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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Healing Rain] (200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ichael W. Smith, Matt Bronleewe, Sam Ashworth

(2004/Reunion)





러시아의 영화감독 레프 쿨레쇼프가 주장한 '쿨레쇼프 효과'란 것이 있습니다. 중립적인 느낌의 이미지가 전후의 다른 이미지에 의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이론이죠. 예를 들어 무표정한 남자의 사진이 있다고 칩시다. 그 사진만으로는 어떤 느낌이나 표정을 감지할 수 없죠. 하지만 만약 맛있어 보이는 음식의 사진을 먼저 보고, 연이어서 무표정한 남자의 사진을 본다면 그 남자의 무표정이 배고픈 표정으로 느껴진다는 식의 이론입니다.


물론 이 이론은 영화에 적용되는 겁니다. 하지만 한 장의 음반에도 한번 적용을 해보죠. 마이클 W 스미스의 새 앨범 [Healing Rain]을 듣고 있노라면, 이 앨범이 발표된 시점이나 미국의 정세 분위기가 앨범의 느낌과 연결이 안될 수 없거든요.


앨범의 타이틀 곡인 "Healing Rain"은 단순한 가사 그대로 '치유를 위한 비가 내립니다. 우리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죠. 가사만으로 본다면 우리가 여느 크리스천 음반에서 여러번 접해왔을 법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전운이 한창 고조되고 있고, 미국의 2004년 대선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이 앨범이 발표된 상황을 생각하면, 이 노래는 마치 우회적인 캠페인 송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 '치유의 비'가 바로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으로요.


물론 그 연결고리는 스미스가 오래전부터 공화당과 부시의 지지자라는 사실이죠. 그는 10번도 넘게 백악관을 방문, 혹은 공연을 가진적이 있었고, 이는 대부분 조지 부시와 조지 부시 주니어의 재임때 이뤄졌습니다. 2000년 대선 당시에는 자신의 팬메일을 통해 조지 부시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고요. (올해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적어도 저는 못받긴 했습니다만.)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정치적 견해는 충분히 납득될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 담는 견해이고, 모든 필부들이 갖고 있을만한 이런 성향이 크리스천 아티스트라고 없는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콘서트도 아닌 출반 앨범에서 묻어나는 것은 좀 별개의 문제입니다. 마이클 W 스미스가 이런 점에서 좀 표출이 심했던 사람인것은 사실이고요. 이러다보니 앨범의 감상에 어쩔 수 없이 개입이 생깁니다.


타이틀 곡 "Healing Rain" 이외에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의 리메이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워십이나 캐럴을 제외하고는 리메이크 곡을 전혀 싣지 않아왔던 그의 앨범에 실린 사이먼과 가펑클의 이 노래는 아주 무난한 단선적인 연주에서 시작하여, 마치 사관학교 졸업식장에서 울릴만한 장엄한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에 담긴 테마는 좁게 보면 우정이지만, 넓게 보면 '치유와 재건'이라는 정세의 반영으로 쉽게 이어지니까요.


사실 아쉬운 점은 가사에서 확장되는 테마가 아닙니다. 이런것을 의도한 선곡 때문에 음악적인 방향까지 고정되었고, 이 때문에 노래가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이죠. "Bridge Over Troubled Water" 경우를 들자면, 노래 자체가 워낙 리메이크 된 적이 많은 곡이죠. 이러다보니 스미스의 버젼은 정말 무개성하게 느껴져요. 결국 레퍼터리 자체를 실기 위한 고혹책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 수 밖에 없고요. 앨범안에서 불려진 스미스의 '첫 리메이크' 작으로는 많이 실망스럽죠.


타이틀 곡인 "Healing Rain"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 노래가 스미스의 앨범 [Worship Again]에 실렸던 "There She Stands"와 같은 분위기의 노래가 될 것이라는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미리 예상했을 겁니다. 그리고 딱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고요. 위의 두 곡 다 내포된 테마가 곡의 성격까지 미리 규정해 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 심심해요.



다행이 [Healing Rain]의 다른 곡들은 꽤나 재밌는 음악적 실험대 위에 놓여있습니다.


