 좀 낮추긴 하지만, 역시 내시 보컬의 진가는 주로 조용한 곡에서 더 드러나는 편이에요.


물론 그룹전체의 앙상블로서 세션들도 훌륭한 연주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도 빼놓을 수는 없죠. 차분한 스트링 연주도 그렇지만 키연주가 주를 이루는 노래들은 더 느낌이 큽니다. 적어도 피아노는 기타보다 몇백년 먼저 등장한 악기니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복고적인 느낌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듯 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합치되면서 [Divine Discontent]의 음악적인 매력이 실질적인 형상을 그리게 되는 셈이죠.



5. 간구함


네, 앨범 전반적인 가사에서 드는 느낌입니다. 타이틀곡인 "Breathe Your Name"이나 "Tonight", "Waiting on the Sun" 그리고 "Melody of You"은 대부분 타자를 향한 간구함, 그리고 그와 합치되기를 원하는 염원을 말하고 있죠.


사실 이것을 온전한 사랑 노래로 받아 들이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SNTR 특유의 시적인 심상과 결합되면서 더욱 초월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거든요. 이건 아무리봐도... 네, 크리스천 특유의 고백입니다.


[Divine Discontent]의 흐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팀의 차기작에서 보여지는 내용치고는 상당히 고무적이죠. 크리스천 매체들도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었었고요.


가사의 심상은 음악적인 개성과 함께 앨범에서 제 역할을 했습니다. 무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총제적인 평가 중에서도 이 곡들이 SNTR의 음악임을 드러내주는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거든요.



6. 그들만의 리그


초현실적인 심상과 복고적인 사운드의 결합. 이것만으로 SNTR은 자신들의 음악성향에 대한 흐름 자체를 확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Divine Discontent]는 이런 흐름에 대한 확인도장과도 같은 음반이 되었고요.


사실 SNTR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확고히 했다는 이야기만으로 강조를 하자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확고함이 5년이라는 기간이 지나고서도 유지가 되었다면 이야기가 틀립니다. 그 5년의 사이에 메인스트림에서는 테크노부터 아이리쉬 사운드에 이르는 수많은 줄기들의 오고 감이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같은 개성을 보이는 음반이라 하더라도 1997년의 음반과 2002년의 음반이 주는 의의는 분명히 틀리게 마련입니다. 그룹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다면 이런 스타일의 고수는 시류를 타지 못한 고집으로 평가절하 되었을 테지요


하지만 [Divine Discontent]를 그 부류에 넣을 사람은 거의 없을것 같군요. 오히려 이 앨범은 SNTR의 음악적인 에고를 만방에 고한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기록될 겁니다. 5년의 기다림은 결코 길지 않았던 셈이죠.


(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