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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써드 데이 Third Day [Wire] (200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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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Paul Ebersold

(2004/Essential)





써드 데이의 2003년 앨범 [Offerings]의 두번째 시리즈인 [Offerings 2 : All I Have to Give]의 자켓을 잘 보신분 계신지? 자켓 후면에 '왜 두번째 워십 앨범을 또 출반하였는가'에 대해서 일종의 변명(?)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2000년 [Offerings]의 성공에 대한 일종의 재탕이 아니냐는 얄궂은 비판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 같은 거였죠.


사실 그다지 필요한 배려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Offerings 2]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었으니까요. 예배 음악으로의 염원이 있고 기획력이 넘친다면 2부작 연작이든 주구장창 나가는 시리즈든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 글에서 써드 데이라는 그룹의 머리속에 대중 음악 스타일로의 바람이 가득차있다는 것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2000년 이후 4년간 써드 데이는 이모저모에서 워십 밴드로서의 모습이 훨 짙었으니까요. 중간에 꼈던 2001년의 [Come Together]도 대중적인 인상이 강한 음반은 아니었습니다.



2004년 새 앨범 [Wire]에 있는 노래들 중 몇곡을 듣노라면 이들이 최근의 워십 밴드로서의 모습과 비교해 무언가 다른 것을 보이려고 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Billy Brown"이나 "Rockstar"같은 노래에서 (이 곡을 작곡한 맥 파웰은) 스타가 되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 팬들과의 교감등을 가사로 담고 있죠.


사실 위의 두 곡은 대표적인 예일 뿐입니다. "It's a Shame", "Wire" 등 대부분 노래들의 가사가 비유로 감싸지긴 했어도 메시지의 반경은 위의 노래들과 크지가 않아요. 의도적인 차별화가 확실히 느껴지죠.



여기에 숨가쁠 정도로 빨라진 리듬의 연속도 한몫합니다. 나름대로 강해진 비트와 빨라진 리듬, 차별화된 가사의 스펙트럼까지 [Wire]에서 보여지는 음악적 변화는 상당합니다. 물론 전매특허다운 맥 파웰의 보컬은 여전하지만, 그 보컬 조차도 음악적인 변화 위에서 한껏 여유로운듯 합니다.


차분한 발라드 노래들을 들자면... 전작 앨범들에서 종종 보였던 어쿠스틱한 무드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후반부의 발라드인 "You are Mine"이나 "Innocent", "I will Hold My Head High"에서 얼핏 들리긴 하지만 역시 풀 인스트루멘트를 위한 전주 정도의 역할에 지나지 않아요. 이런 노래들도 후반부에 가면 락블루스틱한 분위기로 바뀌게 되죠.


[Wire]는 일렉 사운드가 주종을 이루는 건조한 서던락의 전형성으로 뒤덮힌 앨범입니다. 음악적인 변화가 서던락이라는 장르의 전형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최근 써드 데이의 앨범들이 비교적 '부드러운' 앨범들이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몇년을 두고 생각할만한 본류로의 회기라고 할 수 있겠죠.



앨범 출반후 적잖은 평론가들이 이 앨범을 초기 앨범인 [Third Day]나 [Conspiracy No. 5]와 비교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초기의 음반들과 완전히 똑같은 분위기는 아니라 해도, 그룹이 의도한 음악적 방향만큼은 초기의 스타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세월이 6,7 년 정도 흘렀으니 변화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빼놓을 수 없죠. 키 연주가 크게 감쇄된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연주 전체에 굉장히 풍성한 느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Wire]에서 보여진 써드 데이의 스타일 전환이 앞으로도 유지될까요? 그럴겁니다. 2000년 부터의 몇년간 유지된 예배 음반과 이에 따른 활동들이 순조로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서도 써드 데이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웬지 우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Wire]의 음악들이 이런 우회의 느낌을 일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크리스천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기본적으로 담겨진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또 아티스트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이 앨범에서 재확인 했다고 본다면 앞으로 우리가 써드 데이에게서 기대할 만한 음악은 아마 이 앨범의 노래들과 닮아 있을 겁니다.


(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