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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Stand]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tt Bronlewee

(2006/Reunion)





- 일단 따지고 넘어갑시다. 내 앞에 있는 분께서는 마이클 W 스미스의 새 앨범 [Stand]의 샘플을 듣고 난 뒤 '정말 실망이다!'라고 하면서 길길이 뛰어 다니셨었걸랑요. 지금은 보아하니 그 발언을 철회하고 싶으신가 본데, 그렇다면 [Stand]가 걸작이란 뜻인가요?


= 그 정도는 아니에요. 실망한 작품이 아니라고 무조건 걸작이라고 하는건 지나친 이분법이죠. 하지만 공식 홈피에서 예약 구매자에게 미리 배포했었던 샘플을 들었을때 느껴졌던 실망감이 대부분 희석된건 사실입니다. [Stand]는 은근히 괜찮은 앨범이에요.



- 차이가 뭐죠? 음질이 좋은 버젼으로 들으니 체감도가 높아지던가요? 아니면 단아한 부클릿 디자인을 보니 마음이 온화해지던가요?


= 글쎄요. 듣다보니 나름대로 친숙해진데 원인이 있겠죠. 또 다른 엉뚱한 핑계를 대자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미스가 이 앨범을 또 하나의 [Live the Life]같은 앨범으로 만들고 있다는 헛소문을 듣는 바람에 다른 방향으로 기대를 하고 있기도 했었고요.



- 그렇다면 적어도 이 앨범이 락 무드의 앨범은 아니라는 뜻이군요.


= 네, 이 앨범은 본질적으로 워십 앨범에서 파생된 구성입니다. 일단 타이틀 곡인 "The Stand"부터가 힐송 유나이티드의 노래죠. 대부분의 곡들은 코럴 보컬의 힘을 입는 단순한 곡조들이고요. 멀리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 앨범이랑 비슷한 앨범을 찾으라고 한다면 스미스의 바로 전작인 [Healing Rain]이 딱 적당합니다. 팝 앨범으로 만들어졌지만 축을 이루는 곡들은 워십 음악에 닿아있어요.



- [Healing Rain]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잖아요?


= 그랬죠. 제가 [Stand]를 높게 친다면 그것은 이 앨범에 과장됨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품을 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Stand]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갖고 있는 소소한 매력들이 있습니다.



- 실제로도 작게 만들어진 앨범이죠. 실질적인 제작기간이 40일 정도였다고 하지 않았나요? 11트랙이 있는 앨범임에도 트랙타임이 간신히 40분을 넘기는 규모이고요.


= 음반을 듣노라면 그 체감도는 더 큽니다. "The Stand"도 원곡과는 달리 후렴부만을 계속 반복하다가 2분여만에 끝나고, 그 뒤로 이어지는 "Come See" 역시 5분 내내 단순한 멜로디 반복만 하다가 끝나는 곡입니다. 오프닝 곡인 "Cover Me"나 "Open Arms"도 짧은 1절 이후 곧장 후렴으로 진행하고요. 앨범의 대부분의 곡들이 이런 분위기입니다.



- 또 있어요. 마이클 W 스미스라는 아티스트 본래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수록된 곡들이 지나치게 친숙한 멜로디와 하모니들입니다. 기시감이 훨훨 넘쳐요. "The Stand"는 그가 작곡한 노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스미스답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에요. 그런데....?



= 하지만 이 모든 구성에는 간결함과 힘이 있습니다. 거장이 슥삭 써내린 일필휘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말한대로 [Stand]의 노래들은 친숙한 멜로디와 하모니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치장하는 편곡, 그리고 각각의 곡들이 거창하지 않은 분위기로 맺음하는 연속은 독특한 매력을 줍니다.


'듣다보니 친숙하다'라는 구태의연한 감상이 힘을 실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Stand]는 마치 앨범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후렴같이 들리는 앨범입니다. 짧은 앨범을 몇차례 듣고 있노라면 잔영처럼 귀에 남는 멜로디와 하모니가 제법 많습니다. 쉽게 애청음반의 대열에 오를만한 충족조건이죠.


