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플럼 Plumb [Candycoatedwaterdrops]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tt Bronelewee
& Glenn Rosenstein

(1999/Essential)



= 플럼의 첫 앨범 [Plumb]의 성공은 90년대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여성보컬이 주가되는 얼터너티브 그룹들이 많이 양상된 음악계의 분위기를 볼 때, 비슷한 주류들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커.


- 일종의 할로 이펙트 아닐까? 오디오 아드레날린이 디씨 토크의 후광을 입었던 것 처럼, 플럼은 자스 오브 클레이의....


= 아무래도 이들이 시장에 소개되기 직전까지의 과정은 그런 부분에 힘입었을 가능성이 크지. 그러나, [Plumb] 이 거둔 성과는 전적으로 후광효과에 힘입은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훌륭하거든.
오디오 아드레날린의 경우를 얘기했는데, 사실 AA의 데뷔 앨범은 "My God" 이나 "P.D.A"를 제외하고는 별 각광을 받지 못했어. AA가 토비 맥키한에 의해서 음악을 시작했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회자된 것은 두번째 앨범 [Don't Censor Me] 가 좋은 반응을 얻던 때부터 였거든. 결국 '유명한 선배 팀의 도움으로 인해 데뷔한 그룹'이라는 에테르는 어떻게 보면 그 그룹의 저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애꿎은 방해물 역할만 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플럼은 절대로 자스 오브 클레이의 그늘에 가릴만한 팀이 아니야. 그건 이미 첫 앨범부터 증명이 되었어.



- 정말 여성 보컬이 주가 되는 팀이 '쏟아져' 나오는 모던락 분야에서, 플럼의 성공요인을 딱 잡아서 말할 수 있을까?


= 아주 기본적인 것을 생각한다면 플럼의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지.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면면을 생각해본다면, 플럼의 리더를 보컬이 맡고 있다는 이유도 있어. 음반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보컬이 바로 이 팀의 리더라는 거지. 흔한 경우는 아니지. 앨범을 기획하는 부분에서 이런 구성의 팀은 대걔 기타를 맡고 있는 남성 멤버가 리드를 하거든. 식스 펜스 넌더 리쳐나, 클리어등을 보면 알 수 있지.



- '리더'라는 위치가 앨범에서 맡고 있는 위치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틀리겠지. 음반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 몰라도, 그야말로 팀의 대변인 정도라면...


= 플럼에서 티파니 아버클의 역할은 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사실 플럼이라는 그룹 자체가 티파니 아버클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지. 이 두번째 앨범에서도 그 흔한 "Plumb is....아무개, 아무개" 이런 말은 크레디트 어디에도 없어. 세션들을 보면 키보드의 매트 스탠필드나, 드럼의 조 포터를 빼고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거든. 심지어 스티븐 레이윅같이 플럼 결성당시에 주축멤버였다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이번 앨범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어. 물론 플럼은 그룹이야. 기타로는 샤드 비티와 베이스의 B.J 에벌이 가세 하면서 전작의 4인방에 이어 새로이 5인방의 진영을 갖추고 있지. 하지만 멤버간의 균형에서도 아주 큰 방향이 아버클에게로 맞춰져 있어. 그야말로 아버클이 '중심으로 세워진(plumb)' 것이지. 따라서 이 앨범의 방향과 작곡, 많은 부분은 아버클의 손에 달려있어. 작곡 부분은 아버클과 함께 프로듀서인 매트 브론리위가 그 공을 나눌 수 있겠고.


- 보컬이 곡을 담당하니 곡의 느낌을 살려 부를 수 있는 강점을 얘기하고 싶은거야? 그거야 이미 [Plumb]에서도 충분히 느껴졌지. 티파니 아버클은 분명 훌륭한 보컬이지만,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작위까지 동시에 겸비하는 모습때문에 더 대단해 보여.


= 그것이 플럼의 강점이고. 이번 앨범에서는 충분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애.



- 제목을 처음 보고는 질릴 뻔했어.


= 어절을 그냥 붙여 쓴 것 뿐인데. 'Candy-coated waterdrops'로 읽으면 돼. '당의정을 입힌 물방울'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영양가는 없지만 목구멍을 넘어가기 전까지 무의미한 단 맛 만을 남겨주는 세상의 모습을 풍자한 제목이야. 물론 동명의 곡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담겨 있고.


- 그랬겠지. 안그러면 댁이 그 제목만 보고 어찌 그 숨은 의미를 알아낼 수 있었겠어?


= 어머, 무슨 말씀을. 아무튼 붙여놓은 긴 제목을 보고 웬지 음악에 담긴 메시지들에 대한 난해함을 미리 감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Candycoatedwaterdrops]는 여러 방면의 문제와 자기 고백의 모습에 있어서 팬들과의 교류를 충분하게 하고 있어. 그리고 그 메시지 위에는 멋진 음악이 씌여져 있고.


