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짐 브릭만 Jim Brickman [Destiny]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im Brickman
& David Pringle

(1999/Windham Hill)



짐 브릭만의 한국판 세트 앨범인 [Ballads]의 속지에 최우정씨가 쓴 글을 보면 80년대 후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뉴에이지 음악이 90년대 들어서 침체활로에 놓인 이유를 자극적이지 않은 스타일과 더불어 장르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스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상당히 공감가는 말이었다.


결국 인스트루멘탈의 활로 또한 대중적인 경로의 전철을 밟는 것이 용이하다는 결론인데 이는 일반 레이블들이 자체적으로 뉴에이지 레이블을 두었었기 때문이리라.


크리스찬 음악계에서 뉴에이지 분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 80년 대에는 워십과 프레이즈의 영역에서 점차적 으로 컨템퍼러리한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중에 뉴에이지 연주/보컬 음악들이 자리를 잡아왔다.


사실 짐 브릭만의 경력에 대한 행보는 크리스찬 음악의 계보를 따르기 보다는 주류의 일반 레이블의 그것을 따라서 짚어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더구나 그의 레이블이 조지 윈스턴등을 통해 알려진 윈댐 힐(Windham Hill)이라는 사실만 따져도 말이다.


크리스찬 아티스트가 뉴에이지 레이블에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드세게 일어났다. 그 핵에 놓였던 아티스트들로는 대표적인 뉴에이지 레이블인 나라다 (Narada) 소속의 리차드 사우더나 마이클 게텔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그들은 현재도 왕성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짐 브릭만은 오히려 이런 논란의 핵에서 약간 열외로 놓을 수 있겠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그 자신이 크리스찬 음악가로 활동해 온 것도 아니며, 두번째 이유는 브릭만의 음악 자체가 기독교에서 한때 이단시 했던 '무작정 조용하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력의 브릭만이 CCM과 밀월을 갖기 시작한 것은 97년 캐럴 앨범인 [The Gift]에서 수잔 애쉬턴과 포인트 오브 그레이스가 보컬로 참가하면서 부터이다. 최근 브릭만의 앨범들을 보다 더 팝적이고 파퓰러한 색채가 가미 되도록 일익을 담당한 것 은 바로 객원 보컬들의 참가인데, 그 본격적인 시동을 건 [The Gift]에서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이 두 팀이나 참가했다는 것은 브릭만이 이 분야의 싱어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브릭만의 새 앨범 [Destiny]에서는 마이클 W 스미스와의 조우로 이를 다시 입증한다. 타이틀 곡 "Love of My Life"에서 애절하고 잔잔한 선율이 스미스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합쳐진 모습을 듣는 것은, 이것 자체만으로도 이 앨범을 살만한 충분한 가치를 마련해준다.


억지로 몇가지를 더 끼워 맞추자면 마이클 W 스미스, 에이미 그란트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노장 가수 칼리 사이먼의 "Hush Li'l Baby"라던지, 역시 크리스찬으로 알려진 팸 틸리스와 함께하는 "What We Believe in", 그리고 한국판 보너스 트랙인 "Love of My Life"를 솔리드의 김조한이 함께 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놀라운 점은 김조한이 부르는 "Love of My Life"의 가사가 한국 개사 가사가 아닌 마이클 W 스미스가 부른 영문가사 그대로 라는 점인데, 이 사실을 느끼자마자 마치 두 걸출한 가수들이 한 앨범에서 서로 맞서 실력 자랑을 하려는 듯한 재미있는 뉘앙스까지도 받게 되었다.


결과는 다행하게도(?) 각자의 보컬 개성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다 멋들어진 트랙이 되었다. 스미스의 호소력있는 보컬은 그 보컬대로, 또 김조한의 다듬어진 음색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발했는데 마치 웨스 킹의 보컬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장르가 고착된 앨범은 앨범을 전체적으로 음미하기에 너무 무뎌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짐 브릭만은 객원 보컬들과의 조우로 이런 부분을 극복하면서 한 장의 앨범에서 많은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낸다. 새 앨범 [Destiny]는 그 정점에 놓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앨범이리라.


(199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