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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포인트 오브 그레이스 Point of Grace [Free to Fly]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avid Tyson, Brown Bannister, Nathan Nockels, Tom Laune, Glenn Garrett, Wayne Tester

(2001/Word)



포인트 오브 그레이스도 벌써 데뷔 10년차가 다 되어 가는군요. 보컬팀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타일의 유지가 파격적인 변신보다는 훨씬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죠. POG의 초기 앨범들에서는 이런 유지가 계속 되었습니다.


다소의 방향선회를 했던 앨범은 [Steady On] 이었습니다. "I'll be Believing", "Gather at the River", "Life,Love and Other Mysteries"로 이어져온 오프닝 싱글의 활기참과 발랄함이 [Steady On]의 오프닝이었던 "Steady On" 에서는 급작스런 느긋함으로 바뀌었죠. 이례적이었지만 데뷔 10년을 향해가는 시점에서는 나름대로 해볼만한 시도였어요.


[Steady On]의 이런 느긋함은 디스코그래피에서 꽤 유연한 선회였습니다. 간간히 배치된 임팩트 있는 싱글들과, 기라성같은 작곡가들의 지원도 괜찮았고요. 그렇지만 이 모든것을 포인트 오브 그레이스의 것으로 하기에는 뭔가 딱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Free to Fly]는 이 아쉬움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을 만한 앨범입니다. 그 비교는 전례없던 대규모의 프로듀서 진영의 배치라는-전작과는 전혀 상이한-배경에서 우선적으로 가능해지죠. [Life, Love and Other Mysteries]의 네명보다 두명이 더 많은 6명의 프로듀서가 이 앨범을 위해 뛰어들었으니까요.


프로듀서 진영만 보면 정말 기대만발할 앨범이죠. 스미스의 워십 앨범을 프로듀싱한 톰 라우네라던지 어노인티드의 앨범을 맡은적 있는 웨인 테스터 같은 사람들의 프로듀싱에서는 앙상블 사운드의 정수를 기대할만 하고, 늘 그렇듯이 브라운 배니스터의 전천후 프로듀싱, 그리고 현역 아티스트로 프로듀싱을 맡은 네이던 녹클스(워터마크의 멤버죠)가 보여줄 스타일에 대한 기대도 그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에 엄청나게 부합할 정도로 [Free to Fly]의 감상이 들쑥날쑥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장르상으로는 다양한 곡들이 있지만,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은 노래의 종류가 아닌 보컬의 역량입니다. 콰르텟 멤버들의 보컬은 일종의 일관됨으로 앨범을 단정하게 만든 셈입니다. 전작에 비해서 프로듀서들이 다섯명이나 더 늘어났는데도 말이지요.


이것을 '세련됨'으로 바꿔 표현해도 과용은 아니겠지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푸짐한 차림상에서의 포식이 아니라, 몇개만으로도 배부르게 만들어주는 초밥이나 캐비어를 떠 먹은 기분이에요. 어느쪽이든 포만감은 생기게 마련이지만, [Free to Fly]에는 스타일의 과부하가 따라잡지 못할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는 [Steady On]까지도 쉽게 느끼기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일단 맘에 드는 곡들은 오프닝인 "By Heart"나 "Free Indeed" 같은 곡들입니다. 느릿하지만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면서, 전혀 늦춰지지 않는 겹겹의 화음 -'Layered Vocals'로 표현하더군요- 들이 이 리듬을 따라 진행되는 곡들이요. 이 두 곡에서 두드러지긴 하지만 리듬상으로 비슷한 분류를 놓았을 뿐, 대부분의 곡들에서 이런 화음들이 무리없이 보여집니다. 노래보다는 그 테크닉에 더 매료된 셈이지요.


이 테크닉이 맘에 드는 이유는 이런 앙상블이 10여년을 일관되게 함께 해온 팀웍 특유의 것이리라는 흐뭇한 예상때문입니다. 네 명의 보컬은 자신의 고저를 완연히 파악하고 있고, 그 타이밍 또한 절묘하게 노래들을 장식합니다. 이런 테크닉들이 단기간의 트레이닝만으로 구현되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Free to Fly]는 차분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절정에 이른 듯한 앨범으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보컬들이 곡을 이끄는 힘이 센 탓에 작곡진영에서 달렌 첵이나 브렌트 브주와를 제외하고 낯선 이름이 많은 것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네 멤버의 보컬의 힘이 입혀지면서 거의 새로운 노래로 재구성된 셈입니다.


물론 싱글 자체로서 곡의 느낌이 강한 곡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강한 곡에서 더욱 느끼기가 쉽죠. 달렌 첵의 "Praise Forevermore" 와 그 뒤를 연잇는 "Blue Skies" 같은 곡들이 그렇습니다. 이 곡들은 각각 리드미컬한 비트파트와 웅장한 분위기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앨범 전반부의 클라이막스를 담당하고 있어요.


연이어지는 "Begin with Me" 와 후반부의 "Something so Good" 도 비슷한 느낌이죠. "Begin with Me"는 바로 앞의 곡들때문에 그 체감도가 약하긴 하지만, "Something so Good" 의 경우에는 어쿠스틱한 연주로 전후의 발라드 곡들 사이에서 주의를 충분히 환기시킵니다.


언급한 곡들 이외에는 대부분 '예쁘장한' 발라드 싱글들입니다. 물론 보컬밴드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탓에 "You will Never Walk Alone", "Yes, I Believe" 등의 노래들이 상당히 비슷하게도 느껴지지만, 정교하게 결합되는 보컬의 역량은 이 곡들을 최대한 구분짓습니다. 라우드한 고음의 무절제한 분출보다는, 내실있는 저음에서의 섬세함을 택한 셈이죠. 사실 이것이 보컬팀이 걷는 수순으로는 제일 적당한 것처럼 보여요.



계속 어색한 표현을 끌어다 썼지만, 굳이 하나 더 쓰자면 [Free to Fly]는 일종의 수련의 결과처럼 느껴집니다. 다양한 스타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보컬의 역량을 재확인 시켜주는 그런 앨범말이지요. 물론 중간에 성탄 앨범이 있긴 했지만, 신곡앨범으로는 거의 3년만이라는 적잖은 기간도 이런 느낌에 한몫 하고요.


이 기다림의 공백이 보람찼다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그녀들도 20대의 푸릇푸릇함을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이들의 나이와 함께 따라온 원숙미가 그들의 음악에까지 따라왔다는 것은 [Free to Fly]에서 증명된 셈이에요. 아마 POG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게 할 동기부여로 이 증명만큼 최고의 것은 없을겁니다.


(2001/11)


PS : 그렇게 적잖은 기간이 지났는데도, 테리 존스를 제외한 세 명의 헤어스타일은 거의 변함이 없군요. 사실 테리 존스도 데뷔 앨범때의 단발을 자른 이후로는 별 변화가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