- 'Candy-coated'구먼. :)



= [Candycoatedwaterdtops]는 음악적으로 많은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제일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바로 탐 하워드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야. 11개의 트랙중 이들이 가세한 트랙이 무려 5개인데, 몇몇 곡에서는 여느 그룹들의 음악에 들어가는 정도같이 부분적인 장중함을 가미해주는 정도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있어.


- 첫곡인 "Late Great Planet Earth"만 들어봐도 그 느낌은 강한걸. 대개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모던락 음반에서 영향을 끼치는 건 주로 현악 반주로 함께 할 경우인데, 이 곡은 관악의 장중함으로 오프닝 부분을 맡고 있잖아.


= 현악도 마찬가지야. 대체로 스트링은 기교적인 측면에서 원래의 연주를 뒷받침 해주는 정도이지만, 이 앨범에서는 간주부분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이 독자적인 음색을 채우는 역할까지도 하고 있어. "Drugstore jesus"같은 곡이 대표적이지. 이 곡에서는 관악과 현악까지도 풍성한 배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 탐 하워드....요즘 이름 많이 보이네.


= 어덜트 컨템퍼러리 진영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할 때 우리가 주로 만난 이름은 론 허프, 그리고 내시빌 스트링 머신이었지. 그러나 모던락 분야에서, 혹은 꼭 그 분야가 아니더라도 뭔가 좀 평이함을 벗어나는 색채가 필요할때-예를 들면 신디 모건의 [Listen]같은 앨범에서-탐 하워드는 종종 얼굴을 비췄지. 관현악 지휘자로서 탐 하워드의 역량은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 보다도 꽤 큰데,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할때의 명성에 버금갈 정도야.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모던락 계열의 워십 앨범인 [At the Foot of the Cross] 시리즈이겠지.



- "Late Great Planet Earth"는 제목과 진행의 분위기만 들어도 성경중에 계시록이 딱하고 떠오를 만큼 비장한 분위기가 풍기는데...제목에서 놀란 가슴이 또다른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기분이야. 제대로 본거 맞지?


= 심판의 때를 노래한 이 곡은 [Candycoated...] 중에서도 제일 비트가 쎈 곡이기도 하지. 앨범의 첫 곡임에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각인시키는 느낌이 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두번째 곡인 "Stranded"이 오히려 이 앨범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어. 앨범의 초반부에 있는 "Stranded", "Here with Me" 부터 시동이 걸리는 [Candycoated...] 의 분위기는 실상 이 앨범 전체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노래들이야.


- 아마 첫 곡인 "Late Great Planet Earth" 이후의 곡들이 메이져 코드로 일관되는 분위기여서 그런 느낌이 드는게 아닐까? 비트는 약할지라도 다소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들은 앨범 중간에서도 충분히 보여지잖아.


= 그렇지. 확실히 [Plumb]에서 보여졌던 그런지한 부분이 많이 감쇄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섵부른 시도보다는 오히려 아버클의 보컬에 의지하여 깨끗한 덧칠을 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듯한 곡들이 많은데, 그것이 더 앨범을 깔끔하게 보이는 청량제로 작용되었어. [candycoated..]의 자켓은 [Plumb]의 그것보다는 훨씬 우중충해 보이지만,오히려 내용물은 더더욱 입맛을 당기는 곡들로 채워져있어. 감히 원숙미라 표현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노래들이지.


- 그렇기 때문에 앨범 전체적인 감상을 하는 동안에도 모든 곡들을 전반적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거겠지? 플럼이 원래 이런 그룹이었나?


= 이게 두번째 앨범이야. 그들이 어떤 그룹인지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Candycoated...] 는 [Plumb]의 성공에 고무되어 무작정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지. 거기에 이 앨범의 노래가 플럼의 것일 수 있도록 하는 비트있고 몰아치는 분위기의 "Solace"같은 곡들도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고. 이런 전체적인 흐름에 재치있는 가사들도 한몫을 하고 있어. '재치있는' 가사들이야...'재치있는'...


- '하나님이 뚫으신 구멍', '사탕을 겉에 묻힌 물방울', '약방의 예수님', 재치는 있어보인다... -_-;


= 이번달 (99,5월 마지막주간)에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실질적으로 "Late Great Planet Earth" 와 함께 앨범에서 제일 먼저 뜨고 있는 "God-Shaped Hole"은 역시 앨범 안에 포함되어 있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의 곡들 중 하나인데, 모두에게 하나님이 깍아놓으신 구멍이 하나씩 있고 우리 자신보다는 하나님만이 그 구멍을 채우실 수 있다는 내용이야.


- "Drugstore jesus"는? 약방의 예수님..?


