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Charlie Peacock, Brown Bannister & Tedd. T
(2004/Sparrow)
아발론의 새 앨범 [The Creed]는 새로운 멤버들인 그렉 롱과 멜리사 그린의 영입 이후 발표된 새로운 스튜디오 프로젝트 입니다. 물론 작년의 컬렉션 앨범때 멜리사 그린이 이미 참가하긴 했지만요.
때문에 팬들에게 그룹의 이미지가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마 앨범을 제작할때도 예전의 이미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관성력에 큰 힘을 쏟아 부었음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프로듀싱에는 아발론의 처음 두 앨범을 프로듀싱한 찰리 피콕까지 다시 돌아올 정도니까요.
아니. 아마 예전의 이미지 이상의 것을 노렸을 겁니다. 프로듀서 진영에 테드 티가 가세했고, 여기에 작곡을 해준 멤버들도 쟁쟁하거든요. (올스타유나이티드의 리더인) 이안 에스켈린, 신디 모건, 벤 글로버 같은 아티스트, 버니 헴스, 스테파니 루이스, 댄 무캘러 같은 베테랑 작곡가까지... 일단 크레딧만으로 예상하자면 [The Creed]는 정말 기대만발의 앨범입니다.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The Creed]는 아직 새로운 멤버들이 가세한 아발론에게 앙상블 적응이 다소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앨범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노력은 낯선 그룹의 이미지를 넘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는것 같아요.
역시 멤버 개개인의 문제가 제일 드러납니다. 예전의 앨범들에 비해 개인의 역량이 지나치게 두드러지거든요.
물론 이 점은 어느정도 불가항력이긴 합니다. 아발론 이전부터 10년간 솔로활동을 해온 그렉 롱, 독립 음반 발표 경험이 있는 멜리사 그린, 그리고 아발론 활동과 병행하며 솔로 앨범을 낸 조디 맥브레이어와 재나 롱-결국 네명 모두가 솔로 활동 경험이 있거든요. 이 정도면 개인의 보컬이 꽤나 두드러지게 들리는 것은 어느정도 수순이죠.
그리고 멤버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어느정도 장점이 되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I wanna be with You"에서 곡을 리드하는 그렉 롱의 목소리는 팀을 떠난 마이클 패슨스 보다는 노래 자체를 강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이 노래를 특출난 곡으로 만들어주죠.
하지만, 이런 특출함때문에 이 노래를 아발론의 노래로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같은 예로 "I wanna be with You"를 들자면, 마치 이 노래는 아발론의 노래보다는 말그대로 그렉 롱의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 같거든요. 비슷한 식으로 다른 곡들에서도 각자의 솔로 앨범같다는 느낌이 종종 듭니다.
솔로 캐리어를 완전히 지울 순 없겠지만 (또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분명히 보컬간 앙상블을 더 강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아발론의 전작인 [Oxygen]이나 [In a Different Light]에서 네명의 멤버가 함께 불러가는 노래들을 듣노라면, 특별한 화음의 치장이 없어도 '그룹이 이끌어가는 노래'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거든요. 심지어 재나 롱이 혼자 부르다시피 했던 "Can't Live a Day" 같은 곡에서도 후반부에 짧게 나오는 합창 부분에서 그룹이 실어줄 수 있는 무게는 재나 롱의 보컬 부분과 충분히 견줄만 했었죠.
하지만 [The Creed]에서 그룹이 부르는 파트는 웬지 백그라운드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꼭 보컬의 배분 문제라기 보다는, 청취자의 입장에서 적응이 덜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좀 다른 면이 있어요.
또, 각각의 노래들의 임팩트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워낙 괜찮았던 전작들의 후광효과 영향이긴 하겠지만요. 보컬의 앙상블이 크게 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재나 롱이 이끌었던 "Abundantly", 조디 맥브레이어가 이끌었던 "You were There", 그렉 롱이 이끌었던 "I wanna be with You" 등이 괜찮은 노래들이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제일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은 멜리사 그린입니다. 컬렉션 앨범의 싱글들에서부터 조짐은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개성도 살아있으면서 유달리 튀지 않는 - 보컬간의 촉매 역할을 충분히 해낼만한 그런 목소리입니다. 아발론의 창팀 멤버였던 니키 해스먼과 느낌이 참 비슷해요.
그렉 롱도 시간이 지나면 그룹과 융화가 잘 될거고요. (근데 왜 저는 이 친구가 계속 팀에 얌전히 있을지가 걱정이 될까요.)
꼭 멤버의 교체가 원인이 되었다고는 보지 않지만, 여하튼 [The Creed]는 다소의 아쉬움을 남기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만큼이나 앞으로에 대한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지는 앨범이기도 해요. 다양한 송라이터들이 만들어준 노래보다는, 그룹의 특성에 맞게 재단된 노래들로 보강이 된다면, 새로운 진영으로 구성된 아발론의 도약을 기대해볼만 할겁니다.
(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