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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한웅재 [2nd Step]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8.


한웅재 [2nd Step]

produced by 신영수, 한웅재
(2009/준비된 의자)






한웅재의 [2nd Step]은 꿈이 있는 자유의 여섯번째 앨범 출반 후 반 년도 되지 않아서 발표된 앨범입니다. 왜 이렇게 출반일을 가깝게 잡았을까요? 인터뷰에서 보니 '별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라고 하는군요. 그럴 수도. 어쨌든 이런 에피소드를 보니 더더욱 한웅재의 솔로 앨범과 꿈이 있는 자유의 신보의 간극이 느껴집니다. '같은' 아티스트라면 이렇게 출반이 가까울리는 없잖아요?


예상할 만하지만 음악적으로 [2nd Step]이 꿈자의 음반과 그다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좀 더 파퓰러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적어도 한웅재가 음악적으로 '꿈자로 활동할 때 못해봤던 것을 이번 기회에 마음껏 해봐야지!'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꿈이 있는 자유의 음악을 통털어서 비교한다면 모를까, 최근의 꿈자 앨범 -특히 지난해 나온 6집에 비해서는 다른 면모도 느껴집니다. '아침묵상' 앨범 이후 서정적이고 진폭이 비교적 작은 스타일들이 최근의 꿈자 음악에 큰 축을 이뤄 왔다면, 한웅재의 음악에선 약간의 팝적인 느낌도 있어요. 꿈자의 초기 음반에 이런 곡들이 많이 있었죠. 이걸 스타일의 회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타이틀 곡인 "2nd Step"은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 도장을 꾹 찍는듯 해요. "가볍게 여행하기", "고마운 사람들"도 그 라인에 있는 곡들이고요. "가볍게 여행하기"는 좀 더 강렬한 스타일로 만들어져도 되었을 법해요. 물론 가사에 담겨있는 단촐함의 정서가 강렬한 음악과는 안맞겠지만...


당연하지만 [2nd Step]에 담긴 가사들은 한웅재를 통한 시선의 써내림입니다. 아까 음악적인 면에서 한웅재가 특별한 욕심을 부리지는 않은것 같다고 했는데, 오히려 가사에서는 반대입니다. 이런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는 나눔의 과정이 있었던 듀엣 시절에 비해, 솔로 앨범에서는 그가 음악이란 것을 시작한 이래로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바라본 세상, 만나고 부대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꽉 차있거든요. 사실상 [2nd Step]의 골격은 정말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있었을 겁니다. 그것이 한 장의 앨범의 형태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요.



일상성에서 비롯되는 "가볍게 여행하기", "양화대교 북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어머니, 새벽기도", 그 둘 다인 "고마운 사람들",  성경의 인물들을 통한 자기반영인 "그 나무 아래로", "나를 찾은 이름" 가사의 테마에 따른 카테고리만 생각해도 앨범 하나가 금방 차죠. 그리고 이 앨범에서 한웅재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곧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해서 생각해 볼법한 이야기들입니다. 우리에게도 새벽기도로 새벽을 깨우시는 어머니가 계시고, 우리에게도 성경의 인물들을 보면서 저게 내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우리에게도 여행을 떠나기 전 가방을 쓸데없이 눌러담으며 기를 쓴 적이 있고.... 이런 공감대 가운데서 앨범은 쉬이 넘어갑니다.


앨범은 후반부에서도 뒷심을 잃지 않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의 경우 앨범에 참여한 세션이나 아티스트들이 함께 부른 것은 괜찮은 에필로그의 느낌을 주고 그 사이에 꿈자의 "저 언덕을 넘어서면"을 리메이크 한 것은 일종의 '회기'의 인상을 주기도 하고요. 한 사람의 아티스트 한웅재로서 이런 노래들을 노래해 봤습니다...라는 이야기 끝의 회기 말이에요.



앨범을 듣다보면 다음 앨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지게 됩니다. 크레딧에서 '꿈자 7집에서 뵙겠습니다'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꿈이 있는 자유의 음반은 당연히 계속 이어지게 되겠죠. 그렇다면 한웅재의 음반은?


아마 계속될 겁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2nd Step]은 첨예한 기획 끝에 나온 앨범이 아니기 때문이죠. 한웅재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점점 채워지고, 그 이야기의 물병이 넘치게 되는 날 잔을 가득 채워서 또 한 장의 앨범을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꿈이 있는 자유나 한웅재, 모두 '짜내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팀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결실이 풍성한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