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Greg Nelson & Phil Ramone
(1994/Word)
- Patti to Patty
샌디 패티의 94년 앨범 [Find It on the Wings]가 발표 되었을때 우선으로 눈에 띄는 점이었죠. 그녀의 이름의 공식적인 표기는 원래 'Sandi Patti' 였지만 이 앨범에서부터 'Patty'로 바꿔 표기되었죠. 데뷔앨범의 프린트 당시 타이프라이터가 오타를 냈었다네요. 암튼 참으로 뒤늦게 바뀐셈입니다.
사실 이름의 오타가 교정된 것은 큰일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시기는 그녀의 인생이 바뀌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래서 이름을 바꾼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80년대 크리스찬 진영에서 최고의 여성보컬이었던 패티의 92년 이혼부터 시작된 모진 인생의 여정(?)은 많은 이들의 힐난을 듣게했고, 몇년뒤에 있게된 고백 이후에 격려와 자숙의 시기를 거치면서 정말로 드라마틱한 이어짐이 있었습니다.
이 앨범 [Find it on the Wings]가 나올 무렵은 재혼을 앞둔 시기였기에 그녀 자신도 다소의 평온함을 가질만한 때였죠.
물론 그 재혼으로 인해 알려질 파동들을 생각하면 평온함만을 가질 시기도 아니었겠습니다만, 그녀 자신은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정리한 상태였으리라 예측해 볼만하죠.
그래서 그런지 [Find It on the Wings]는 앨범만으로는, 들썩했던 그녀의 실생활에 대한 감지가 어려울 정도로- '언제나 그러했던' 샌디 패티 음반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혼 이후에 발표했던 [Le Voyage] 같은 약간은 우울한 분위기의 컨셉트도 아닌, [Friendship Company]의 발랄한 분위기도 아닌 패티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요.
그리고 샌디 패티의 앨범중에서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에테르도 빼놓을 수 없구요.
- Modern Inspirational
인스퍼레이셔널 스타일의 가수들 중에서 우리가 기억나는 이름들은 누가 있습니까? 스티브 그린, 레이 볼츠, 마이클 카드, 트와일라 패리스 등이 있지요. 이들의 음악은 인스퍼레이셔널 스타일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다 더 대중적인 어덜트 컨템퍼러리와 혼합된 성격의 노래들이 그들의 특징이죠. 이제는 이런 것이 거의 필수 요소가 되는거 같아요.
[Find It on the Wigns]는 이런 부분에 아주 큰 비중을 두고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그 기복도 풍성하게 오르고 내림이 있어서 앨범 자체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졌고요.
물론 샌디 패티의 음악에서 이런 흐름이 시작된 것은 꽤 이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88년 [Make His Praise Glorious] 이후 나온 두장의 앨범- 어린이용 앨범인 [Friendship Company]와 컬렉션이었던 [The Finest Moments] 를 정식 스튜디오 앨범으로 말하기는 힘들테니, 본격적인 스타일은 2년 뒤인 90년에 [Another Time... Another Place] 부터 시작된 셈이죠.
93년 이후 패티의 앨범 출반 기간은 2년정도로 길어졌고 때문에 이후의 앨범들이 많지는 않지만 [Find It on the Wings]는 이 앨범들 중에서 수작입니다.
샌디 패티 자신도 유능한 싱어이지만 앨범을 이뤄가는 단계에 언제나 함께하는 두터운 층의 증원군들도 이 앨범을 밀도 있게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고요.
그 선두는 역시 그렉 넬슨입니다. 인스피 스타일을 넘어 팝 부문이나 락 앨범에서도 이름을 종종 보일 정도로 넬슨의 입지도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그런 그가 최우선적으로 그의 역량을 발휘하는 앨범이 바로 샌디 패티의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많습니다. 마이클 W 스미스, 신디 모건, 로비 부캐넌, 밥 칼라일, 크리스 로드리게즈, 크리스 이튼, 타미 심즈, 밥 패럴.... 작곡, 백보컬, 연주 등 다양한 역할들로 함께한 이들의 조력은 앨범의 밀도를 더더욱 높힙니다. 사실 이들중 대부분은 언제나 패티의 음반을 도와왔던 사람들이기에 이 앨범의 특출함을 규정지을 정도로 호들갑을 떨만한 참가는 아닙니다.
- From Mainstream
그래도 눈여겨 볼만한 참가자가 둘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메인스트림의 정통 진영에서 활동을 해왔던 이유 때문이죠.
한 명은 빌리 조엘, 프랭크 시나트라,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쟁쟁한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했던 빌 레이먼으로 그는 이 앨범에서 단 한 곡, "If I Want to"의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패티의 앨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인 '세상의 화합 or 더 나은 세상' (창문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었던 "For All the World" 같은 곡도 이런 테마의 노래였죠) 을 담고 있는 이 곡은, 오히려 단순한 키 연주에 색스폰 가미 정도가 연주의 전부로, 패티의 솔로 보컬에 주가 맞춰진 심플한 곡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아름다운 노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곡 하나만으로 일반 팝계의 프로듀서가 손을 댔네 어쨌네 하기에는 스타일이 너무 평범했어요.
