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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문수정 [CCM 마루 Vol.1]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30.



문수정 [CCM 마루 Vol.1]

produced by 류형선
(2009 / 21c Green Tree)





사실상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 '국악CCM'이 나온다면 일단 화제의 대열에 오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희귀한 분야니까요. 대중적인 접점을 찾지 못해서 국악 CCM이 그만큼 수면위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없지는 않았습니다. 한번 여러분들이 검색을 해보세요. 의외로 많은 지역의 선교팀이나 사역자들이 자신들만의 국악 찬양으로 사역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아닐 뿐이죠. 대부분이 기존곡의 국악 스타일의 컨버젼에 머물기도 하고요.


활동 분야의 선상에 대한 구분에 대해 의미를 두고 보자면 확실히 우리의 기억에 남는 것은 '새 하늘 새땅'입니다. 구심점이 있는 크리스천 국악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연달아 떠오르는 것은 새 하늘 새 땅의 축이된 류형선 같은 국악인들입니다만 사실 그의 앨범은 굳이 크리스천 음반의 스펙트럼에 놓아야만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더 포괄적인 대상을 향한 음반이 되었습니다. 지난해에 나온 홍순관의 앨범 역시 스타일 상에서의 크로스오버, 아울러 대상을 향한 측면에 있어서도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앨범이 되었고요. 최용석의 '바닥소리' 프로젝트 역시 사회 참여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앨범입니다. 국악 CCM의 부재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사실상 국악은 워십의 반경을 넘어 훨씬 많은 영역에서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수정의 [CCM 마루]는 내실을 다진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듯 합니다. 사실상 출반 자체의 의미가 정말 큰 앨범이기도 하고요. 우리에겐 송정미의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보여줬던 무대가 먼저 떠오르지만 문수정은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수자로 이미 도제 시스템에서 선생의 위치에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대외적으로도 국악계의 변방에서 활동을 해왔고요. 그말인즉슨 자신의 앨범을 낼 때 과하게 실험적이거나 허투른 시도를 하지도 않을 뿐더러,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국악계에서 그녀의 앨범 한 장이 하나의 큰 족적이 될테니까요.


그럼에도 [CCM 마루]는 앨범의 정체성에 있어서 찬양의 정통을 뚫는 앨범입니다. 앨범 타이틀에 'CCM'이 들어가는 것이 진부해 보일 수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두리뭉수리하지 않고 뚜렷하게 표방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 앨범 제작의 큰 축을 맡은 류형선이 속지에 쓴 추천사(?)를 보면 그 의미의 진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반갑게도 [CCM 마루]는 앨범 자체의 의의에서만 멈춘 앨범이 아닙니다.


실상 앨범을 보면 굉장히 바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은 스타일에서 국악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걸고 있습니다. 때로는 목소리, 때로는 악기, 때로는 곡의 형식 등. 하지만 그러는 동안 다른 요소는 서양의 대중 음악적인 부분을 끌어오기도 합니다. 특히 피아노나 기타 같은 세션의 가미에서 그런 면면이 드러나고, 후반부에 가서는 시크릿 가든의 "You Raise Me Up"까지 리메이크 하면서 레퍼터리의 선정에서까지 그 요소를 더 늘려나갑니다.


가끔 이 조합이 편향되어서 몇 몇 곡 같은 경우는 국악적인 요소를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보컬의 국악적인 요소가 오히려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면서 뮤지컬의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죠. "You Raise Me Up" 같은 경우에는 원곡의 인상이 너무 짙어서인지 이런 느낌이 더하고요. 그러나 요소의 비중의 더하고 덜함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여느 컨템퍼러리 사운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 독특함이 유효합니다.


이런 트랙들은 국악의 내음이 강한 "새 노래", "한 걸음" 같은 곡과 더불어서 앨범을 다채롭게 합니다. 적어도 [CCM 마루]는 국악 CCM 음반의 정형성에서 기대하는 흐름과는 다른 부분을 보여줍니다.



가사의 정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스타일보다 더 든든한 정서를 한국적인 부분에 두고 있어요. 신곡이든 리메이크 곡이든요. "갈릴리로 가요", "산 밑으로" 같은 이상향을 향한 발걸음, 그리고 "그리운 하나님"에서 노래하는 그리움의 정서가 담긴 가사들은 듣노라면 '국악 CCM 답네!'라는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절정은 마지막 트랙 -물론 마지막 트랙은 "You Raise Me Up"이지만 이 곡은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 강해서..-인 "사랑을 닮은 사람은"입니다. 사람에 대한 비유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함의는 알게 모르게 한국적인 정서로서 우리나라 대중가요에서 80년대부터 소소히 드러났었으니까요. 그것이 1절, 2절, 3절을 거듭해가면서 하나님의 속성과 연결지어 지면서 앨범의 좋은 클라이막스 역할을 합니다.


음악적인 퓨전함은 [CCM 마루]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보편적인 반응을 위한 영합이 아닌 숙련된 장인들을 통해서 능수능란하게 만들어진 수려한 앨범이라는 점이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국악 음반에 대한 기대치를 듣는다면 놀랄만한 앨범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단순히 사람들의 반응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앨범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