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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니콜 C 뮬렌 Nicole C. Mullen [Nicole C. Mullen]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ustin Niebank & David Mullen

(2000/Word)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앨범을 니콜 C 뮬렌의 데뷔앨범처럼 이야기하고 있네. 사실 나도 90년대 초반에 활동을 한 적이 있다는 정도밖에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앨범을 정식으로 발표도 했던 가수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는거 아니야? 90년대의 앨범들이 마이너 레이블의 것이어서 그랬나?


= 그 당시 뮬렌의 레이블은 프론트라인(Frontline)이란 곳이었어. 영세성이 작긴 했지만, 분명 움직이는 곳이었지. 뮬렌은 이곳에서 91년과 92년에 [Don't Let Me Go]와 [Wish Me Love], 이렇게 두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프론트라인의 후신인 KMG에서는 얼마전 이 두 장을 컬렉션한 [Following His Hand]을 발표하기도 했어. 마치 신보인 것처럼 페이크를 써서. [Nicole C. Mullen]의 후광을 노린 기획이라고 할 수 있지.


- 결국 제한된 정보에 의한 결과인가?


= 의도적일 수도 있지. 프론트라인 시절에는 그냥 'Nico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거든. 99년부터 굳이 풀네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냥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Nicole C. Mullen]이 메이져필드에서의 새출발을 위한 앨범이라는 우회적인 강조인 것처럼도 느껴져. 게다가 셀프타이틀이라는 점도 그렇고. 셀프타이틀 앨범은 언제나 가수들에게 제2의 출발을 의미하는것 같거든.


- 게다가 8년이라는 공백도 있었고. 하지만 니콜이 잊혀졌던 아티스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아마 가수들의 부클릿에 제일 많이 등장했던 백보컬중 하나가 아닐까? 솔직히 [Nicole C. Mullen]이라는 앨범에는 신인들의 앨범이 갖고 있는 신선함보다는 '왜 이제 나왔나'하는 의문감이 먼저느껴져.


= 분명 오랜 칩거를 깨게한 이벤트는 있었지. 선뜻 생각나는 것은 역시 제키 벨라스퀘즈에게 준 곡인 "On My Knees"의 도브상 수상이야. '올해의 노래' 수상부문은 송라이터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니, 이 상의 실질적인 수상자는 니콜과 데이빗 뮬렌 부부, 그리고 공동작곡자인 마이클 옥스였지. 그 전에도 니콜 뮬렌은 이미 어린이 만화시리즈인 베지테일스의 주제가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 수상 이후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어. 기량있는 백보컬로서의 경력, 뛰어난 송라이팅 능력, 두 어장의 앨범활동 경험... 이쯤되면 제2의 출발은 수순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 그렇지만 [Nicole C. Mullen]의 수록곡들에서 풍기는 내음은 뮬렌이 곡을 줬던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서 느꼈던 그것들과는 차이가 확연한 것같아. 물론 보컬의 감각이 표출될 수 있을 만큼의 노래를 만들었겠지. 송라이터니까.


= 하지만 그것을 앨범의 장점으로 놓는다면, 그 수훈은 작곡실력보다는 보컬로 돌려야할 것 같은데. 대표적이 것이 "On My Knees"의 리메이크야. 벨라스퀘즈의 버젼은 출반되었던 시기 전후를 뒤흔들 정도로 임팩트를 남겼지만, 뮬렌의 버젼은 듣는 순간 리메이크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정도거든. 메인을 끄는 인스트루멘탈이 피아노에서 기타로 바뀌긴 했지만, 그게 전부. 뮬렌의 보컬은 벨라스퀘즈의 모사는 분명 아닌, 그렇다고 특별한 기교를 가미시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곡의 감성을 왕성하게 이끌어 냈어.


- 그렇지만 여전히 친숙한 분위기를 많이 담고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들어. 차분한 무드의 몇몇곡들-"Farewell", "Redeemer", "Homemade"-을 제외한, 약간의 리듬이 있는 곡들은 니콜이라는 가수의 첫인상에서 나올만한 RnB나 소울 사운드와도 더 떨어져 있어.


= 보다 더 원색적이지. 모던 가스펠이나 RnB와는 떨어져 있지만, 감각적인 비트나 디스코 리듬을 살리기도 하고. 흑인의 음반이 전형적으로 갖는 제한된 장르 이상의 것들이 이 앨범에는 분명 숨어있어.


- 프로듀싱해준 남편이 백인이어서 아닐까?


=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다양한 곡들과는 대조적으로 앨범의 테마는 비교적 일관되게 잡혀 있는 편이야. 송 그레딧이나 가사를 대충 흩어봐도 이 앨범이 '가족'이라는 주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 더 정확히 얘기하면 테마에 완전히 곡들이 끌려가고 있지. 물론 뮬렌의 친가쪽 조부모들의 죽음이라는 가족사가 있었기에 구체화된 기획이었겠지. "Family Tree", "Blowin' Kisses", "Granny's Angel" 같은 곡들의 곳곳에서 이런 테마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선에서 더 나아가 뮬렌의 조부모인 나폴레온과 베시 콜먼의 생전 육성 녹음을 트랙으로 담는 정도로 신경을 썼어.


- 심지어 뮬렌의 아이들도 여기에 참가했지.


= 그렇기 때문에 신구를 아우르는 패밀리 앨범같다는 느낌마저도 들어. 그래서 별로 돌출되는 싱글이 없지. "Family Tree" 같은 경우에는 거의 나레이션 송같다고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고.


- 하지만 일반적인 느낌으로 와닿는 몇몇 싱글은 (비록 앨범안에서 많지는 않더라도) 꽤나 와닿는걸. "Redeemer"나 "On My Knees"의 후광이 지나치게 세었던거 같애.


= 하지만 "Redeemer"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 앨범은 뒤늦게 총체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고 있는 편이야. 다음 앨범인 [Talk about It]에까지도 그 관성이 이어지는거 같고.



- 앨범이 갖고 있는 스타일의 보편성이 크지는 않지?


= 보편성이 없다는 건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의미도 되지. 뮬렌의 보컬은 이런 희소성 위에 친근함을 덧씌워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 그리고 이런 그녀의 재능이 앨범 전반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Nicole C. Mullen]은 꽤나 들을만한 앨범이야. 무엇보다도 가족이라는 테마가 천상에 대한 소망과 이어지는 구성도 발군이고. 대부분의 곡들이 떠난 이들을 위해 부르고 있는데,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이 아직도 니콜 뮬렌의 옆에서 실실 걸어다니는 느낌이 들거든.


- 그러니까... 무슨 유령같은데..


= 괴담에 나오는 유령같은게 아니라... 일종의 '유산'말이야. 혈통에 흐르는 복음의 표출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 부분정도는 듣는 이의 체감도에 따라가겠지. 아마 뮬렌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자존감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었겠지. 대단한 일을 한 셈이야. 그 결과도 좋았으니 다행스런 일이고.


(2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