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ars of Clay
(1999/TN2)
아마 공식적인 자스 오브 클레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 앨범을 찾을 수는 없을겁니다. 이 앨범은 99년 [If I Left the Zoo]가 발매될때 한정판으로 제공된 EP거든요. 그래서 '앞마당 썰매'라는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도 부클릿에 구구절절하게 나옵니다. (99년 새 앨범 녹음도중, 눈이 하얗게 쌓인 스튜디오의 앞에서 비롯된 어쩌구 저쩌구...)
사실 자스 오브 클레이의 EP는 새삼 이야기하기도 뭣하죠. 워낙 많으니까요. 혹자는 그들의 쏟아지는 EP를 자스 오브 클레이의 실험정신에 입각한 거라고도 하지만... 여하튼요.
앨범의 구성은 "Liquid"와 "The Coffee Song"을 제외하고는 다른 그룹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채워졌습니다. 배드핑거, 포코, 비치 보이스 등 세큘러 밴드들의 노래의 리메이크가 대부분이지만, "Rose Colored Stained Glass Windows"처럼 크리스천 밴드인 페트라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도 있어요.
송리스트를 한번 보세요. 대시옆에 밴드의 이름이 쓰여진 곡들이 리메이크 곡들입니다.
1. Rose Colored Stained Glass Windows -Petra
2. No Matter What -Badfinger
3. The Coffee Song (Good Coffee, Strong Coffee)
4. Crazy Love -Poco
5. Liquid
6. God Only Knows -The Beach Boys
7. Swingtown -The Steve Miller Band
이런 구성때문에 원곡의 음악을 잘 모른다면, 이 곡들의 자스 오브 클레이식 컨버젼도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프뮤직부터, 재즈한 스타일까지 두루 그들의 스타일로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 이 젊은 밴드가 보통나기가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히 듭니다.
특히 페트라의 "Rose Colored Stained Glass Windows"는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한정판임에도 MP3 파일 공유로 끊임없이 팬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곡이죠. 한편 데뷔 앨범의 수록곡 "Liquid"나 그들의 라이브에서 단골로 선보였던 "The Coffee Song"같은 곡들은 인터넷 팬페이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사운드 샘플의 연장선같아 보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 곡들과 역시 싱글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 "Swingtown"은 라이브 트랙으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곡들은 큰 감흥은 없습니다. 어짜피 상업적인 여부를 배제하고 만든 음반이니, 한번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우리 스타일로 불러보자... 라는 밴드의 소박한 의지가 앨범에서 술술 배어져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밴드 멤버들 간의 공감이 음반을 듣는 이들에게까지 전해지지는 않는거죠. 전해진다 하더라도 이들의 음악행보를 줄줄 따라온 고정팬들 정도에게만 한정될 테고요.
그래서, 이 앨범은 음악적인 가치보다는 여전히 팬들의 소장용이라는데에 더 무게를 실고 있어요. 각 트랙의 가치만을 따로 따진다면, JOC의 다른 EP라던지 인터넷, 혹은 MP3 공유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공식 발매 앨범이 아니기때문에 카피라이트에 대한 관념도 조금 희미한 앨범이기도 하고요.
결국 실험정신에 입각한 소품이라는 의견에 손을 들어줘야겠네요. 이 앨범을 가진 팬이라면 '나에게 JOC의 미공개 노래들이 담긴 CD가 있다'라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JOC의 팬 기념품이 하나있다'라는 소박한 만족이 더 크게 와닿을테니까요.
(20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