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캐시 트로콜리 Kathy Troccoli [Greatest Hits]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only for new recordings)

(2003/Reunion)




참으로 소박한 느낌의 컬렉션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20주년 기념 컬렉션입니다. 물론 공백기가 많았던 아티스트이기에 셀렉션할 여지가 있는 앨범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죠. 그래서 그런지 같은 레이블의 마이클 W 스미스가 10년씩 나눠서 컬렉션 음반을 만든 반면에, 캐시 트로콜리는 아싸리 20주년을 다 묶었네요.

그러나 트로콜리의 [Greatest Hits]에는 알차면서도 독특한 면이 있어요.



우선 독특한 점부터. 두 곡의 신곡입니다. 이 곡들 모두 트로콜리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죠. "Holy, Holy"는 84년 앨범인 [Heart and Soul]의 수록곡이었고, "Stubborn Love"는 데뷔앨범인 82년작 [Stubborn Love]의 수록곡입니다.


완전히 새로 쓰여진 노래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 두 곡의 원곡들이 거의 20여년전 노래라는 사실은 새로운 곡을 듣는 경험 못지 않은 참신한 느낌을 줍니다.



왜냐고요? 91년작 [Pure Attraction] 이전의 3장의 앨범들은 꽤나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전형에 놓인 음반이었습니다. 그녀는 데뷔때부터 팝적인 사운드를 강하게 풍겨온 아티스트는 아니었어요. (이런면에서 마이클 W 스미스와는 좀 차이를 보이는 아티스트였습니다.)


그래서 [Pure Attraction]은 트로콜리의 디스코그래피를 둘로 나누는 일종의 분기점 역할을 한 앨범이었죠. 따라서 팬들의 층도 어느정도 구분이 되었고요.


그렇다면 [Pure Attraction]에 '끌렸던' 팬들, 그리고 대중 워십의 본령으로 들어선 90년대 초반 트로콜리의 음악의 팬들에게 이 두 곡의 리메이크는 분명 새로운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두 곡의 리메이크 모두 썩 좋습니다. "Holy, Holy"의 몽환적인 편곡과 연주는 좀 부담스럽지만, 세련된 연주와 백킹 보컬로 연마된 "Stubborn Love"의 리메이크는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트로콜리 자신도 20년전을 회고하듯 너무나도 여유만만하게 이 노래를 다시 부르고 있고요.




컬렉션에 수록된 노래들은 어떨까요? 신곡을 제외하고는 12곡이니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일단 91년 이전의 음반들은 제외가 되었고, 이후의 음반들에서 한두곡씩 비교적 고르게 셀렉션이 되었어요.


사실 이 선곡들에 대해서는 무난하다는 느낌밖에 안듭니다. 12곡의 노래 하나하나가 "아, 그 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곡들로만 꽉꽉 채워져 있으니까요. 이런면에서 어떤 낯선 선택은 없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진정한 힘은 여기서 나옵니다. 91년 이후에는 빌보드와 큰 인연도 없었고 그저 조용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음반을 발표했을 뿐인 이 여걸의 노래들이 모이니까 정말 하나같이 늘 우리의 곁에 있던 노래들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게 하거든요.


물론 트로콜리 자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아티스트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생각이 더 강조되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셀렉션에 있는 주옥같은 곡들을 듣는 느낌은 정말 남다릅니다. "My Life is in Your Hand", "I will Choose Christ", "Everything Changes", 국내에 번안되기도 했던 "Go Light Your World"까지...



그리고 이런 노래들을 다시 모아서 들으며 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 앨범 최고의 장점입니다. 이것은 셀렉션 앨범에 수반된 치밀한 기획력이나, 임팩트 있는 한두곡의 신곡에 힘입은 그런 장점이 아닙니다.


깊은 사랑을 담은 알찬 음악들로 20여년을 꾸준히 활동해온 트로콜리의 발자취가 제일 큰 원동력이 되었겠죠. 그 결과 트로콜리의 [Greatest Hits]는 올해 나온 여느 컬렉션 앨범들에 비해 마케팅이나 기획력에 의지할 여지는 별로 없었지만, 결코 무시못할 큰 존재감으로 남을 그런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교훈 아닐까요?



(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