= 이 곡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좀 있지. 아까도 얘기 했듯이 오케스트레이션의 장점을 제일 타고 있는, 그래서 앨범의 후미에서 잔잔한 클라이 막스를 유도하는 이 곡은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풍자성이 강한 노래야. 'Drugstore'는 'Pharmacy'같은 '약국'과는 틀리게 가벼운 식사나 물품을 살 수 있는 미국의 겸용약국-편의점을 의미해. 영화 팬이라면 눈치 채겠지만 이 제목은 구스 반 산트가 감독했고 맷 딜런이 나왔던 마약 영화 [Drugstore Cowboy]를 비틀은 제목이야. 하지만, 꼭 'drugstore'를 마약상이나 약국으로 해석 할 필요는 없어. 여기선 '일상적인 장소'를 의미해. 영화 [Drugstore cowboy]는 주인공들이 마약을 위해 약국을 터는 장면때문에 그런 제명이 들어간 것인데, 소위 말해 '허황된 가치를 위해 일상적인 곳에서 폭력을 난무하는 무법자'라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지.
이 곡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jesus'는 그저 '구원자'정도로 해석되는데 위의 해석에서 '무법자'를 '구원자'정도로 바꾸면 되지. 일상적이고 하찮은 공간에서 단지 자신만의 안녕을 위해 착각속에 살아가는 사이비 구원자를 풍자한 제목이야.


- 쉽진 않은걸. 그렇다면 정녕 좋은 뜻은 아니네?


= 사실 이런 비유는 바다 건너 사는 본토 애들에게도 쉽진 않아. 엣센샬의 홈페이지 올라와 있는 인터뷰에서도 아버클이 직접 강조한 부분이 있는데, 자켓 뒤의 송리스트들 중에서 단어의 첫 글자가 유일하게 소문자로만 쓰여진 'jesus'의 'j'를 주목 해달라는 것이었어.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구원속에 안주한 소인배를 비꼬는 의도라고 할 수 있지.
이 곡의 분위기는 풍자적이지만 아름답고 가녀린 진행의 보컬때문에 아버클이 노래하는 'Drugstore jesus'에 대한 감정은 비난 보다는 오히려 동정과 안타까움에 가까워. 그런 이유 에서인지 풍자에 의한 카타르시스 보다는 슬픔이 느껴지는 노래야.



- "Damaged" 또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 물론이야. 이 곡은 [Plumb]의 "Send Angel"을 그대로 계승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플럼이 늘 모토로 삼고 있는 캠페인적인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가사의 전반부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카운셀러 연락처를 남긴 것도 플럼이 97년부터 해온 일이지.




- 정리할 시간.


= 데뷔 앨범으로 인기 몰이를 한 신인 그룹이 소포모어를 탈출 하는 방법으로는 그들만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방법과 새로운 스타일의 창출이 있지. 전자는 듣는 이들이 다소 질릴 수 있고, 후자는 완전히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어느모로로 보나 위험성이 존재해. 두 방법중 어느 방법이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방법을 택하던지 숙련된 아티스트라면 고유의 원숙미로 이를 벗어 날 수 있는 법이야. 그리하여 [Candycoatedwaterdrops]에서 플럼은......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지.


= 단순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의의보다는, 그 두 마리 토끼를 잘 배합해서 더 멋진 요리를 만들었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어. 다시말해 두 마리 토끼를 따로 잡아먹기 보다는, 한 솥에 집어넣고 더 배부르고 맛있는 토끼탕을 끓이는데 성공 했다는 의미지.


- (도대체..... -_-; )


=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댓가는 플럼의 골수 팬들이나, 아닌 사람들 모두에게 크게 어필될거야. 상업적인 성과를 예측하는 것은 리뷰어에게 언제나 두려운 일이어서 이번에도 말하기가 상당히 겁나지만......(게다가 잘 맞지도 않고...^^;)

- 화이팅! 화이팅!


= 험!.......[Candycoatedwaterdrops]는 충분히 성공할 앨범이야. 이 앨범에서 티파니 아버클은 플럼의 스타일이나 고유함, 그 어느 것에도 눌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표현하고 있어.
음악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가사들에서도 이 점은 드러나는데, '써야하는 가사'가 아닌, '쓰고 싶었던 가사'를 곡으로 만든 것 같아보이는 이 앨범의 내용들은. 팬들과 음악간의 의사소통에 더더욱 큰 윤활제로 작용될 거야.


- 마지막 질문. 히든 트랙에서 "He's Got the Whole World"를 부른 매디슨 윌리암슨은 도대체 누구야? 이름같아서는 원로가수의 어릴적 목소리같아 보이는데.....


= 티파니 아버클의 교회에 다니는 5살짜리 꼬마래. 모르지, 이 다음에 훌륭한 원로 가수가 될지도.


- 그래서 자켓에서도 '데뷔 무대'라고 했나? 허허...부른 구절 계속 부르고 또 부르는걸 들으니 텔레토비가 생각나던걸.


(199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