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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케네디, 커크패트릭, 마데이라, 스프라그 Kennedy, Kirkpatrick, Madeira & Sprague [Coming from Somewhere Else]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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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Kennedy, Kirkpatrick, Madeira & Sprague

(2000/Rocketown)




2000년 가을, 마이클 W 스미스의 로켓타운 레코드에서는 [Coming from Somewhere Else]라는 제목의 독특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앨범에 참가한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성 가수들이 아니라, 제목처럼 어디선가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온 사람들도 아니었죠. 고든 케네디, 웨인 커크패트릭, 필 마데이라, 빌리 스프라그는 여러 CCM 곡들을 작곡해온 송라이터들이었습니다.


송라이터라고는 했지만 실은 이들도 가수입니다. 스프라그는 솔로 활동을 한적이 있었고, 커크패트릭은 이 앨범 발매 즈음에 첫 솔로 앨범인 [The Maple Room]을 발표했지요. 솔로 활동은 아니었지만 케네디도 화이트 하트와 독스 오브 피스의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마데이라도 최근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요. 하지만 이들의 명성은 작곡가로서 더 유명하죠.


이 앨범에는 독특한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타이틀인 "Coming from Somewhere Else"를 제외한 모든 곡이 이 네명의 작곡가들에 의해 쓰여진, 그러나 다른 가수들이 녹음했던 노래들의 리메이크로 채워진 겁니다. 이런 구성의 앨범이 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모두 유능한 연주자이자 보컬들이기 때문이었겠지요.


따라서 이 앨범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수록곡들의 오리지널을 감상했던 사람들일 겁니다. 물론 리메이크라는 에테르를 떼고 곡 자체만으로 보아도 좋은 노래들임엔 틀림없지만, 원곡과의 비교에서 오는 쏠쏠한 재미까지 느낄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서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유명하긴 했지만, 정작 라이센스는 잘 되지 않은 노래들이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수잔 애쉬턴이 처음으로 불렀던 노래들이 세 곡이나 있지만, 애쉬턴의 앨범이 라이센스로 들어온 적이 없었기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더합니다. 사실 애쉬턴의 노래가 많이 수록된건 어느정도 우연의 결과입니다. "Coming from.."과 "Change the World"를 제외하고는 네명의 멤버들이 자신이 쓴 노래중 두 곡씩을 선택했는데, 그중 케네디와 커크패트릭, 마데이라가 모두 애쉬턴에게 주었던 노래를 지명하는 바람에 세 곡이나 들어간 겁니다. (그 중에 두 곡이 92년의 힛트 앨범 [Angels of Mercy]의 수록곡들이랍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있는 반가운 노래들도 있습니다. 마이클 스미스가 불렀던 "Place in This World", 샌디 패티의 "Via Dolorosa", 그리고 에릭 클랩턴의 "Change the World"까지! 아마 "Change the World"의 수록은 이 앨범에서 큰 기둥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래미의 최고영예까지 얻은 이 노래의 작곡가 세 사람중 두 명이 이 앨범에 참가했으니까요.



수록곡들의 리메이크는 독특합니다. 독특하다는 의미가 꼭 원곡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특히 수잔 애쉬턴의 노래들중 "Grand Canyon"과 "You Move Me"는 컨트리 앨범들의 전례를 따라 다른 가수들이 이미 한두차례씩 리메이크를 했던 적이 있기때문에, 이 팀의 리메이크라고 유별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네 보컬의 앙상블이 멋있는 화음을 만들어내는 후렴부의 느낌은 참 좋아요.


리드 싱어들의 보컬이 다른 톤을 내는 것도 앨범을 구성지게 만듭니다. 커크패트릭이나 케네디가 '잘 부르는' 보컬이라면, 선이 뚜렷한 스프라그의 보컬과 굵직한 마데이라의 보컬이 대조를 이룹니다. (그러고보니 마데이라의 보컬은 에릭 클랩톤과 참 비슷합니다. 커크패트릭 대신 마데이라가 "Change the World"의 보컬을 맡았으면 어땠을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래들의 리메이크들도 반갑죠. 특히 메가힛트곡인 "Place in This World", "Man after Your Own Heart"같은 노래들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몇몇곡은 연주의 분위기에서 나름대로의 증폭을 주기도 하고요. 이런 면의 이익을 받은 노래들은 PFR의 "That Kind of Love"나, 역시 스미스의 "Place in This World"같은 곡들입니다.


스프라그가 부른 노래들은 그의 보컬이 호소력있는 필링을 갖고 있기때문에 인상이 진하게 남습니다. 게다가 그의 노래들인 "Via Dolorosa"나 "Man After Your Own Heart"가 애절함과 호소력을 담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샌디 패티나 게리 채프맨의 보컬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새로운 싱글인 "Coming from Somewhere Else"는 메시지도 좋고 노래도 흥겹긴 하지만, 다른 곡들에 대한 기대치때문에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낮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굵직한 사람들이 한데 모였으니, 타이틀 싱글 하나 정도는 새로 취입할 필요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보너스 트랙같은 느낌을 주긴하지만 "Change the World"도 좋네요. 하지만 커크패트릭의 보컬이 참신해 보이기는 해도 웬지 클랩톤의 보컬에 더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더군요. (그런데 부클릿에는 이 노래를 클랩톤이 취입하기전인 96년에 이미 와이노나가 불렀었다고 하네요. 처음 알았어요.)



[Coming from Somewhere Else]는 수록된 곡들보다는 음반의 기획자체로 더 남을만한 앨범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들이 일관된 어쿠스틱 세션분위기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향수에 푹 빠질 지경이거든요. 우리나라의 제한된 여건때문에 이 느낌을 크게 맛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CCM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만족할 만한 성찬이었을 겁니다.


선뜻 생각이 난건데, 이런 기획으로 속집도 생각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Change the World"의 작곡 3인방중 이 앨범에서 빠진 나머지 하나인 타미 심즈같은 사람을 끌어들여서 말이에요. 아니면 아예 크리스 로드리게즈나 크리스 이튼같은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Coming from...] 앨범을 만든다거나... 하긴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겠군요.


(2001/07)


ps: 부클릿에는 이 앨범의 노래들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불렸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곡을 불렀던 가수들의 소감까지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수잔 애쉬턴의 "You Move Me"에서 피어스 페티스의 리메이크가 빠진것은 참으로 유감이에요. 페티스는 케네디와 함께 이 노래를 작곡했죠. 게다가 이 노래가 프론트 타이틀로 실렸던 페티스의 앨범 [Making Light of It]은 그 제목까지도 "You Move Me"의 가사에서 따온 것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