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Mark Gersmehl & Billy Smiley
= 화이트하트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은 "크리스찬 락의 선두 주자", "세련된 락사운드의 정수", "명세션들을 배출한 그룹"... 이런 것들이 있었어. 적어도 7,8년 전에는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 수식어가 연상돼?
- "한물 간 그룹", "위기 상태", "단촐해진 멤버"....
= 비참한 일이야. 몇몇 골수 팬들은 오랜 애정으로 이를 부정하 고 싶겠지만, 화이트하트의 가장 최근 앨범인 [Redemption] 과 그전 앨범인 [Inside]는 결코 성공한 앨범들이 아니었거든.
- 배급사인 커브의 영향이 있었을까?
= 어느 정도는 있겠지. 하지만 앨범에 대한 평들이 심심해지기 시작한건 스타송에서의 마지막 앨범이었던 [Highland] 도 마찬가지였어. 그 앨범에서의 "Flame Passes On" 은 분명 훌륭한 곡이었고 앨범의 느낌까지도 대변해 줄만큼 인상이 짙었지만, 앨범 자체의 완성도는 이전 앨범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
물론 커브의 마케팅도 무시는 못하겠지. 원래 컨트리 레이블인 이 곳에서 크리스찬 가수들은 좀 곁가지로 홍보가 되는 느낌이었거든. 컨트리 음악이 마케팅 공세로 어필하는 음악들은 아니거든. 하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가세한 몇몇 크리스찬 가수들은 이런 커브의 안일한 행보에 그냥 말려들어간 셈이지.
- 그렇다면 [Redemption]을 평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 우선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WH의 음반들과는 독립적인 시선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어. 95년의 [Inside] 부터는 WH의 음악이 추세에 따른 모던락을 지향한 형태가 뚜렸해 졌으니까. 93년과 95년 사이에 멤버 체인지가 베이스 단 한명에 그쳤음에도 음악적인 분기를 나눈다는게 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 결국 [Redemtion]과 [Inside]의 비교군. 하지만 멤버 구성을 생각해보면 [Redemtion]은 WH의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팀 구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잖아?
= (팀을 떠난 멤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야말로 화이트맨의 엑기스 세 명만 남은 셈이지. 빌리 스마일리와 마크 거스멜은 20년 전 창팀 멤버이고, 릭 플로리안은 WH 음악의 제 2 분기점을 마련한 앨범 [Don't Wait for the Movie]이후로 15여년간 팀의 멤버였으니까. 이런 멤버의 경제성(?)은 WH 음악의 본류를 찾겠다는 쇄신의 의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정도야.
- 하지만 음악 스타일마저 본령으로 돌아간건 아니겠지. [Redemption]의 음악은 슬쩍 엿보기만 해도 모던락의 라임을 넘실 넘실타고 있는 앨범인데....
= 문제는 그 완성도 측면이지. 그리고 그 적응력에 대한 측면도 큰 관건이고. 사실 앨범 발표직전까지 이런 부분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건 전 앨범인 [Inside] 였어.
새로운 레이블에서의 출발, WH의 고전적인 징크스 -외부 프로듀서와 작업한 앨범 ([Freedom], [Power House] 같은 앨범들)은 꼭 힛트를 친다는거-를 고려한 새 프로듀서의 영입... 그러나 결과는 심심했지. 문제는 WH의 음악이 새로운 스타일의 고지적응을 못했기 때문이었어. 높은 곳에서 산소부족으로 헐떡이는 모습을 적잖게 보인거지.
[Redemption]은 위에서 말한 기대 사항들이 모조리 감쇄된 앨범이야. 멤버들은 뭉텅 뭉텅 사라졌고, 프로듀서는 거스멜과 스마일리의 자체 노력으로 해결되었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인 없는 레이블인 커브의 홍보는 다른 소속 가수들에 비하면 구색을 맞추는 정도였고, 무엇보다도 [Inside]의 실패로 팬들의 기대치 또한 많이 감소되었어.
하지만 스마일리와 거스멜은 2년의 시간동안 일종의 짬빱이 생긴거 같지? [Redemption]은 훨씬 원숙한 모습으로 등장한 앨범이야.
- [Redemption]이 이전에 비해 뭔가 몸에 맞는 느낌의 모던락 싱글들로 채워진 앨범이라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예전에 보여졌던 파워풀한 그리고 스피디한 아메리칸 락 스타일의 음악이 사라진 앨범이라는 점도 인정해줘야 할거 같애. 요즘의 경향을 따랐다고 해서 그런 스타일이 없을 필요는 없거든. 기껏해야 최초로 떴던 싱글인 "Jesus" 나 첫곡인 "Looking Glass" 정도잖아.
