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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테이트 Tait [Empty]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ichael Tait and Pete Stewart

(2001/Forefront)




디씨 토크의 세 솔로 앨범들중 사람들은 어떤 앨범을 제일 기다렸을까요? 다소의 편차는 있겠지만, 크로스워크의 설문조사에서는 토비 맥키한과 케빈 맥스의 앨범이 우위를 다퉜고, 마이클 테이트의 앨범에 대한 기대는 약간 찬밥대접이었습니다.


솔직히 테이트가 세 멤버중 가장 임팩트가 부족한 사람인건 사실이었죠. [Nu Thang] 발표당시 맥키한은 랩이요, 맥스는 락이니, 테이트는 소울이니라... 하는 운운도 [Jesus Freak] 시절부터 묻혀버린 셈이었고요. 락편향으로 가게된 디씨 토크의 음악에서 흑인 보컬이라는 위치는 좀 애매했죠. 그래도 테이트는 굳굳히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dc Talk Solo]가 발표된 이후 판도는 틀려졌습니다. 그 싱글에 수록된 테이트의 곡 "Alibi"와 "All You Got"은 썩 괜찮은 노래였고, 크로스 워크의 설문의 결과는 뒤바뀌었습니다. 테이트의 앨범이 기대1순위로 떠오른 겁니다.


멤버간의 공평성을 내심 바래온 디씨 토크의 팬들이라면 흐뭇해하겠지만, [Empty]는 실제로 잘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공평성 추구따위에 의존을 안하고도 말이죠.


물론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이 동원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일단 밴드체제로 나선 것부터가 획기적인 선택이었죠. 여기에 도움을 준 핵심인물들도 기라성같고요. 우선 리드기타의 피트 스튜어트는 그래머트레인의 리드보컬 자리를 떠나 솔로 앨범을 만들었을때, 프로듀싱 작업을 테이트에게 신세졌던 적이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죠. 그역시 [Empty]에서 테이트와 공동 프로듀싱, 그 외의 수많은 핵심작업을 도왔습니다. 멋진 보은을 한 셈이죠.


로니와 체드 체핀 형제의 연주도 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스튜어트만큼은 아니지만 그들도 연주 이상의 역할로 앨범을 장식해줬어요. 물론 케빈 맥스와 토비 맥키한도 도움의 손길을 주었고요. "Talk about Jesus"의 작사에 래리 노만이 가세한 것은 정말 뜻밖이네요.


음악의 흐름 자체는 피트 스튜어트의 솔로 앨범과도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강렬하면서도 단조롭지만, 흥겹고, 상쾌한 맛을 주면서도 기복이 있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음반말이죠. 하기사, 그 앨범 제작의 핵심들이 다시 뭉쳐만든 음반이니 그럴만도 하죠.


"Alibi", "Loss for Words", "American Tragedy", "Spy" 같이 강렬한 느낌의 락싱글들과 "All You Got", "Looking for You", "Empty", "Unglued" 같은 차분한 발라드들, 그리고 그 사이의 "Altarts", "Talk about Jesus"같은 중간 템포의 곡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Empty]는 듣는 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하는 푸짐한 락의 한바탕 향연입니다. "Unglued" 뒤의 히든 연주트랙까지 합하면 트랙수만해도 14곡이니 그 풍성함에도 혀를 내두를만 하죠.


밴드체제로 만들어진 음반이긴 하지만 테이트의 보컬은 중심을 잃지 않고 잘 살아나고 있어요. [dc Talk Solo] 리뷰에서도 언급한적 있지만 흑인 락보컬이라는 점에서 테이트를 일반 음악계의 레니 크래비츠와 비교하자면, 크래비츠의 성량과 테크닉에는 못미치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테이트의 보컬에는 솔직함과 우직함이 있습니다. 자신이 내뿜을 수 있는 보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진중함 말아지요.


이런 솔직함은 [Empty]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한몫을 하고 있고, 밴드 체제에서도 팀의 중심이 테이트에게 실려있음을 확실하게 천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따지면 굳이 밴드체제를 표방할 필요는 없어도 될듯 했지만... 뭐 자기 맘이니까요.


첩보영화 분위기가 나는 송리스트들도 눈여겨 볼만하죠. "Alibi", "Spy", "Bonded"... 하지만 이건 그냥 'naming game'의 수준이고, 가사나 노래, 앨범의 구성에 큰 연관은 없어요. 강렬한 느낌을 주는 "Spy"의 전주부는 미션 임파서블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림프 비즈킷의 노래를 연상시키긴 하더군요. 비교가 되긴 하지만 자체로도 멋진 노래에요.


발라드 싱글들도 전혀 균형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첫 싱글로 떠오른 "All You Got"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W 스미스가 피아노 연주로 도운 피날레인 "Unglued"가 좋더군요. 겨우 2년이란 기간동안에 아버지를 비롯, 형제와 자매들을 잃은 테이트의 안타까운 개인사가 동반된 노래여서 엄숙함도 더해지고요. (밴드명인 'Tait'도 그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정했다고 하죠.)


테이트의 진솔한 표출은 가사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단편적인 비유들이 쓰이고 있긴 하지만, 노래의 가사들은 토비 맥키한이 썼던 디씨 토크의 가사들처럼 철학적이거나 풍자적인 가사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보다는 더욱 직설적이죠. 어찌보면 테이트는 이게 더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음악부터 딱 귀에 붙는 스타일을 표방하고 나왔는데, 가사가 필요외로 난해했다면 더욱 듣는이를 난감하게 했겠지요.



일단 디씨토크 솔로 시리즈의 첫 스타트는 멋지게 끊은 셈입니다. 다른 멤버들의 앨범 출반 이후에도 제일 무난한 보편성으로 인기를 끌 앨범이라는 평도 지배적이고요. 디씨토크의 새 앨범만큼이나 테이트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도 만만찮을거에요.


이 정도이 완성도로 만들어진 앨범의 평가를 억지로 디씨 토크의 음악에 귀속시키는건 부당합니다. [Empty]의 요소요소에는 마이클 테이트의 락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2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