[Healing Rain]과 대조되는 부분도 이런 점입니다. [Healing Rain]은 뭔가 큰 주제를 향해 계속 고개를 드는 듯한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앨범의 완성도는 급조된 감을 지울 수 없었고 이러다보니 괴리감이 생겼었죠. 하지만 [Stand]는 앨범 외적이든 내적이든 작은 앨범임을 천명하고 있고, 이런 점이 솔직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척하는' 앨범은 아니에요.




- 하지만 여전히 부클릿의 크레딧을 보면 마이클 스미스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스미스 혼자서 슥삭 써내려간 앨범이라고 보기에는 말이죠.



= 네. 하지만 역시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작인 [Healing Rain]에서는 마틴 스미스, 웨인 커크패트릭, 웨스 킹, 테일러 소렌슨, 샘 애쉬워스 등 수많은 기성 아티스트들이나 작곡가들이 포진했었습니다.


하지만 [Stand]에서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우리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각각 한 곡씩만 작곡으로 참여한- 마틴 스미스와 에미 그랜트 뿐이에요. 나머지 작곡 참여자들은 전부 가족들(가족들 중 두 명 빼고 모두 작곡에 참가했습니다. 그 두 명도 코러스로 참가하기까지 했고요.) 아니면 프로듀서인 매트 브론리위뿐입니다.



- (그룹 리랜드의 리더인) 리랜드 무어링을 빼놓을 수 없죠!



= 무어링의 참가는 [Stand]의 가장 큰 키워드입니다. 90년대부터 마이클 W 스미스는 PfR이나 자스 오브 클레이처럼 까마득한 후배 모던락 그룹의 음악에 큰 관심을 가져왔었죠. 이번에는 리랜드가 그 물망에 오른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투어 메이트로 함께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앨범 제작의 큰 부분을 맡은 셈이고요. 앨범의 거의 모든 곡을 공동작곡했으니 대단한 비중이죠.



- 리랜드라는 그룹의 스타일 자체가 마이클 스미스의 음악과 접점이 있어보이지 않아요? 친숙한 멜로디와 보컬, 하지만 노래를 전체적으로 치장하는 분위기의 시너지 효과.....



= 글쎄요. 그건 우리가 사실을 감안하고 듣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무튼 인터뷰 등에서도 말했듯이 스미스는 신인 아티스트, 가족들과 함께 속성으로 작은 음반을 하나 만든 것입니다. 마틴 스미스나 에미 그랜트는 게스트 참가 수준일 뿐이고요. 심지어 그는 앨범 프로듀싱도 그냥 매트 브론리위에게 맡겨 버렸습니다. 정규 앨범에서 스미스 자신이 프로듀싱을 하지 않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죠.


저는 오히려 마이클 W 스미스가 이 앨범을 만드는 것을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자신의 네임밸류 덕에 매앨범마다 가중된 기대치와 홍보가 이어졌던 20여년간을 생각하면, 이런 앨범도 하나쯤은 충분히 있을만 합니다.




- [Healing Rain]에 이어서 이번 앨범에도 리메이크 곡들이 있었죠. "The Stand"야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라 치고.... "Oh Lord You're Beautiful"은 어땠어요?


= 실망이었어요. 약간의 변조가 독특하긴 했지만, 이 곡은 많고 많은 키스 그린의 노래들 가운데서도 특히 더 많이 리메이크 되었던 곡이거든요. 그러다보니 비교가 불가피하더군요."Bridge Over Troubled Water" 리메이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생각입니다.



- 결론을 말하자면... 어쨌든 마이클 W 스미스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랜드마크로 남을 앨범은 아니란 뜻이네요?


= 상대비교를 고집한다면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앨범 각각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평가로 내리자면 전 [Stand]를 굉장히 독특한 앨범으로 기억할 겁니다. 방금 전에 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자면, 마이클 W 스미스의 디스코그래피에 이런 앨범도 하나쯤은 충분히 있을만 해요. 기대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어요.



- 애초에 뭘 기대 했었는데요?


= 글쎄요. 그게 중요한가요?


(2006/11)



PS : 'Open Arms'란 표현이 나오는 곡이 세 곡이나 있습니다. 우연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