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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피에프알 PFR [Disappear]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immy Lee Sloas

(2001/Squint)



PFR의 컴백과 함께 팬들은 그들의 새로운 음악에 대해서 어떤 예측과 상상을 했을까요? 글쎄요. 정작 새로운 기대를 한 사람들은 그다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기본기가 있는 팀이고, 또 그들이 음악적인 한계점에 부딪혀 팀을 해체했던 것도 아니니까요. 제 경우를 말해보라고 하신다면, 그저 [Them] 정도의 음반만 나와도 감사하게 듣겠다는 다짐을 했었답니다. 물론 지극히 평범한 기대중 하나로요.


[Disappear]는 이런 작은 기대를 훌륭하게 충족시켜주는 앨범입니다. 짧은 트랙타임도, 귀에 짝짝 붙는 트랙들이 오랜 시간을 잡아먹지 않고도 들어오는 점들도, 정말 [Them]과 닮은 앨범이에요.


물론 레이블의 이적이라는 큰 대사가 있긴했지만, 그뿐이에요. 지미 리 슬로스의 프로듀싱, 마치 네번째 멤버인양 자주 참가하는 고든 케네디의 작곡 지원등 모든게 여전합니다.


'예상했었다'라는 총체적인 평가가 다소 시큰둥해 보이는 어감이긴 하지만, 이런 점에 대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예측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를 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니까요. [Disappear]는 충분히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오랜만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팬의 기대로서 좀 더 성가신 덧붙임을 말한다면 그 평이함 때문에 밴드로서 PFR의 음악발전이 크게 못느껴지는 앨범인 것도 사실입니다. [Disappear]는 구성면에서 그 간소함때문에, '5년만에 나온 대작'이라는 에테르를 붙이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게 만듭니다.


단순히 앨범이 짧은 것이 이유는 아니에요. 이런 구성이 이미 [Them]에서 보여졌었고, 때문에 [Disappear]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결여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들의 음악적인 행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겁니다. 흥겹고 가벼운 앨범일지는 몰라도, 엄청난 대작은 아니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팬들은 많을듯 싶군요.



[Disappear]의 가사들은 한숨에 들이키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은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또한 그들의 평상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받은 결과같군요. 일전에 이런 스타일이 스퀸트 레이블과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막상 실제로 음반을 들으니 그게 그렇게 별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네요.


특히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이들의 모노로그인 첫 곡 "Amsterdam"이나, 제목 그대로의 가사를 담고 있는 "All Ready" 같은 곡들의 내용은 마치 PFR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사운드는 종전에 비해 일렉의 내음이 더해진 감이 있지만, 어쩌면 차별적인 부분을 찾으려는 의도성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첫 싱글인 "Missing Love"를 제외하고 발라드 타임으로 두드러질만한 "You" 같은 노래들에서까지 오케스트레이션을 둘러 싸는 일렉 리프가 계속 울릴정도이니, 과도하게 쓰인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긴 합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사운드는 노래들에 잘 녹아들어갑니다. 물론 독특한 톤의 보컬들도 이에 한몫하고요. 특히 초반부의 연이어진 싱글들인 "Amsterdam", "Gone", "Missing Love", "All Ready"는 훌륭하고, "Falling" 이나 "Language of the Soul" 같은 후반부의 노래들도 멋진 소품들입니다. 적어도 [Disappear]는 그 짧은 트랙타임을 리드미컬하게 이끌어가는 동안 듣는 이들을 지루하게 하는 앨범은 아닙니다.



위에서 이 앨범에 대한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했지요. 얄궃게도 이런 이야기의 바탕에는 그들의 오랜 공백기간, 그리고 전작인 [Them]과의 비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작 팬들은 그들의 컴백을 기다렸는데도 말이지요.


그렇지만 5년의 갭을 메꿀 적응을 하는데 있어서, 전작과 유사한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을 줬을지도 모르죠. 만약 PFR의 다음 앨범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면, [Disappear]는 오랜 공백기간을 메꾼 교두보 역할을 잘 해낸 앨범으로 기억될 겁니다.


(2001/09)


PS : PFR의 앨범 제목들은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Great Lengths] 이후 나온 앨범들은 모두 트랙의 길이가 '엄청 짧은' 앨범들이었죠. [Disappear]는 그들의 오랜만의 '출현'과 함께 발표된 앨범이고요.


PS2 : 이 리뷰를 올린 다음날 들은 소식입니다. 이런 스퀸트 레이블이 파산했네요. 대부분의 레코드사 스탭은 워드 레코드사로 합병되었고, [Disappear] 투어중인 PFR의 향방은 예측 불허랍니다. 역시 스퀸트 소속인 식스펜스는 메이져 레이블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