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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Hero-The Rock Opera]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ete Stewart

(2003/Meaux/Forefront)





[Hero]는 포어프론트 레코드사의 설립자인 에디 드가모에 의해 만들어진 락 오페라입니다.


분명 음악 시장의 주목을 한데 모을 만한 기획이죠. 2003년 4월 GMA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였을때도 반응이 대단했었나 봅니다. 게다가 음악으로 채워지는 오페라이기때문에 음악들이 담긴 사운드트랙에도 큰 기대가 모아졌죠.


확실히 상업적으로 성장한 크리스천 음악계에서 락 오페라는 분명히 진작에 나왔을만한 기획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Hero]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Jesus Christ Superstar]를 이을만한 시도입니다. 소재의 정통성과 표현의 파격성이 겹쳐있는 그런 시도말이죠.


물론 세월이 흘렀기에 [Hero]가 주는 쇼커효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이 오페라의 무대는 가상의 미래 (미래인지 아니면 상황이 전도된 현실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거든요.


등장인물들도 사복음서의 등장인물들을 대입시킨 허구의 인물들이고요. 물론 그 핵심은 'Hero'라고 불리우는 예수라는 인물이고, 주된 내용의 흐름도 예수님의 공생애와 대부분이 일치하지만 등장인물인 매기와 알렉산더의 사랑처럼 새롭게 첨가된 부분도 있습니다.
 

하긴 표현의 창의성이나 파격성은 특별히 논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요. 현대적이긴 하지만 크리스천 음악 진영에서 만들어진 기획이니만큼 메시지적인 측면에서 복음에 충실하게 근거한 면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이 락 오페라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간접체험(?)을 위한 최고의 요소는 공연 2달전에 발표된 사운드트랙입니다. 오페라라는 성격상 공연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악들을 담았고요, 결국 실공연의 거진 절반정도는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음반인 셈이지요.


하지만 그 오페라의 성격덕택에 앨범 자체가 지루하기도 합니다. 곡의 노래들이 차트 액션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곡들이 아니란 의미지요. 1시간 49분여의 음반에서 확실히 부담되는 부분이기도 했겠지만요.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페라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동안 극의 절정을 중심으로 고저가 있어야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 해주는 노래들도 거기에 맞춰야겠죠. 그 고저 사이에서 이음매 역할을 하는 노래들은 싱글 체감도가 약할 수 밖에 없어요. 모든 노래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앨범 감상으로는 좋을 수 있겠지만, 오페라의 진행에서는 쉽게 질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참가 아티스트들의 앙상블도 그럭저럭 잘 맞고 있습니다. 사실 타이틀 롤을 맡은 마이클 테이트나 마크 스튜어트 모두 보컬이 그다지 튀는 사람들은 아니죠. 히로인인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도 보컬이 크게 어필하는 아티스트는 아니고요.


하지만 레퍼터리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무난한 것처럼, 한사람의 스타일 독식이 앨범을 누르고 있지 않기에 오히려 이런 캐스팅은 장점이 됩니다. 곡들의 구성이나 아티스트 등, 이래저래 종합 공연으로서의 기반은 잘 닦여진 셈이죠.



락 오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락 사운드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스트루멘탈의 다채로움으로 여러가지 독특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가 장르인지라 "Wedding Celebration" 이라던지 "Man on a Mission"처럼 힙합 느낌의 곡들이 락장르 노래들의 안에서 상이함때문에 더 튀어보이긴 하네요. 특히 "Wedding Celebration"은 랩특유의 리듬감이 실려진 서약문답과 후반부의 합창이 수려하게 이어지면서 오페라의 내러티브에도 잘 맞고, 아울러 노래도 정말 신이 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군중 분위기가 짙은 합창곡들은 노래 각각의 어필하는 느낌은 크지 않다고 해도, 오페라의 분위기를 돋구는 역할만큼은 정말 강렬합니다. "Wedding Celebration"의 결혼과 "Finally Home"에서의 입성에서는 축하와 감사를 통한 기쁨의 느낌이 만발하다면, "Murder on Their Minds"나 "Kill the Hero"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앞두고 전운마저 감도는 군중들의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죠. 이런 노래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Raised in Harlem"같은 곡은 위에서 이야기한 군중 합창들의 맥락에 들면서도, 강렬한 락적인 필때문에 싱글 체감도도 큰 노래입니다. (사운드트랙중 먼저 차트에 오른 곡이기도 하죠.)


하지만 역시 몇명의 타이틀 롤이 부르는 노래들이 더 좋긴 합니다. 테마곡인 "Hero"라던지 마이클 퀸랜이 부르는 "Intentions" 등은 강렬한 느낌의 싱글로 , 폴 라이트와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가 부르는 "Stand by You"나 테이트와 너바 도르산트가 부르는 (예수와 어머니의 노래인) "Lose My Life with You"는 발라드 싱글로 꼽을만 하죠.



좋은 노래들이 포진해 있지만, 역시 이 노래들을 '재밌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부클릿 가사들의 해석이 필요하긴 합니다. 일단 각양각색 스타일의 곡들이 줄거리 위에서 일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당연하지만) 실상 이 노래들의 가사는 연극 극본에 준하는 역할들을 합니다. 여기에 어느정도 운이 첨가되어 있고요. 따라서 노래를 들을때마다 세세한 내용까지 상기할 필요까지는 없다하더라도, 각 곡이 어떤 내용의 곡인지만 대충 인지하더라도 노래 하나하나, 그리고 앨범 전체가 유기적으로 들어옵니다.


이런 음반이 멀티 프로듀싱 체제가 아니라 피트 스튜어트 (록그룹 그래머트레인의 리더에서 솔로로, 그리고 지금은 마이클 테이트의 밴드 'Tait'로 옮겨온 그 사람입니다.) 혼자의 역량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대단하네요. 하긴 스튜어트 자신이 굉장히 가변적인 스타일들을 수용해온 아티스트니까요.



[Hero]는 분명 대단한 기획의 앨범입니다. 기획력만으로도 평균이상의 주목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그런 앨범말이지요. 하지만 더욱 괜찮은 점은 제작진들이 기획력에만 안주하지 않고 정말로 멋진 노래들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실질적인 성과는 공연이 시작되는 11월 이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제일 축이 되는 음악이 탄탄하니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만 어느정도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듯 하네요.


(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