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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릴 아이록 윌리암스 Lil IROCC Williams [Lil IROCC Williams]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Otto Price, Ric Robbins, David Lynch, Todd Collins, Canton Jones & H. Williams

(2003/Forefront)




릴 아이록 윌리암스의 데뷔 앨범을 듣다보면 여느 틴에이지 아티스트들의 음반과 좀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우선 힙합이라는 특정한 장르를 들 수 있겠죠. 분명 크리스천 음악에서 이 장르의 틴에이져는 낯설었으니까요. 하지만 장르에 따른 차이는 너무 명약관화하니까 넘어가죠.


더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티스트 자신이 어른인 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틴에이지 싱어가 성숙한 보컬을 낸다기 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어린애다운 이미지를 지향한다는 점에 있어서, 윌리암스는 스타일 상으로 점프5에 더 가까운 아티스트입니다.



하지만 몇몇 측면에서 그 '어린 모습'은 점프 5보다 더 두드러집니다. 일단 [Lil IROCC Williams] 앨범 자체가 틴에이져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얘기하고 있는 앨범이니까요.


앨범의 중간에 막간형식으로 수록된 'Scene'들을 들어보세요. 아침에 학교가기 침대에서 비비적 거리는 모습부터, 학교 구내 마이크를 잡고 외쳐대는 모습, 점심시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말 그대로 13살 아이의 하루 생활상을 라디오 드라마로 구현한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노래들도 각각의 노래 전에 나오는 'Scene'과 연결됩니다. 심지어 첫 곡인 "I-R-O-C-C"도 아침에 일어나기전 윌리암스가 꾸는 꿈에서 부르는 노래인 것처럼 묘사되지요.


이는 [Lil IROCC Williams] 앨범자체가 지극히 윌리암스 또래의 어린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앨범에는 그리츠나 토비맥같은 선배들, 혹은 백그라운드로 합세하는 성인 아티스트들이 많지만, 이들과의 앙상블은 윌리암스를 '성인 아티스트를 뛰어넘는 기량의 신동'보다는 '참 귀엽고 당찬 꼬마'로 보게 만듭니다.



당연하겠지만 앨범이 끌고 가는 테마 또한 그렇습니다. 음악과 밴드의 어린 이미지에 비해 가사가 다소 어려웠던 점프5에 비해, 윌리암스의 노래들이 늘어놓는 내용은 한마디로 '삶속에서 당당하게 신앙을 증거하는 하나님의 어린이(!)' 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가사는 이 증거가 어떤 현장과 상황에서 이뤄지는지에 대한 배경의 이동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많은 또래들이 있는 교정일 수도 있고, 힙합 매니아들이 모인 콘서트 장일 수도 있으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친구의 앞일 수도 있습니다. 또 첫 싱글이었던 "All My People"같은 곡에서는 E.R.A.C.E 캠페인의 제작진이 도움을 준 앨범답게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Mama"같은 곡도 어느정도 수평적인 부분이 적용된 메시지도 담고 있고요.


하지만 어떤 현장과 상황이든 윌리암스의 가사가 주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어떤일이 있더라도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믿고 따르겠다는 우직함이죠. 어찌보면 셀프타이틀로 지어진 앨범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예명으로 지은 미들네임인 'IROCC'이 'I Rely On Christ Completely'의 약자라고 하니까요.



그러나 릴 윌리암스라는 어린 소년의 음악적인 남다름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구심이 듭니다.


음반의 테마로 본다면 윌리암스는 분명 앨범의 전면에 나올만한 아티스트입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힙합의 거장들이 죄다 모여 제작으로 포진한 배경때문에 음악의 주도권이 그다지 윌리암스에게 달려 있는것 같지가 않습니다. 분명 입담좋은 랩을 들려주긴 하지만, 그 랩이 앳된 목소리와 결합되었을때 재능보다는 그냥 잘한다, 혹은 기특하다...이상의 생각은 별로 안들어요


물론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앨범에서 그 화자가 10대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장의 앨범을 내고 등장할 정도라면 조금 더 윌리암스 자신만의 역량을 보여줬어여 한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릴 윌리암스라는 가수가 앨범의 주체라기 보다는 선배 힙합퍼들의 특별 프로젝트에 오른 핀업 스타같았다는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그 결과물은 썩 좋습니다. 10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담대한 신앙의 모습을 투영시킨 시도자체가 참신했으니까요.


또 이런 프로덕션을 커버할 수 있을만한 것도 재능이면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런 화합이 잘 이뤄진다면, 다음에는 윌리암스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상으로 더 재미있는 앨범이 나올 수 도 있겠어요.

(2004/02)


PS 1 : 첫번째 장면의 NG모음이 히든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PS 2 : 그리츠의 멤버인 커피와 보나파이드, KJ-52같은 선배들이 참가했지만, 부클릿의 크레딧에는 이름들이 모두 본명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