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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발로우 걸 Barlow Girl [Another Journal Entry] (200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Otto Price

(2005/Fervent)





발로우 걸은 여러모로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었습니다. 작곡, 연주, 보컬 모든 면에서 말이죠. 한 팀의 음악 활동에 필요한 요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완벽한 원을 그리고 있는 팀이었죠.


따라서 그들의 두번째 앨범도 데뷔 앨범만큼의 수준을 기대할 만 했습니다. 워낙 야무진 기량을 갖고 있으니 큰 변화보다는 본연에 충실한 그런 사운드로 채워진 앨범이요.


생각보다 [Another Journal Entry]는 더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전작에서 보여준 고저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그런 앨범이었죠. 이런 변화를 보인게 꼭 좋은 앨범이 된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결과물인 음악들이 좋았고 밴드의 역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증거도 되니까요.


우선 강한 스타일의 음악이 좀 더 장중하고 박력있는 비트가 되었습니다. 앨범의 첫 트랙인 "Grey"는 전작의 첫 트랙인 "On My Own"보다 훨씬 스피디한 스타일의 곡인데 이를 통해서 이런 증폭된 느낌을 먼저 엿보이게 합니다.


데뷔 앨범을 들은 제 지인중 한명이 발로우 걸을 에버네선스의 틴에이져 버젼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앨범에서는 그 느낌이 한층 더합니다. 정말이에요. 타드 애그뉴와 함께 부른 "Psalm 73 (My God)"은 에버네선스의 강한 싱글, "Porcelain Heart"는 에버네선스의 발라드 싱글같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거든요. 저뿐만이겠어요. 여러 해외 사이트에서의 리뷰들도 에버네선스와의 유사성을 언급하고 있는걸요.


몇몇 강한 트랙은 노래 자체보다 그냥 그 강한 느낌만 남는다는 감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것이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발라드 곡들의 인상이 너무 깊기때문에 더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큰 것 같기도 해요.


첫 싱글인 "I Need You to Love Me"는 그 절정일듯 합니다. 뻔하디 뻔한 코드의 진행에 차분하게 흘러가다 인스트루멘탈이 겹치면서 고조되는 분위기는 정말 모범적인 락발라드의 그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요소들의 총합은 노래 하나를 정말 완전한 이끌림이 있는 곡으로 만듭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같은 것이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죠.


사실 10대 소녀 락밴드란 타이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개성이 되고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여느 스타일의 음악이 대입 되어도 새로우니까요.


이는 크리스 탐린의 "Enough"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수렴하면서도 원곡의 친근함을 잘 들려주는 이 곡은, 특히나 세 발로우 자매들의 보컬 앙상블까지도 확연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좋은 리메이크일 뿐만 아니라, 앨범에서도 추천할 만해요. (크리스처니티 투데이의 리뷰에서는 이 곡이 퍼번트 레이블의 워십 컴필레이션에 실렸던 곡이라는 이유만으로 툴툴대던데.... 흠, 옴니버스에 실렸던 곡이 정규 앨범에 들어갔다는 점이 과연 그렇게 불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들어본게 무슨 벼슬이라도 된다고...)



앨범의 컨셉은 데뷔때도 밝혔던 이들의 사역 방향과 일맥상통합니다. 아무리 성인 그룹의 스타일을 벤치 마킹하고 자신들만의 것으로 소화를 한다 해도, 여전히 발로우 자매들은 10대라는 것이죠. 일기장을 컨셉으로 한 앨범 타이틀과 디자인만 해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이들의 앨범을 듣는 것이 일기장을 보는 것과 같다는 의미인데... 데뷔 앨범보다 더욱 노골적이죠.



10대 소녀들의 일기장이란 고백과 결심들로 채워진 구성물입니다. '나 사실은...' 혹은 '이제부터...할거야!'의 연속이죠. (어찌 아느냐고요? -_-a) 그리고 [Another Journal Entry]에는 고백과 결심의 하나하나에 대입할만한 콘텍스트들이 잘 살아 있습니다. 다만 그 테마는 크리스천의 이야기로 바뀌어 있죠. "Grey"나 "I Need You to Love Me"같은 곡들이 고백이라면, "Let Go", "Psalm 73" 같은 곡들은 결심입니다.


그 컨셉을 생각하자면 사실 [Another Journal Entry]는 약간 아쉬운 감도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크리스천으로서의 사명이 잘 연결되있지만, 이를 삶에 대한 조금 구체적인 적용의 가사들로 취했어도 될 뻔했어요. 이런 느낌이 살아 있는 곡으로는 "5 Minutes of Fame"같은 곡을 들 수 있는데 이런 곡들이 좀 더 많았어도 될 법했다는 의미죠. 그런 점에서 선배그룹인 수퍼칙의 가사들을 참고했어도 좋았을 텐데요.


하지만 역지사지를 해본다면 이것이 오히려 의도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목 그대로 '새 일기장을 열며' 완전히 주를 향해 돌아서서 길을 가는 모습을 더 강조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죠.


워낙 새 앨범이 빨리 나온 편이라 이들의 장성한 모습이 아직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데뷔 앨범도 그랬듯이 이 앨범에서도 그 싹은 충분히 보여요. 찐하디 찐하게 보이는 그 파릇파릇함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기장입니다.


(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