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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소망의 바다 3 [성숙 Part 1 Great] (200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소망의 바다

(2004/HAJA/Sony)





'Contemporary Music'이라는 개념이 꼭 새로운 시도와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진정한 '동시대적인 음악'은 대중에게 생경한 것보다는 친근한 형태로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음악인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도란 것은 자신의 노하우를 잘 펼칠 수 있는 장르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있은 후에 따라와야 할 과제입니다.


가끔 이런 사실을 잊는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중적인' 혹은 '동시대적인' 이라는 명제를 아로새기고 자신들의 음악에서 성급한 시도를 하고, 자기자신조차 그 스타일에 눌려서 기존에 구축한 본령까지도 망가뜨려 버리곤 하죠. 이런 사례가 생기면 생길수록 늘어나는 것은 '실험정신이 꼭 대중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뼈아픈 교훈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은 후 조금씩 새로운 길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런 이해가 있은 후에 아티스트가 내딛는 땅은 처녀지가 아닙니다. 자신의 본령을 연마하는 가운데서 일종의 선견지명이 생기니까요. 그들이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숙련된 아티스트들은 그 모험의 땅조차 순식간에 그들의 놀이터로 만듭니다.



소망의 바다의 세번째 앨범인 [성숙 1 Great]에서 민호기와 전영훈이 내딛은 땅은 켈틱과 아이리쉬 분위기가 만발한 새로운 곳입니다. 그러나 이 두사람은 이전의 두 장의 앨범에서 가졌던 중심들을 다 버리고 돌아오지는 않았어요. 그 결과 적정한 수준의 믹스가 잘 이뤄졌는데 그 성과는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성과가 한두가지 요소로 생긴 결과는 아니겠죠. 제일 주요한 것은 탄탄한 세션들과 힘을 합쳤으면서도 인스트루멘탈이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 조력자 수준의 발란스를 잘 이뤄냈다는 점입니다. 하림이나 샘리, 함춘호 같은 낯익은 세션들이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그야말로 부클릿 위에 쓰여진 이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음반안으로 들어왔을때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결코 요란하지도 않고 튀지도 않지만 제 역할은 다하고 있는 최적의 역량입니다.


그래도 하림의 휘슬 연주는 꽤나 두드러지게 들립니다. 앨범의 스타일을 규정해주는 뼈대가 되고 있거든요. 전반적으로 이 앨범에서 불려지는 노래들은 한국 CCM에서 많이 들려져 왔던 포크 기반의 분위기이지만 휘슬 연주의 지원만으로 그 분위기가 크게 선회하거든요. 하지만 그 지원이 여벌의 덧붙임이 아니라, 아예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우러져요.


하긴 인스트루멘탈의 분위기가 그냥 평범한 노래들 위에 안착한 것은 아닙니다. 무난한 멜로디와 하모니는 어떤 스타일로의 방향에도 어색하지 않은 결합을 할 수 있고 곡만이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분위기, 그리고 그렇게 발전되어 '소망의 바다'라는 팀의 음악이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개성까지도 잘 포함하고 있습니다.


딱 잘라 말해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새롭다'는 느낌과 '여전히 소망의 바다의 음악이다'라는 두가지 생각이 무리없이 들게 됩니다. 한 장의 앨범이 이전에 비해 발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최고의 요건들이죠.


"강" 같은 노래는 특히 더 귀에 들어옵니다. 그 연주 자체가 아이리쉬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흐르는 멜로디 자체는 이를 슬쩍 국악과도 비슷한 분위기로 유도하거든요. 아일랜드의 휘슬 연주가 전통 국악기들과 음색이 비슷하다는 전례를 생각하면 굉장히 멋진 전개죠.


이런 맛깔스러운 분위기가 앨범 내내 유지되지만은 않습니다. 믿음의 유산과 함께한 "난 여호와로"같은 곡이 주는 변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차분한 앨범들이 가질만한 루즈한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했고요. 하지만 이 앨범은 국내 앨범에서 그간 보기 힘들었을 수준으로 수록 트랙들이 많은 음반입니다. 이 스케일을 고려하면 민호기와 전영훈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한 겁니다. 어설픈 아티스트였다면 트랙의 규모자체에 눌렸을거에요.



간결한 가사들이 갖는 은근한 힘도 멋집니다. 어느정도 도식화되어 보이는 텍스트들이긴 하지만 신앙의 길을 걸어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진솔한 고백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 분의 길을 간다는 것은" 같은 노래나, 서정적인 느낌의 적용이 인상적인 "강"같은 가사들은 정말 좋군요.


결국 노래 자체와 프로덕션의 승리입니다. 은은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가득하지만 아주 영리하고 치밀한 제작이 뒷받침 되어 있다는 것이 훤히 보이는 앨범이에요. 그렇기에 심지어는 잘 짜여진 뮤지컬을 본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오히려 그것때문에 어쿠스틱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2부가 더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연작의 구성으로 앨범의 스케일을 더 키우는 것이니 소망의 바다가 그 무게에 눌리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생기거든요.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서... 만약 이 정도의 퀄리티로 2부가 나와준다면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에 짙은 인상을 남기는 두 장의 명반을 한꺼번에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는 셈이니,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것도 괜찮은 일일것 같군요.


(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