우선 앨범 전체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전자 사운드의 두드러짐인데, 마치 80년대 팝사운드로의 회기를 보는듯 해요. 아시다시피 이 앨범은 99년 [This is Your Time] 이후 스미스의 5년만의 팝앨범이죠. 그리고 [This is Your Time]으로 90년대를 마감할때까지 그의 음악 스타일은 모던락이 큰 주류로 들어 앉았었고요.


하지만 [Healing Rain]에는 스트링보다는 키연주를 위주로한 전자 사운드가 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곡의 도입에서는 이런 시도를 대부분 하고 있죠. "We Can't Wait Any Longer"나 "All I Want", "Human Spark" 같은 곡들의 전반부를 들어보세요.마치 크리스 드 버그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듯 고요하면서도 깊이있는 느릿한 연주로 시작되고 있죠. 물론 대부분의 노래들이 후반부에서 쟁쟁 울리는 락사운드로 변합니다만, 스타일의 연결감은 굉장히 재밌어요. 요란한 느낌의 "Hang On" 같은 노래는 마이클 W 스미스의 84년 곡인 "End of the Book"과 비슷한 느낌까지도 풍깁니다.


이런 시도만으로도 [Healing Rain]은 상당히 재미있는 음반입니다.


하지만 재밌는 음반이라고 해서 그 노래들이 잘만들어졌다는 의미는 아니죠. 제일 큰 문제는 마이클 W 스미스 자신의 보컬입니다. 스미스가 아주 고음역을 아우르는 보컬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래에 맞는 호소력을 잘 발휘하는 목소리이긴 하죠.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뭔가 아귀가 안맞는 어색함이 좀 보입니다. 특히 첫 곡인 "Here I am"에서 이런 인상이 더 짙고요. 이래저래 보컬부분은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친근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스미스나 다른 게스트 송라이터들의 실력은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웨인 커크패트릭이나 웨스 킹 같은 지원군들이야 이미 스미스의 앨범에서 몇차례 만난 이들이지만 딜리리어스의 마틴 스미스가 송라이터로 참가한 것은 특히 더 반갑네요.


또 앨범 안에서 제일 유별난 노래인 "I am Love"를 작곡한 테일러 소렌슨과 이 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샘 애쉬워스도 눈여겨 볼만한 이들입니다. 테일러 소렌슨은 아마 곧 로켓타운의 신인으로 만나게 될 사람이고, 샘 애쉬워스는... 네, 바로 찰리 피콕의 아들입니다. 이 생각을 하고 "I am Love"의 전반부를 들으면 정말 찰리 피콕의 음악같아 뵈기도 할 정도에요. 만약 이런 프로듀싱이 애쉬워스의 장기가 되었다면, 정말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다른 곡들의 가사들도 평이합니다만... 아무래도 앨범의 첫인상에서 뭔가 좀 씌였는지 평이하다는 느낌만으로 쉽게 끝나지 않는군요. "We Can't Wait Any Longer" 같은 곡의 후반부에서 'Wake up America, Wake up the World' 같이 외치는 소리도 귀에 뚜렷이 들어올 정도에요. 어쨌든 워십 앨범의 "There She Stands"처럼 정세를 반영한 테마가 여벌로 들어간 음반은 아니니 이런 식의 감상을 아주 불순하다고만 볼 수는 없겠죠.



[Healing Rain]은 여러모로 독특한 앨범으로 남을만 합니다. 물론 스미스 자신은 이런 정치적 성향이 이 앨범의 모토가 아니었다고 하겠죠.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비적비적 새는 요소들이 이런 점을 완곡하게 보기 힘들게 합니다.


물론 이것 자체가 나쁘다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에 신경을 쓰느라 앨범이 좀 급조되었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으니 더 아쉬운거죠. 왜냐면 [Healing Rain]은 90년대 후반에 비해 스미스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의 지평을 충분히 열 수 있는 가수라는 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거든요. 이런 가능성이 충분히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 앨범 최고의 단점으로 남게 될 겁니다.


(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