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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써드 데이 Third Day [Revelation] (200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3.



Third Day [Revelation]


produced by Howard Benson
(2008/Essential)



 


맥 파웰 같은 보컬 스타일이 유일무이라고 표현할 만큼 독보적인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 걸쭉한 아메리칸 락 스타일을 크리스천 음악 카테고리에서 본령으로 올려놓은 것은 분명 파웰과 그의 동료들의 공로였습니다. 그렇기에 써드 데이가 자스 오브 클레이와 함께 90년에 데뷔한 이래로 아직까지 '건재한' 락 밴드로 남아 있는 것이겠죠. 선구자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공력인 셈입니다. 자스 오브 클레이가 얼터너티브 락 분야에서 같은 작위를 갖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우리는 써드데이의 음반에 대해서 괄목할 만한 획을 긋는 무언가를 기대하곤 합니다. 그리고 많은 밴드들이 그렇듯이 그들의 카테고리 초반에는 이런 느낌이 강했어요. 또 10년을 기준으로 했을때 중후반기에는 잘 만들어진 워십 음반들이 이런 몫을 했고요.


최근 음반인 [Wire]나 [Wherever You are]는 약간의 과도기 느낌이 있었습니다. 워십 음반 연작들과 차별화를 주는 강렬함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Cry Out to Jesus" 같은 (써드 데이 치고는) 편한 느낌의 싱글들이었죠. 전반적인 지향은 당연히 그들의 초기 음악 스타일을 향한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밴드나 아티스트들은 변주를 원합니다. [Wire]나 [Wherever You are]가 방향성을 잡았다면, 이후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밴드 멤버들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Wherever You are] 발표 이후 크리스마스와 컬렉션 음반을 내는 동안 3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으니까요.


[Revelation]은 그런 변화의 요소를 분명히 가미한 앨범입니다. 첫번째로는 앨범의 리듬감이에요. 수록곡들은 대부분 짧고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진행을 갖고 있습니다. 앨범 한 장의 감상이 훌쩍 지나가요. 이는 우리가 써드 데이의 강렬한 스타일이 무언가 에픽의 느낌을 주는 구성과 어울리다고 여겨지는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줍니다.


또 하나는 게스트들의 참여입니다. 이 음반에는 세 명의 굵직한 이름들이 게스트로 참여 했습니다. 한 명은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크리스 도트리입니다. 도트리는 락스타일로 아메리칸 아이돌의 상위까지 랭킹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보컬이지만, 사실 그가 참여한 "Slow Down"은 그렇게까지 그의 목소리가 튀는 곡은 아닙니다. 그냥 적절하게 하모니를 이뤄갈 뿐이죠. 도트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겠지만요.


반면 자신의 장기인 스틸 기타의 선명한 음색을 들려준 로버트 랜돌프의 연주는 유려합니다. 애초부터 스틸 기타의 음색이 써드 데이와 잘 어울릴것 같았는데, 속도감 있는 "Otherside"에서는 단순히 잘 어울린다 이상의 앙상블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변주를 준 것은 (플라이립의 리드보컬인) 레이시 모즐리의 참가입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모즐리는 앨범에서 두 곡 에 참가했습니다.) [Revelation]의 리듬감을 살린 일등공신이에요. 또릿또릿한 여성보컬이 주는 활달한(?) 느낌이 "Run to You"에서는 비감 어린 백그라운드의 느낌으로, "Born Again"에서는 대등한 듀엣의 느낌으로 잘 살아 있거든요.


맥 파웰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늘 간구함의 정서와 연결되어 있었죠. 첫번째 싱글이 된 "Call My Name"이나 "Revelation" 역시 이런 정서가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바로 예를 든 두 곡의 가사는 하나님과 자녀의 상호적인 느낌이기도 하죠. 우리의 간구함을 들으시는 하나님, 계시를 보여달라 간구하는 우리의 모습...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적어도 누군가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그에게 말하는 형태로 가사들이 쓰여져 있죠. 써드 데이의 음악에서 새로운 부분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앨범에서도 충실히 구현되었고 여전히 어울려요.


확실히 그 축은 맥 파웰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보컬뿐만이 아니라 노래를 만든 역할에서도 말이죠. 브래드 에이버리가 팀을 떠나는 바람에 데뷔 이래로 최초의 멤버 교체 후에 발표된 음반이지만 그 여전한 느낌이 담겨 있는 것은 역시 파웰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디스코그래피가 점차로 쌓여가면서 스타일의 유지와 새로운 시도는 양날의 검이 되죠. [Revelation]은 그 사이에서 조심스레 줄타기를 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그냥 간결하게 얘기해서 [Wire]와 [Wherever You are]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 정도가 적당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