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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릴라이언트 케이 Relient K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 (200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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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ent K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

produced by Howard Benson, Matther Thiesen, Mark Lee Townsand
(2007/Gotee/Capitol)




당연히 앨범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하나요? 자켓만 봐도 짐작은 하실만 하죠? 'Five Score'란 현재 릴라이언트 케이의 멤버 인원인 다섯 명, 혹은 그들의 다섯번째  정규음반임을 의미합니다. 'Seven Years Ago'는 물론 그들이 음악 활동을 시작한 7년전을 의미하고요.


하지만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라고 붙여서 볼때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란 표현으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이 "지금으로부터 87년전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했었거든요. 'Four'를 살짝 바꿔 'Five'로 쓴거죠.


우연 아니냐고요? 아니요. 이 앨범의 첫 트랙인 "Pleading the Fifth"는 링컨 대통령이 존 부쓰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니라고 믿는 - 그러나 세상에 대항해서 내가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고백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이래저래 링컨의 이야기에서 첫 곡의 영감과 앨범 제목의 소재를 가져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남는 것은 '왜?'라는 질문입니다. 왜냐고요? 글쎄요. 별로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군요. 어찌되었던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라는 표현은 숨은 그림찾기처럼 링컨의 연설문과 맞아 떨어집니다. 이건 그냥 재미에요. 릴라이언트 케이의 전작인 [mmHmm]에 대해서 "왜 앨범 제목을 이렇게 지었냐?"는 질문에 리더인 매튜 티센은 "그냥 사람들이 궁금케하고 싶어서 지었다"는 대답을 한적이 있죠. 농담 따먹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 해석이나 배경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재미'를 쫓은 겁니다. 그게 바로 릴라이언트 케이의 개성이기도 하고요. 너무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애들도 이 제목의 숨은 연관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첫 트랙인 "Pleading the Fifth"는 다릅니다. 솔직히 (아무리 19세기의 이야기라 해도) 나라의 전직 대통령의 살해에 대해서 저런 해석의 이야기를 음반에 실어도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이 두려워 '묵비권 (pleading the fifth)'을 따른 사내의 이야기는 "세상에 대항해서 앞에 나와 말해라"는 내용의 "Come Right Out and Say It"으로 연결되면서 의미도 진하게 담겨있는 프롤로그 역할을 하거든요.


하지만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는 이런 배경 담화만으로 앨범의 이야기거리를 가늠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들의 앨범 제목 중 평범하지 않았던게 어디 하나라도 있었나요. 그들의 초기 앨범들은 펑크락 스타일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괜찮은 싱글 몇개를 내놓는 범작 수준의 앨범이었습니다. 두세장의 음반을 내면서도 그 꾸준함이 돋보였던 팀이죠.


개인적으로는 [mmHmm]에서 이런 공력이 갑자기 폭발했다고 봅니다. 이 앨범 즈음에서 릴라이언트 케이는 이미 그들만의 음악을 그려내는 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가속을 붙인 [Five Score and Seven Years Ago]는 그야말로 '물이 오른' 앨범이 되었습니다. [mmHmm]을 좋아했던 팬들은 아마 이 앨범에도 열광할 수 있을 거에요.


인상적인 것은 스피디한 싱글들입니다. "I Need You", "Devastation and Reform", "I'm Taking You with Me" 같은 곡들은 직설적인 가사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시원시원하게 들을만한 곡들이에요. 한편 "The Best Thing"이나 "Must Have Done Something Right"처럼 상대적으로 조금 빠른 정도의 곡에서는 온갖 연주의 치장을 빼더라도 귀에 붙을만한 멜로디가 남기도 하고요.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런 분위기를 주거니 받거니하는 진행입니다. 대부분의 곡들이 미들템포 이상이어서 전작의 "Let It All Out" 수준의 차분한 발라드가 부재한 것은 좀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운 빠른 곡들이 훌륭하기에 그다지 큰 불만은 없어요.


본격적인 메인스트림에서의 물꼬가 진행되는 팀답게 곡의 테마들도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I Need You"나 "Up and Up"같은 곡들이 크리스천 마인드의 우회적인 표현이라면, "The Best Thing"이나 "I'm Take You with Me"같은 사랑의 테마 역시 빠질 수 없고요. 한편 "Come Right Out and Say Iy", "Bite My Tongue" 처럼 세상속에서 개인일 뿐인 나와의 역학관계를 다룬 곡들도 있고요. 다양해요. "Faking My Own Suicide"나 "Bite My Tongue" 같은 제목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은유입니다. 재미로 어필하는 팀이 지나치게 심각한건 오히려 아이러니죠.


하지만 이 앨범에는 엄청난 대미가 있습니다. 11분여에 달하는 "Deathbed"가 바로 그 곡이죠. 이 곡에서의 "Deathbed"는 그야말로 임종직전의 누군가가 누워있는 정말 '죽음의 침대'입니다. 예상할만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여 삶의 회고, 그리고 이상향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간구하는 내용입니다. 구구절절하다 싶을 정도의 회고의 내용이기에 곡이 엄청나게 길고 그 규모때문에 하나의 싱글로서 어필하기에는 좀 어색한 곡이긴 합니다만, 웬지 이 앨범에서 릴라이언트 케이가 작심하고 수록한 곡 같기도 해요. 개구진 팀 이미지의 편견을 잊고 듣는다면 꽤나 무게감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이처럼 이모저모 이야기거리가 많은 앨범입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들을거리가 많은 앨범이고요. 그리고 그 정점이 디스코그래피에서의 상향기류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찰나에 나왔다는 점이 이 앨범을 더욱 반갑게 합니다. [mmHmm]과 이 앨범만으로도 이들의 캐리어는 당분간 반짝반짝 빛이 날거에요.



PS : 마지막 곡 "Deathbed"에 참여한 게스트 싱어는 스위치 풋의 존 포어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