빌 레이먼의 프로듀싱보다는 피보 브라이슨과의 듀엣이 확실히 더 어필이 되고 있지요. 셀린느 디옹, 레지나 벨과 함께 디즈니 장편 만화 주제가 들을 불러서 유명해진 브라이슨은, "Make It 'Till Tomorrow"에서 라넬 해리스, 비비 와이넌스에 이어 샌디 패티와 함께 호흡을 맞춘 흑인 싱어가 되었습니다.
흑인 싱어와 함께 호흡이 잘맞기로 유명한 패티이지만, 이 곡은 두 사람의 화음에 연이어진 코러스의 보컬로 더더욱 모던 가스펠적인 느낌이 나는 풍성한 곡이 되었습니다. 곡의 장중함은 더해졌지만, 앨범의 전면 타이틀로 나오기에는 감성이 좀 미비한 노래가 되었죠.
그래서 이 앨범에서는 "Carry On"이 첫 싱글로 떠올랐었습니다.
싱글 비디오도 이 노래로 만들어졌고요. 마이클 W 스미스가 작곡해준 이 노래는 후렴 부분의 마디마디가 그의 전형적인 루틴을 따라가는 듯한 노래이지만, 패티의 가창력과 역시 단계적으로 덧붙여지는 코러스... 그리고 전주 부분의 노래인 "Holy Lord" (패티가 만든 노래입니다.) 가 "Carry On"의 마지막 후렴부에서 절묘하게 화음으로 덧붙여지면서 두 곡의 메시지들 -'주님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영혼을 의탁 하겠다는 고백'-이 합쳐지는 상승작용까지 만들어내어 큰 감동을 줍니다.
위의 두 곡만으로도 이 앨범은 큰 가치를 선점할만한데, 여기에 나머지 곡들 까지도 앨범의 기복을 이끌어가는 재기 발라함이 있습니다.
그 중 감탄할만한 곡은 타이틀 싱글인 "Find It on the Wings" 입니다.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면서 퍼커션 연주의 리듬감이 이끌어가는 느낌만으로도 이전의 패티의 노래들과 상이한 이 곡이, 앨범의 오프닝을 열어가며 듣는 이들의 주의까지 순식간에 환기시키는 이 멋진 느낌은, 앨범의 후반부의 "God is Walking Me Through"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다시 사용되고 있지요.
그 외에 "Through the Eyes of a Child" 같은 곡은 선명회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이즈음부터 다시 꾸준하게 된 패티의 구호사업에 대한 다짐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95년부터 패티는 선명회의 대변인으로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 To Mainstream
93년 [Le Voyage]부터 패티의 앨범들은 워드의 일반 배급사인 소니 뮤직을 통해 일반 시장에 소개되었지요. 하지만 [Le Voyage] 보다는 이 앨범이 더 메인스트림에 어필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전작이 컨셉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모도 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Find It on the Wings] 가 인스피 스타일의 정수와 그 위에 입혀진 모던함의 옷을 고루게 선보이는 앨범이기 때문이죠.
[Find It on the Wings]의 결과는 샌디 패티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성과 정도로 답지를 받았습니다. 스캔들을 동반했던 몇년의 혼란스런 시기를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요. 휴지기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헤매고 있는 마이클 잉글리시의 경우를 보세요.
후유증 인지는 모르겠지만, 패티의 음반 활동이 이전보다는 왕성해지지 않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면면은 팬들에게는 아쉽지만 최근의 앨범들- 그래봤자 캐롤 앨범과 [Artist of My Soul] 두장 뿐이지만- 에서도 그녀의 음악이 시대를 맞게 관록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면 아직 그녀의 건재함이 느껴져 반갑습니다.
(그리고 한창때 패티가 정말 음반을 남들보다 열심히 내던 가수였기에 상대적인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어요.)
- Thankful Heart
1999년은 그녀가 첫 앨범 [Sandi's Song]을 발표한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세월동안 그녀에게는 많은 호칭과 이야기들이 따라 붙었죠.
여성 싱어중 도브상 최다 수상자 (아직도 안깨지고 있습니다.), CCM계의 퍼스트 레이디, 인스피의 여왕, 이혼 그리고 재혼, 충격적인 어린 시절에 대한 공개적인 고백 등등... 이런 에테르들은 그녀를 한없이 높게, 혹은 밑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갖고 있었죠.
그럼에도 그녀가 계속 팬들에게 음악을 전해주는 크리스천 싱어 샌디 패티로 남아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그리고...감사한 일이고요.
패티의 삶은 그녀의 음악들과 더불어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녀의 모든 족적이 옳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비난 받아야 할 부분도 있었고, 칭송되어야 할 부분도 있었지만 그 삶속에 어려온 솔직함들은 궁극의 공감대와 많은 교훈으로 사람들에게 남았다는 의미지요.
앨범 리뷰의 말미에서 너무 엉뚱한 이야기들을 한 것 같지만, 제 느낌으로 [Find It on the Wings]는 단순히 '좋은 앨범'이 아닌 '고마운 앨범'의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안끄적일 수가 없네요.
(1999/08)
PS: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시중에서 현재 구하기 힘든 앨범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의 전후 앨범들 -[Another Time... Another Place]와 [Artist of My Soul]은 버젓이 라이센스되어 나와있는 데도 말이에요.
소니가 CCM 라이센스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3년전에 잠시 CD 라이센스로 만들어진적 밖에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사라졌지만요. 그때 재고분으로 남은 앨범들이 많이 있던걸로 아는데...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