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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퓨어엔알지 PureNRG [PureNRG] (200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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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NRG [PureNRG]

produced by Rob Hawkins
(2007/Word/Curb/Warner)





퓨어엔알지라는 팀의 첫 인상에서 연상되는 팀을 대라고 질문한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질문 중 하나일 겁니다. 당연히 점프5죠. EMI의 대표적인 로우틴 그룹인 점프5가 마지막 앨범을 낸 해에 워드에서 새로운 3인조 로우틴 그룹이 등장했다? 웬지 의미심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음반의 색채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점프5와 퓨어엔알지의 노래들을 뒤섞고 구분해 보라면 아마 쉽게 구분하기 힘들 겁니다. 그만큼 기대치에 딱 맞아 떨어지는 음악들이거든요. 하지만 수준의 궤도에 있어서 떨어지는 팀도 아닙니다. 저는 점프5의 음악들을 좋아했으니까요. 마찬가지 수준의 감상의 뉘앙스가 있다면 퓨어엔알지의 음악도 역시 즐기기에 충분한 곡들입니다. 정말 점프5의 대물림이라는 느낌도 들어요. 물론 나이는 훨씬 어리기에 보컬의 톤 역시 아이들의 그것이긴 합니다만.


물론 11살부터 14살의 나이로 구성된 세 명의 멤버들 외에도 중책을 맡은 이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어른들이죠. 퓨어엔알지의 데뷔 음반은 어른들의 조력이 아주 탄탄한 앨범입니다. 이안 에스켈린, 매튜 웨스트, 벤 글로버, 댄 무캘러 등 이 분야에 일가견 있는 어른들이 좋은 곡들을 써준 것도 큰 일이지만, 보컬 트레이너를 했던 마크 해먼드 역시 중책을 해냈습니다. 해먼드는 10여년전 자신이 키워낸 신디 모건의 음반에서 썼던 기교를 이 앨범의 수록곡 중 "Thy Word"나 "Someday"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분한 톤으로 시작되다가 장중한 분위기로 합창이 곁들여지며 분위기가 고조되는 그런 스타일말이죠. 이 스타일은 상당히 호소력이 있고, 아이들의 음반임에도 컨템퍼러리한 흐름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What If"나 "360", "This Madness"같은 빠른 곡들도 괜찮아요. 하지만 정말 괜찮은 곡들은 약간 미드템포나 더 느린 곡들입니다. 점프5가 활동 초기에 빠른 스타일의 곡들이 더 어필했던 것에 비하면 이는 꽤나 대조적이죠. "Live My Life for You", "Summertime" 등이 그런 곡들입니다.


앨범에는 두 곡의 리메이크 곡이 있고, (마치 점프5의 리메이크 앨범때처럼) 이 곡들은 멤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케니 로긴스의 "Footloose"는 꽤나 잘 소화해냈고 편곡도 좋습니다. 하지만 약간 허전해요. 이 곡에서 받는 좋은 느낌은 사실 원곡의 멋에 더 의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Thy Word"는 훌륭합니다. 멤버들의 보컬도 튼실하고, 후렴부의 합창과 그때의 변화된 코드진행과 편곡도 훌륭해요. 오버일진 몰라도 지금까지 수없이 리메이크 된 "Thy Word"들중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라 일컫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곡의 가사들은 디즈니나 니켈로데온 진출을 위한 포석을 염두한 "360", "What If", "Summertime", "Footloose" 같은 곡들을 제외하고는 컨템퍼러리한 말씀과 고백의 적용을 담은 가사들입니다. 특히 앨범의 첫 곡인 "360"의 가사는 역시 점프5 데뷔 앨범의 첫 곡이었던 "Spinnin' Around"와 그 느낌이 비슷해서 더 독특합니다. 아이들은 처음 나오면 아무래도 한 바퀴 내지는 빙빙 돌아야 하나봐요.


로우틴 팝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갖추려고 폼을 잡는다해도 지금까지 제가 늘어놓은 평들만 주섬주섬 모아도 꽤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 앨범이에요. 적어도 작년에 등장해서 별다른 이야기를 못만들어낸 앨리 앤 에이제이 (Aly & AJ)보다는 괜찮은 앨범이었습니다. 점프5와의 비교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면 그건 순전히 리뷰에서의 이야기거리를 끌어내기 위함이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길. 어쨌든 이제 점프5는 뒤안으로 떠나갔고, 이들은 이제 당차게 활동을 시작하는 팀이니까요.


PS : 'pure energy'의 발음을 따서 만든 이름인데... 생각하면 할 수록 앞의 'Pure'를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안그랬다면 얼마나 많은 농담들이 횡행했을지. 좋은 성과로 국내 라이센스까지 된다면 그 혼란이 더 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