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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Double Take]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hn & Dino Elefante

(2000/Word)




페트라의 앨범 [Double Take]는 컬렉션 앨범이 아닙니다. 송리스트만 보면 마치 두곡의 신곡이 포함된 컬렉션 앨범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앨범은 홀리솔져의 [Encore]처럼 자신들의 기존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12곡의 노래 모두 "New Recordings"인 셈이죠.


곁가지 이야기로... 2000년으로 결성 28년째인 페트라가 그동안 몇장의 컬렉션 앨범을 냈을까요? 멤버들이 기획단계에 참가하여 곡편성및 보너스 신곡까지 녹음한 정격 컬렉션을 의미한다는 전제를 두고 말이에요.


답은 '한장도 없습니다.' 설마!하며 몇몇 앨범의 이름들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War and Remembrance], [Petra Means Rock], [Power Praise], [Petraphonics], [Rock Block]....등등등. 심지어는 그 앨범들에 포함된 몇몇 신곡들.. "Power Praise", "Radio Daze", "Rock Block" 까지도 떠올릴 수 있겠고요.


하지만 이 이름들로 나온 컬렉션과 보너스트랙중 페트라의 멤버들이 참가한 것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컬렉션 앨범들은 음반사-특히 페트라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스타송-가 임의로 짜집기한 앨범들이었고, 신곡으로 나온 노래들은 기존곡의 리믹스 메들리에 새로운 제목들을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 곡들은 멋졌지만, 팬들을 위해 새로운 느낌으로 신곡을 만든 것과,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들이 기계조작을 한 것은 천양지차이지요.


따라서 [Double Take]는 리메이크라는 점과는 별개로 상당한 의의가 있는 앨범입니다. 또, 전 앨범인 [God Fixation]의 부진함을 상쇄할 만한 돌파구로의 기대치도 가중된 앨범이었고요.



[Double Take]에서 리메이크된 곡들은 시대적인 균일성이 없습니다. 크게 나누자면 그렉 볼즈가 보컬이었을 당시의 노래였던 "Juda's Kiss" , "The Coloring Song"-이 두곡과 85년 앨범인 [Beat the System] 이후 93년 [Wake-Up Call]까지의 8곡, 이 두 부분입니다.


30여년의 음악활동중에서 단 10년의 기간에 나온 앨범들만이 선곡 대상으로 잡혔다는 것은 이 앨범의 컬렉션적인 성격을 희석시키는데 한몫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느낌의 리메이크에 역점을 두었다는 의미죠.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만약에 [Double Take]의 리메이크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가장 리메이크할 필요가 없는 앨범을 꼽는다면 단연 전작인 [God Fixation]이 꼽힐 것입니다. 가장 최근 앨범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이 앨범이 [God Fixation]에서 보여준 음악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스타일을 그저 '어쿠스틱'이라는 말로만 표현하기는 좀 난감합니다. 비중은 줄었지만 키보드 등의 '플러그드' 사운드도 분명 가미되었거든요. 하지만 앨범의 형식을 대부분 차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과도하게 쓰인 스트링과 하모니카는 분명 이 앨범을 페트라의 다른 앨범들과 구별되게 만듭니다. 특히 오랜만에 장기를 발휘하는 테리 맥밀란의 하모니카 연주는 이 앨범에 블루스락적인 느낌마저 줄 정도입니다.


다 좋습니다. 30년차에 스타일의 전환도 생각해 볼만하고, 그것이 전작들의 새로운 해석으로 이어진다면 골수팬들은 두팔 벌려 환영할 만합니다.


문제는 완연하게 바뀌어진 멜로디들입니다. 이 앨범의 리메이크 곡들 중 원곡의 멜로디가 그대로 이어진 곡은 단 한곡도 없습니다. 리메이크 곡들에서 남은것은 가사와 리듬뿐입니다. 이는 20년전 노래들인 "Juda's Kiss"나 "The Coloring Song"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이해가 안간다면 dc Talk의 라이브에서 새로운 노래로 다시 만들어진 "The Hard Way"를 연상하시면 될거에요.


하지만 이 곡들은 '원곡의 새로운 느낌의 재창조'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원곡의 멜로디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고, 이를 위해서 각 노래들은 끊임없이 메이저와 마이너 코드를 완급하게 넘나듭니다. 총체적으로 이런 느낌은 새로운 연주와 더불어서 기존곡들에 비해 심한 이질감을 줍니다.


차라리 기존곡을 모른다는 가정에서 온전히 12곡 신곡 수록의 새 앨범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구성이 좀 방만하고 방만한 구성과는 별개로 컬렉션이 갖는 특징때문에 앨범자체가 너무 소품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앨범에서 튀는 곡들은 자연히 2곡의 신곡들뿐입니다.


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구성입니다. 80년대,90년대를 풍미한 페트라의 장기는 폭발적인 일렉사운드와 보컬의 개성이었고, 이를 어쿠스틱 이라는 스타일로 새로 입힌다면 충분히 괜찮은 앨범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겁니다.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컬렉션 앨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Lord of the Dance"와 "The Walk"의 '애비로드 버젼'을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여기에 멜로디마저 바뀌어 버린 것은... 마치 화장만 가볍게하고 나와도 예쁘게 보일 여자친구가 욕심을 내어 성형수술까지 해버리고 나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된 심정같군요.
 


앞서 말했듯이 두곡의 신곡들은 썩 괜찮습니다. 특히 발매직후 차트의 수위를 차지한 "Breathe In"은 멜로디와 리듬이 전반적인 앨범의 분위기에 맞춰져서 만들어진 곡이기에 훌륭합니다. 아참, PFR의 조엘 핸슨이 "The Longing"의 송라이터로 참가했다는 점이 독특하네요.


화이트하트의 기타리스트였던 브라이언 우튼은 이번 앨범에서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게스트 세션 참가는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그냥 세컨드 기타로 영입해도 되겠네요.


아무래도 [Double Take]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 앨범의 준비단계에서 일종의 전회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스타일에 있어서는 전작의 영향이 관성을 따라 왔다고 해도 말이지요.


실제로 이 앨범은 다소 찬밥신세입니다. 앨범 발매 이후에도 그들의 새 홈페이지 (http://www.petrafanclub.com)에서는 오로지 [God Fixation]의 이야기 뿐이었으니까 말 다했죠.


[Double Take]는 리메이크 앨범이라는 에테르를 붙이고 고려해도 [God Fixation]과 묶여질 앨범입니다. 따라서 [God Fixation]이 그들 의 음악영역에서 차지한 입지를 같이 나누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과연 페트라라는 이름이 갖는 스타일이 이 두장의 앨범으로 고정될까요? 아니면 결성 30년째에 맞이하는 새로운 음악이전에 잠시 지나가는 스타일로 기억 될까요? 그 입지에 대한 평가는 이후의 앨범들이 나온뒤에 내려지겠지요.



물론 각개적인 평가를 하자면 [God Fixation]에서 느껴진 아쉬움까지도 따라올 앨범입니다. 게다가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주었기때문에 그 아쉬움도 더 큽니다.


하지만 지나간 명곡들을 다시금 회상하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Double Take]는 큰 역할을 하는 앨범이 될겁니다. 타이틀의 실제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Do a double take"란 말 자체가 '지나간 말의 의미를 뒤늦게 알아차리다'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몇몇 면면들만으로 아쉬움을 말하기에 '페트라'는 너무나 큰 이름입니다. 그들의 다음 앨범을 기대합니다.


(20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