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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이대귀 [Advanced Healing]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3.


이대귀
[Advanced Healing]

produced by 이대귀
(2009/Kingdom Station)






 
이대귀의 새 앨범 [Advanced Healing]을 듣는 동안 느껴지는 정서는 통렬함입니다. 덧붙인다면 강직함이요. 물론 그의 이전 앨범에서도 이런 면모는 느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담겨있는 서정적인 인상들은 늘 존재했죠. 그런데 이번 [Advanced Healing]은 전반적으로 강세가 느껴집니다. 가사 혹은 음악 모두에서요.

천국에 대한 갈망, 그리고 -앨범 제목처럼- 진정한 의미로서의 치유를 위한 조건들, 이를 위해 놓아야 할 것들에 대한 통찰은 사실 [가난한 자가 들어간다]에서도 어느정도 다뤘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그러면서도 더 마음에 와닿는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두루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 축이 되는 곡은 "고백, 또 하나의 시23편"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통렬함'의 인상도 사실 이 곡에서 받았어요. 말씀과 적용이 이원화 된 삶의 이야기의 귀결을 시편 23편으로 이어가는 유려함, 그리고 그에 걸맞는 리드미컬한 음악의 흐름은 이 앨범의 간판 역할을 하고도 남습니다.

[Advanced Healing]이 멋진 앨범인 것은 이대귀가 이런 강한 인상을 담은 곡을 무의미하게 반복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멋진 곡들인 "생명", "그 나라가 오네", "봄과 같아서" 는 오히려 감성적이고 곡의 절정을 준비하고 있는 트랙들이니까요.


곡이 담고 있는 감성들은 다채롭지만 앨범 전체를 꿰뚫는 '치유'의 정서는 여전히 강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적치유의 반경에만 가사의 주제가 머물고 있지않기 때문이죠. [Advanced Healing]이라는 제목에서의 'advanced'는 아마 이런 의미일거에요. 치유를 위해서 먼저 우리가 준비하고 다짐해야할 것들. 그리고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할 법한 이야기들에 대한 또다른 되뇌임을 주는거죠. 이는 결국 한 개인의 변화, 한 커뮤니티의 변화, 아울러 한국 교회의 변화를 위한 지향점입니다. '치유를 위한 통과제'- 아이러니한 표현이긴 하지만 웬지 이 앨범에 어울릴 듯하군요.

"내가 너를 위로하겠다"와 "나는 진정한 치유를 바란다" 같은 곡들은 쉽지 않은 치유의 여정의 절정에서 들리는 목소리 혹은 외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겠죠. 그 뒤에 이어지는 세 곡 "너희는 언제까지", "예수 내가 당신을 이렇게", "그의 나라는 사랑 위에"는 예수님-가롯 유다-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오해하고 상처받고 결국엔 치유되는가에 대한 여운이 긴 에필로그 역할을 합니다.


[Advanced Healing]의 음악들은 주제에서 조금씩 이동하는 가사들에 맞춰 숙련된 파도타기 선수처럼 그 흐름을 잘 이어갑니다. "고백 또 하나의 시23편"에 대한 칭찬을 좀 그만 한다고 해도 남은 곡들 역시 만만치 않아요. 그 가운데는 이대귀의 이전 앨범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예배음악의 자취도 담겨 있고요. 이 모든 곡들의 앙상블이 무척 훌륭합니다.


앨범의 음악들 각각도 훌륭하지만, 총괄적인 인상으로는 훌륭한 가사들과 휼륭한 음악들이 잘 배합된 전체적인 결과에 더욱 감탄하게 되는 앨범입니다. [가난한 자가 들어간다]의 아티스트에게서 기대할 만한 결과물로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워요. (요즘의 시대상과 맞물린다면 더더욱) 2009년 한국 크리스천 음악계가 만난 중요한 앨범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