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플러스 원 Plus One [Exodus]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eter Furler, Plus One
& Jeff Frankenstein

(2003/Inpop)




플러스 원의 두번째 앨범 [Obvious]는 꽤 잘 만들어진 앨범이었습니다. 데뷔 앨범만큼은 아니었다해도, 그건 느낌이 확 와닿는 힛트 싱글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전반적인 완성도의 문제는 아니었거든요. 그 여세를 몬다면 이 젊은 보이밴드의 다음 앨범도 멋지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충분했죠. 크리스마스 앨범까지는 정말 그 여세를 잘 몰아가는 듯 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앨범 발표전에 너무 잡음이 많았습니다. 일단 보컬밴드로서는 치명적인 멤버 탈퇴/교체설이 첫번째였죠. 들리는 풍문과 팬들의 아쉬움 속에서 제이슨 페리와 제레미 마이어가 차례로 팀을 탈퇴했고, 좋든 싫든 이제 플러스원은 3인방 체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뉴스보이스의) 피터 펄러의 음반사인 인팝과 이들이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었죠. 펄러는 이미 페트라를 통해서 위기상태에 몰린 밴드를 새롭게 탈바꿈해준 전례가 있었습니다. 플러스 원이라고 그런 탈바꿈을 기대하지 말란 법은 없었죠.


하지만 펄러가 이들의 프로듀싱까지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우리가 알고 있던 팝스타일의 보이밴드 음악과는 분명 다른 스타일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두드러졌었습니다. 일단 뉴스보이스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니까요.



이렇게 발표된 앨범 [Exodus]의 대략적인 모습은 참 독특합니다. 플러스 원 3총사는 보컬밴드가 아니라, 아예 세션 밴드가 되었어요. 물론 게이브 콤스와 네이던 월터스의 연주 실력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메인 보컬로 네이트 콜이 전면으로 드러난 것은 확실합니다. 이것만으로 [Exodus]에서 다채로운 보컬을 듣기는 힘들어졌습니다.


확실히 콜의 보컬만으로 앨범 한장을 이끌어 가기는 좀 버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개성적인 보컬들이 모였던 팀에서 한명만 주욱 빠져 나왔으니 기존의 음악에 익숙한 팬들이 당연히 낯설 수 밖에요. 그래도 콜의 독특한 보컬은 인상적입니다. 결국 새로운 플러스 원의 음악에 대한 선호도는 그의 보컬에 얼마만큼 쉽게 익숙해지느냐의 문제에 달린것 같아요. 이건 그룹의 장르가 락으로 바뀐 것에 대한 어색함보다 더 먼저 체감되는 문제같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락밴드로서 플러스 원은 어떨까요? 일단 팝 밴드에서 옮겨온 그룹이라는 선입견때문인지 전반적으로 키보드 연주가 좀 두드러집니다. 하긴 선입견때문만은 아니에요. 뉴스보이스의 키보디스트인 제프 프랑켄슈타인이 프로듀싱과 키보드 연주를 맡았거든요. 아무래도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색채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었겠죠.


이펙트나 프로그래밍이 듬뿍 사용되고, 키보드 연주가 주가되는 일렉사운드의 락음악... 이 정도로 요약되면 확실히 뉴스보이스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하죠. 네이트 콜의 보컬도 약간 펄러의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 이를 의도하기도 한 듯 합니다.


하지만 뉴스보이스와의 유사성은 그야말로 스타일까지입니다. 전곡을 플러스 원의 멤버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확실히 달라보이죠.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그렇게 귀에 와닿는 느낌의 싱글이 많은건 아니기 때문에 [Exodus]는 전반적으로 아직 덜 성숙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Be Love", "Sea of Angels", "Quest of Many Trails"처럼 괜찮은 싱글들을 듣다보면 '락그룹' 플러스 원이 갖고 있는 잠재성에 대한 기대도 꽤 커집니다. "Be Love" 같은 싱글들은 실제로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고, 이 곡들에 담긴 개성은 팝댄스 그룹 시절들의 노래와 충분히 견줄만 해요. 오히려 개성만 따지면 더욱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음악 변화만큼이나 독특한 것은 [Exodus]에 담겨있는 컨셉입니다. 우선 부클릿에 쓰여있는 이야기 -비행기나 항로, 육로를 통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통계 수치-가 인상적입니다. 이 세상에서 잠시 머물 수 밖에 없는, 그러기에 언제나 어딘가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시적인 요소를 도입한 거죠. 앨범 타이틀도 그렇고요.


"Quest of Many Trails"나 "Like a Kite" 처럼 이 컨셉에 잘 들어맞는 노래들도 인상적입니다. 팀 휴즈의 "Here I am to Worship" 리메이크도 음악 자체로 참신한 선택은 아니지만 정처없는 여정속에서 예배의 모습을 위해 이곳에 왔다는 내용으로 생각한다면 앨범의 흐름에 더없이 잘 어울리고요.



플러스 원의 팬들에게 [Exodus]는 팝/댄스 그룹으로서 각인된 이미지의 해소때문에 친숙한 앨범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앨범입니다. 하지만, 락그룹으로서 시도한 부분부분의 요소들은 예상보다 더 좋기도 해요.


어짜피 약간의 아쉬운 부분들도 성장이라는 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할 통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락그룹으로서 이들의 다음 앨범을 기대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비교적 만족할 만해요.


(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