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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화이트리본 밴드 [하나님의 등대]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4.


화이트리본 밴드
[하나님의 등대]

produced by 성Rock
(2009/White Ribbon Music)








- [하나님의 등대]는 화이트 리본 밴드의 첫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첫 앨범 전까지는 주로 인터넷 상에서 디지털 음원이나 미니 음반으로 활동을 해왔고, 지난해에는 EP앨범인 [Wh!te Pra!z]를 발표했죠. 해를 거듭할수록 뭔가 앨범이 뚜렷한 물성(物性)을 가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독립 락밴드들의 활동상을 본다면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날것의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 시절들을 연마하고 마름질해서 말끔한 앨범으로 내놓는 그 변화 말이에요. 


= 그거야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2006년부터 꾸준히 따라온 팬들이 더 짙게 느낄만하죠.  3년 여간의 활동을 집대성한 음반이기 때문에 일종의 컬렉션 앨범같기도 하고요. 사실 '첫 인상'에 대한 느낌의 차이는 [하나님의 등대]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앨범은 '첫 앨범'이에요. 대부분에게는 말이죠.


- 앨범은 꽤나 부지런합니다. 모든 곡들이 '락'이라는 축에 고리를 걸고 있지만 차분한 어쿠스틱부터 펑키한 느낌, 파퓰러한 어쿠스틱 락까지 부지런히 움직이죠. [하나님의 등대]를 첫 앨범으로 여길 이들에게는 국내 크리스천 락 음반치고는 풍성한 경험을 줄거에요. 다만...


= 다만.. 뭐요? 문제가 있나요?


- 뭐랄까... 밀도가 좀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이전 발표곡들도 많았으니 첫 정규 앨범을 통해서 가능한 많은 것을 들려주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이 때문에 한 두곡 혹은 서너곡으로 줄 수 있는 강렬함이 분산되는 느낌이에요. 락으로 활동해온 국내 크리스천 밴드들은 대부분 거기에 좀 더 정체성을 규정할 수식어들이 붙는 팀이었습니다. 펑크라면 펑크, 어쿠스틱이라면 어쿠스틱, 클럽 사운드라면 클럽 사운드... 그런데 [하나님의 등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망라함'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 컬렉션적인 성격이 강한 첫 앨범 덕분에 생기는 착시효과일 수도 있죠. 역시 음악의 구현보다는 음반 구성이 원인이겠고요. 그래도 결과물은 만족스럽습니다. 그 다양한 스타일의 '망라함'가운데서도 꽤나 깔끔해요. 일종의 정제과정을 거친것 처럼요.


- 특히나 오케스트레이션이 좋더군요. [하나님의 등대]는 국내 크리스천 락 음반 가운데서 스트링을  효과적으로 쓴 앨범 중 하나로 기록해도 될 겁니다. 특성상 차분한 곡들에서 더 빛을 발하는데 전체적인 연주의 흐름과 앙상블이 매우 훌륭합니다.


=  리드보컬인 성Rock의 목소리는 어때요?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른다면 뭐니뭐니해도 제일 도전을 받는 것은 목소리일텐데.


- 통이 큰 느낌보다는 선이 뚜렷한 목소리죠. 그래서 차분한 곡에서 호소력을 더 발휘하고요. 진폭이 큰 스타일들 가운데서도 곡마다 접점을 잘 찾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곡들이 온전히 밴드의 음악으로 수렴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겠지요. 장르면에서 락에 고리를 걸고 있다면,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표현력은 성Rock의 보컬에 고리를 걸고 있습니다.



= 본격적인 락밴드를 표방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던 워십 스타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부분도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 영광이 끝나는 곳"이나 "재"같은 곡에서는 미국워십의 다이나믹함이나 영국워십의 전형성을 보이고요.


- 하지만 그렇게 표적화된 비교는 조금 완급한데요. 모던워십의 스타일은 이미 국내 라이브 워십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 되었잖아요.


= 하지만 그 적용은 대부분 라이브 워십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나 워십싱어들의 스튜디오 솔로 앨범이 많은 미국에 비해 국내의 라이브 워십에서는 레퍼터리는 동일하더라도 회중찬양의 성격이 더 앞선데 비해 화이트 리본 밴드는 -그 전 단계라고 하면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앨범의 색깔이 꽤나 강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화이트 리본의 음악에서 제일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따지고 보면 2006년부터 이 앨범 전까지의 활동도 이번 앨범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이 앨범 역시 가교역할로서의 의미가 큰 앨범이 될거 같습니다.


= 맞아요. 아까 인디 락밴드들의 초기활동에 대한 수순을 이야기했었죠?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화이트 리본 밴드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점은 다음 앨범이 될 겁니다. 다채로운 실험이 되어도 좋겠고, 안정된 스타일 가운데서 보여주는 일관성도 좋겠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도 좋은 앨범, 혹은 함량 미달인 앨범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 모두는 전자를 바라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