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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피오디 P.O.D [Satellite]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Howard Benson
& P.O.D

(2001/Atlantic)



P.O.D에 대한 크리스천 음악계의 초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레이블을 비롯한 이들의 음반 제작 배경은 철저히 메인스트림에 속해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반경은 크리스천과 메인스트림 모든 영역에 걸쳐져 있죠. 여기까지만 따지자면, 이들의 입지는 80년대와 90년대초 U2나 스트라이퍼, 컬렉티브 소울같은 그룹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죠. 크리스천 음악도 많은 크로스오버가 있었고, 그 결과 일반 시장과의 경계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P.O.D 자체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음악세계 내부에서 생동하는 메시지는 완연하게 복음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크리스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도 마찬가지에요. 인터뷰등에서 그들이 크리스천 음악인이 아니라는 의미를 강조하는게 아니라, 음악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주길 바라는 일종의 탄원을 계속 비쳐온 것이죠. 이런 이들이 메인스트림에 몸담았던 다른 선배들과는 달리 도브상의 후보로 멀티 노미네이션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만 합니다.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왈가왈부중 상당수는 사실 불필요한 논란입니다.


그렇다면 음악 자체로 이들에게 모아지는 관심에 대해서는? 하드코어를 위시한 퓨전장르가 사실 크리스천 영역내에서 낯설었긴 했지만, 그것이 성공의 비밀의 전부는 아닙니다.


간단해요. 이들의 음악이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출반 한달만에 플래티넘을 세운 기록은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전작인 [The Fundamental Element of Southtown]의 인기가 엔진이 되긴 했겠지만, 단순히 전작을 감상했던 팬들의 선호도만으로 이 정도의 기록을 달성하기엔 그 수치가 너무나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면 싱글들의 공략을 통한 검증이 이미 있었다는 의미지요.



크리스천 음악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봐도 이들의 성공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Fundamental...]에서 보여줬던 생경함은 완전히 정리된 사운드와 구분된 장르섭렵으로 압도감을 안겨주고 있고, 하드한 사운드의 줄기를 꿰뚫는 쾌청한 사운드는 이들의 음악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거든요. 장르에 대한 선입견만 없다면, 크리스천 팬들의 열광이 일반 음악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많디 많은 앨범의 포인트 중에 하나는 역시 레게, 펑크, 하드코어를 섭렵하는 다양한 장르가 전혀 무리없이 연결되는 원숙한 사운드들입니다. 특히 스카 스타일의 원류인 레게를 거의 여과없이 래핑과 연결시키는 과감함은 눈여겨 볼만하죠. "Ridiculous"같은 곡이 분리된 장르의 합체라면, "Withour Jah, Nothin'"은 이를 절충한 스카에 가깝죠. 이런 시도를 위해 몇명의 게스트 싱어를 도입했고, 이때문에 진행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오히려 그 돌출이 더욱 곡의 색채를 특출나게 합니다.


P.O.D 의 멤버끼리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초반부를 잇는 래핑과 하드 코러스가 구분되는 곡들 "Set it Off", "Boom", "Alive" -에서 멤버들은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습니다. 곡안에서의 대조되는 분위기는 후반부의 "Masterpiece Conspiracy"나 "Portrait"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이르지요.


특히 "Portrait"에서는 앞의 곡들과는 대조적으로 라우드한 래핑과 느릿느릿한 발라드-차라리 찬양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후렴으로 완연한 여운을 남기고요. 이런 뚜렷함이 너무나 잘 정렬되어 있어서, 마치 하드사운드판 뮤지컬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Celestial", "Guitarras de Amor" 같은 Prelude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점도 이런 느낌에 한몫하지요.



이 음악적 배열을 따라잡는 메시지들은 음악의 장중함에 비해 직설적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직설적인 화법이 더 음악에 맞는다고 해도 되겠군요. 대부분이 크로스오버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는 가사들이지만, 사실 이 빈도는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여느 크리스천 음반의 평균치 정도로 봐도 될 수준입니다. 시장의 변화와 P.O.D의 음악적인 의지, 양쪽이 합치된 결과로 봐야겠죠.


여기에 이런 장르 자체의 문제로 치부되던 요소-가사의 폭력성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의 논란에 대해 마치 그들만의 종지부를 찍는 듯한 사회성 있는 가사들도 있습니다. 고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연유한 노래인 "Youth of the Nation"같은 노래는 대표적이죠. 가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2차대전 유태인 난민 구역이었고, 지금은 슬럼가를 일컫는 속어인 "Ghetto" 를 제목으로 하는 트랙에서도 "당신과 나, 모두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한다" 는 다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요.


앨범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수평적인 메시지는 점점 수직적인 부분으로 화두를 돌립니다. "Satellite", "The Messenjah", "Masterpiece Conspiracy"를 지나 "Without Jah, Nothin'", 그리고 "Portrait" 에 이르러서는 완연하게 수직적인 메시지로 고정을 시키고요. 메시지의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사운드는 앨범의 마무리까지 듣는 이를 휘어잡는 압도감을 만들어 냅니다. 추도곡인 "Thinking about Forever"도 멋진 발라드고요.



참신함과 첨예한 구성은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장르에 대한 친숙함을 앨범이 마무리 되기전에 확인시켜 줍니다. 이런 치밀함은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에게도 쉽게 어필할만 하고요. 플래티넘의 신화가 우연으로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

P.O.D는 이제 명실공히 스타입니다. 네, 엄청난 스타에요. 어느 시장의 관점으로 봐도 이들의 사운드는 발군의 신선함을 가졌음에 틀림 없습니다. 크리스천 시장이 이들을 눈여겨 보는 상황도, 결국에는 이 많은 관점들 중 하나인 셈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P.O.D는 일반 음악계에 견줄 수 없는 우리만의 크리스천 밴드다'같은 우격다짐식의 궤변은 냉소감만 될겁니다. 이들의 멋진 음악이 이뤄낼 수 있는 잠재성을 생각하면 '크리스천 밴드'라는 명목상의 꼬리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성가신 우려가 없더라도, 이들의 음악은 정확히 무엇을 노래하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잘 알고 있는 음악이니까요.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