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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레이첼 람파 Rachael Lampa [Live for You]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 Brent Bourgeious

(2000/Word)




2000년에 등장한 또 한명의 틴 스타, 레이첼 람파의 음반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테이시 오리코의 생소함과 달리 약간의 기시감을 줍니다. 기라성같은 선배 아티스트들의 백업(이건 너무 당연한가요?)에 출중한 외모, 두루두루 섭렵하는 곡의 스타일들과 우렁찬(!) 틴에이져 특유의 보컬을 듣노라면, 이 음반이 제이키 벨라스퀘즈의 그것을 벤치마킹 했다는 생각이 안들래야 안들 수가 없어요. 게다가 비디오로 만들어진 첫 싱글도 벨라스퀘즈의 첫 싱글인 "Un Lugar Celestia" 같은 분위기의 라틴팝 "Live for You" 잖아요.


선배 가수에게서 모티브를 얻는게 나쁜건 아닙니다. 실제로 람파의 음반은 친숙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오리코보다 우월했으니까요. [Live for You]에서 미약하나마 불만인 점은 이런 구성이 틴스타들의 앨범에서 나오는 틀에 박힌 전형같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제가 람파의 앨범을 출반 시기보다 늦게 들은 탓도 있겠지만요.


람파는 이런 진부함의 해결책으로 각 스타일의 증폭을 택했습니다. 벨라스퀘즈의 음반이 흐릿한 수채화였다면, 람파는 여기에 유채로 덧칠을 한 셈입니다. 그 결과 [Live for You]의 백화점식 장르 나열은 명약관화하게 뚜렷해졌죠.


그랜드 코러스로 시작되는 고색창연한 "Day of Freedom"을 비롯해서, 뉴에이지 스타일의 인스피 송인 "Always be My Home", 평이한 분위기의 "Free", "Secret Place", "My Father's Heart", 라운지송 분위기의 "Blessed" 같은 곡들이 발라드 부분을 채우고 있다면, 완연한 댄스팝인 "Shaken", "You Lift Me Up" 같은 곡들이 다른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죠.



최정예의 송라이터들과 백보컬, 세션들이 동원된 것도 이런 스타일들의 구분과 증폭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신디 모건, 니콜 뮬렌, 댄 무캘러 (이 두 사람은 거의 틴 가수 양성 아티스트처럼 되는군요), 제리 맥퍼슨, 타미 심즈, 지미 리 슬로스, 크리스 이튼, 크리스 로드리게즈, 크리스 맥휴, 스티브 브루스터... 각 분야에서 엄청난 진영들을 갖췄죠. 게다가 이들을 이끈 두 명장들은 브라운 배니스터와 브렌트 브루즈와입니다!


대단하죠. 하지만 과도하게 두드러지는 후광때문에 아티스트가 묻혀버리는 경우가 걱정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인 것도 사실입니다.


람파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이 데뷔 앨범에서는 화려한 후광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비교적 잘 드러낸 편입니다. 역시 그 핵심은 파워풀한 보컬에 힘입은 바가 크죠.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트랙을 따라 나오지만, 람파의 보컬은 스타일 자체에 압도되지 않고 무리없이 각 노래들을 이끕니다.



장르의 다채로운 나열때문에 오히려 개성적인 부분이 덜 두드러져 보이긴 하지만, 람파의 보컬은 궁극적으로 여러 스타일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개성'을 천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앨범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중 보컬의 성량과 스케일은 최근의 다른 틴스타들에 비해 람파가 월등합니다.


아무래도 콜로라도의 에스테스 파크에서 있었던 컨퍼런스 공연에서 시작한 아티스트이니 제일 먼저 어필을 한 부분이 보컬이긴 할겁니다. 일단 데뷔무대부터 제작진쪽에서 먼저 람파에게 제안을 했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레이첼 람파가 앨범의 제작보다는 보컬파워를 위한 워밍업에 더 무게를 둔 아티스트라는 점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으니 당연히 앨범도 뚜렷하고 신나면서, 감동적이고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위에서 말한 지원군들의 역할이 컸겠지요. 하지만 너무나 뚜렷한 장르들이 물밀듯이 다가오는 바람에 웬지 곡들이 그냥 귀에만 붙는 'ear candy' 정도의 가벼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멋들어지게 부른 것 만큼 람파가 이 엄청난 노래들을 다 자신의 스타일로 섭취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기고요. 일종의 과유불급인 셈이죠.


몇몇 면에서 아직 덜 숙성된 분위기의 앨범이긴 하지만, 세련된 곡들과 이 곡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람파의 보컬은 분명 들을 거리입니다. 게다가 [One], [Lullaby for Columbine], [One Silent Night] 같은 굵직한 옴니버스라던지, 마크 슐츠의 새 앨범에서 듀엣곡을 부르는 등, 후속 활동도 왕성한 상태고요.


람파 자신의 색채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곡들이 더 채워진다면, 다음앨범에서 보여질 상승작용은 '엄청날' 거라고 예상됩니다. 아마 동년배의 팬들에게는 더할거에요. 늘 그렇지만 때로는 비장한, 때로는 순수한 젊은 틴에이져 아티스트들의 신앙고백은 다른 세대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공감대로 남으니까요.


그건 단순히 음악이 좋다, 별로다라는 단편적인 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겁니다. 레이첼 람파도 그런 젊은 신앙의 선두에 서길 바랍니다.


(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