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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티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주님 주신 기쁨] (200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4.




티니  Part 1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009/Band Tini)



 

 


티니같은 팀이 우리나라 크리스천 락 신에서 아주 신선한 케이스는 아니긴 합니다. 이미 우리는 십수년전에 얼터라는 걸출한 팀을 만난 적이 있으니까요. 물론 얼터 이후 웬지 크게 늘어날 것 같았던 인디 바닥이 그만큼 확장되지는 않았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음악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의 기복에 따라 그 반영이 비교적 눈에 띄는 편인 메인스트림에 비해, 인디 계열은 그럭저럭 그 줄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도 여러 클럽이나 여러 행사에서 뛰는 밴드 가운데 어느정도 크로스오버를 표방한 크리스천 마인드를 가진 밴드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놓고 '크리스천 밴드'라고 하기엔 좀 뭐하군요) 여러 포탈사이트 카페에서 마음만 먹고 찾아본다면 여러분도 분명 몇 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티니는 최근 활동하는 팀들 가운데서 가장 수면위로 떠오른 팀입니다. 음악이 좋아서? 그렇죠. 그거야 기본요건이니. 하지만 그것 외에도 밴드 활동의 전략을 체계적으로 잡은 것 역시 큰 요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음반은 첫 음반 [Spaceboy]에 비해서 꽤나 큰 보폭으로 다음 걸음을 옮겼습니다.


티니의 두번째 음반은 두 장의 C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은 대중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고, Part 2는 워십의 리메이크 곡들이 담긴 [주님 주신 기쁨]입니다. 독특한 것은 이 두 장의 CD가 하나의 주얼 케이스에 담긴 두 장의 CD가 아닌,  정말로 '두 개'의 CD라는 점입니다. 예상할만 하지만 일반 시장에는 Part 1만, 크리스천 시장에는 Part 1과 Part 2가 모두 포함 된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한계'에 대한 것입니다. 니체의 책과 똑같은 제목부터 이런 점을 예상할 만하죠. 동조의 논조가 아니라면, 그 사상 자체에 대해 전도된 이야기를 하고픈 것입니다. 타이틀 곡의 과격한 스타일이나 여기에 어우러지는 윤승희의 보컬은 풍자, 혹은-적당한 표현일런지는 모르겠지만-반격의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사변적인 면모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구름속에 가려진 메시지도 아니에요. 타이틀 곡의 느낌이 지난 이후 뒤이어지는 곡들의 메시지도 어느정도 실타래를 풀어가고요.

이어지는 곡들 역시 후회와 한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art 1의 화자들은 모두 부품 하나가 결실된 시계와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상황에서 많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죠. 적어도 현상유지의 자조감으로 완결성을 이루는 가사들은 아닙니다.


음악적으로는 좀 더 느릿한 싱글이 하나 정도 더 있어도 좋을법 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펑크한 곡들은 무척이나 잘 만들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한 "누군가 날" 역시 앨범 안의 흐름을 잘 맡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뒤의 곡들 중 하나 정도 역시 차분한 스타일로 만들어 보거나, 하나 정도 그런 곡을 더 첨가했어도 괜찮았을 법합니다. 빠른 스타일의 "행복하지 않아요"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같은 곡들은 분위기 면에서 기시감도 생기거든요
.



티니  Part 2
[주님 주신 기쁨]

(2009/Band Tini)


 



 


Part 2인 [주님 주신 기쁨]은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Part 1과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 이성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Part 2는 굉장히 감정적이죠. 물론 락 스타일로의 컨버젼에 대한 고려를 많이 했겠지만, 비교적 최근 곡인 "받아주소서"에서 부터 "무화과 나무 잎이 마르고"같은 복음성가까지 동원된 레퍼토리들은 티니의 스타일에 꽤 일관되게 담겨 있습니다.


창작곡들로만 채워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비해 기량이나 색채를 더 느낄 수 있는 것은 [주님 주신 기쁨]이긴 합니다. 사실 국내에서 워십의 펑크적인 해석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워십곡을 락으로 재편 한다고 했을때 우리들은 어느정도 그 예상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 주신 기쁨]은 그 예상의 상한선을 더 넘나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컬들의 과장된 억양이에요. 어설프다면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는 시도이지만, 꽤나 빠르면서도 정갈한 연주들과 어우러진 결과는 한 마디로 '듣는 재미'를 담뿍 안겨줍니다.


Part 2 의 수록곡들은 말 그대로 몰아칩니다. 물론 이 곡의 밝은 심상들이 Part 1과의 대비를 의미한다고 했을때 그 대비가 지나치게 큰 면도 없지 않지만, 사실 티니라는 팀의 이미지가 여기에 더 부합합니다. 고저가 큰 진폭의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화끈한 느낌 말이죠.


밴드의 정체성을 이야기 했을때, 음악적인 무게가 더 실린 것이 Part 1이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말그대로 '새로 만든' 노래들이기에 분명히 밴드의 목소리를 더 짚어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을 테고요.

하지만 그것이 Part 1과 Part 2의 경중의 차이를 의미한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티니의 2집은 Part 1과 Part 2, 두 장 모두의 감상에서 어느정도 완결성이 생깁니다. Part 1만 알게 될 미지의 감상자들에게는 아쉬운 이야기죠. 물론 이것이 꼭 부당한 일은 아닙니다. 적어도 Part 1의 이야기는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무언가가...'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 뒷 이야기를 모두 티니가 해야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점차 발전해 나가는 밴드로서 티니는 자기 몫을 했습니다.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 못지 않게 앨범의 전체의 기획도 돋보이고요.

전반적인 녹음면에서 보컬이 연주와 다소 떨어진 느낌도 듭니다.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속성상 이들은 라이브 무대가 더 어울리는 밴드이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이들이 음반 활동 외의 장소에서 보여줄 기량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죠. 티니의 2집은 이들의 음악세계의 좋은 티저 역할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