비트가 있는 "Steel and Stone" 나 "Fall on Me" 도 예전의 스피디함은 별로 없어.
= 그건 WH가 80년대 후반부터 보였던 그런 스타일의 향수에 바탕한 아쉬움 아닐까? 앨범내에 그런 스타일을 억지로 넣기 보다는 오히려 느낌에 맞는 노래들로 그냥 만들어 놔두는게 더 나을 수 도 있고.
실제로 락싱글과 발라드 싱글이 균형있게 배합되는 앨범 구성들은 90년대 후반에 오면서 많이 파괴되고 있어. 그럼에도 앨범들이 힛트 가능성을 갖게 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고. 실제로 너가 예를 든 네 곡 모두 [Redemtion]에서 멋진 싱글들이야. 게다가 발라드 싱글인 "Honestly"와 "The Vine", "Love is Everything" 도 멋진 곡들이고. [Redemption]은 맛깔나게 들을수 있는 싱글들이 의외로 많은 앨범이야.
- 하긴 "Jesus" 이 곡만으로 앨범이 평가되기는 아까운 감이 있지. 이 노래는 좀 심심하잖아? 차트에 제일 처음 올랐던 노래 치고는 말이야.
= 다행이 잽싸게 뒤를 이어 "Fall on Me"가 차트에 올랐지. 하지만 더 파고 들어가 볼만한 여지는 있었다고 생각해. 특히 위에서 슬쩍 엿봤듯이 [Redemption]의 발라드 싱글들은 진국들이야.
WH가 페트라와 동급 수준의 락그룹으로서 자리 매김을 해온 원천적인 음악적 특징은 그들 음악의 세련됨-연주와 편곡-에 있었고, 그것 때문에 WH의 앨범들의 발라드 싱글들 중 많은 곡들이 "명곡"으로 남아서 애창되고 있거든. 그 태반의 곡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느낌이 체감되지 않을 곡들이고. [Redemption]에도 이런 곡들이 많아. 다만 앨범이 잘 안팔렸을 뿐이야.
- 가사의 창의적인 면은 좀 사라졌지? 격동을 느낄만한 나이들이 지나서 그런가?
= 웬 뜬금없이 나이탓을? 오히려 나이가 들면 연륜때문에 더 가사가 복잡해질 수도 있는거라구. 하긴 [Redemption] 에서 예전의 복잡하고 독창적인 가사는 없지만, 나름대로 쉽게 인식되는 하나님과 나의 1대1의 관계를 말하는 가사들은 크리스찬 음악이 갖는 정수를 깨우쳐 주고 말이야. 멤버가 단촐해져서 그런지, 이런 고백의 가사가 오히려 더 필에 와닿아. 플로리안의 호소력 있는 보컬도 전혀 색이 바래지 않고말이야.
- 거스멜의 걸쭉한 보컬도 빼놓지 말아야지.
= 물론이지. 두 사람의 보컬은 WH가 갖고 있는 최고의 보물이야. 이런 사람들은 함부로 체인지 되면 안되지. 실제로 안 그렇게 될 것 같고.
- 어떻게 알어?
= 그냥 예상이야. ^^; [Redemption]은 전작인 [Inside]의 관성때문에 몇몇 싱글만 차트에서 보이는 정도로 상업적인 힛트를 마감했지만, 적어도 팬들과 평단이 느끼는 체감적인 성공도에서는 새로운 과도기를 열어가는 앨범이라는 느낌을 남겼어. 이를 바탕으로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했고, 이를 위해서 재정비의 의미로 멤버 또한 대폭 축소한 느낌도 들고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핵심 인물들이 바뀐다면 말이 안되지. 다음 앨범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의 세션들이 대거 영입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 그렇게되면 너무 급작스럽지 않을까?
= 하지만 WH는 이런 멤버들의 정신없는 유통(?)에도 팀이 갖고있는 색채를 최대한 구현해온 그룹이잖아? 별 무리는 없을거라고 봐. 오히려 이 팀을 거쳐갔던 수많은 명세션들을 생각하면, 꼭 거쳐야 할 수순일 수도 있어.
- 정리할 시간
= [Redemption]은 눈여겨봐야할 앨범이야. 메이져 레이블에서 뛸 때 만큼의 홍보가 없었고, [Inside]의 실망이 관성으로 이어져서 큰 호응은 없었지만, 언젠간 나오게 될 다음 앨범을 위해 큰 견인차 역할을 할 앨범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이 앨범 하나만을 놓고 생각하면 그 상승폭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뭐 이건 나이탓일 수도 있지.
- 웬 뜬금없이 나이탓을?
(199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