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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Jekyll & Hyde]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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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Peter Furler

(2003/Inpop)





인팝 레코드사에서 [Jekyll & Hyde]의 타이틀 곡인 "Jekyll and Hyde"의 사운드 샘플을 자사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을때, 아마 페트라의 팬들 대부분은 '그들이 강한 사운드로 돌아왔구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정말 그렇죠. 95년 앨범인 [No Doubt] 이후 인터넷 내의 커뮤니티들이 계속 떠들어댄 염원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은 셈입니다. [Jekyll & Hyde]는 [Petra Praise 2 : We Need Jesus] 이후 6년여만에 제일 강도높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페트라의 앨범이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비트가 강해졌다는 것만으로 페트라가 본연의 색채를 찾았다고 말하긴 이릅니다. 강렬한 사운드의 복고는 이뤄졌지만, [Jekyll & Hyde]는 그들의 최고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앨범들과는 여전히 무언가 다른 느낌의 앨범입니다.


물론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 꼭 음악적인 퇴보를 말하는건 아닙니다. 어짜피 시류는 변하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앨범이 보여준 변화는 적절했을까요?



여러면에서 [Jekyll & Hyde]는 독특합니다. 우선 뉴스보이스의 멤버인 피터 펄러의 프로듀싱이 주목할 만하죠. 제작사의 사장으로서 입김을 넣기도 한 셈이지만, 최근 뉴스보이스의 앨범에서 보여준 노련함이 이 앨범에서도 잘 묻어나 있습니다.


사실, 키보드가 충분한 백업을 이뤘던 90년대 중반까지의 사운드 이후 98년 앨범인 [God Fixation]부터 기타 사운드의 리드로 전환된 페트라의 행보가, 역시 비슷한 시기부터 일렉 사운드를 감쇄시키기 시작한 뉴스보이스의 변화와도 일맥상통하기도 하죠. 대선배의 음반이었지만 펄러의 프로듀싱이 아주 낯선 작업은 아니었을 겁니다.



앨범 초반부의 "Jekyll and Hyde"나 "All about Who You Know"의 마일드한 일렉 사운드에서 예전 페트라의 락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다면, "Woulda, Shoulda, Coulda" 같은 곡의 후렴부에서 한꺼번에 터지는 백보컬들의 느낌은 뉴스보이스의 스타일과도 연결지을만 합니다.


특히 청쾌한 보컬이었던 90년대 페트라의 백보컬 멤버들과, 다소 막무가내 떼창식으로 터지는 이 앨범에서의 게스트 백보컬들-(가디언의) 제이미 로우나 필 조엘-의 보컬톤이 달라서 그런 느낌이 더할 수도 있겠죠.


그외에 차분한 리듬 연주와 보컬로 시작하던 노래가 갑자기 터지는 드럼비트와 함께 격렬해지는 변화도 뉴스보이스의 기존 스타일과...


그만하죠. 이런 연관성에 대한 어거지 추측이 꼭 중요한건 아니니까요. 오래된 그룹들의 음악적 뿌리에서 연관성을 찾아내는것 이상으로 [Jekyll & Hyde]에는 독자적인 개성이 있습니다.



예전 페트라의 앨범에서는 보통 락싱글들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뤘던 부드러운 발라드 곡들이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락비트가 여전히 살아있되 존 슐리트의 보컬톤과 템포가 늦춰진 "Life as We Know It", "'Till Everything I Do", "Sacred Trust" 가 후반부에 뭉켜있습니다.


구성상으로도 독특하지만, 키연주보다는 역시 기타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후반부의 세곡은 이 앨범의 모던락적인 성격을 짙게 만든 주요인이 되었습니다.


이 세곡은 썩 좋습니다. 강한사운드로의 갑작스런 회기가 적응하기 힘든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무난하게 들을만한 넘버들이에요.



나머지 곡들은 스피디한 곡의 진행 ("Test of Time", "Stand"), 뚝심처럼 튼실한 백업을 해주는 후렴의 코러스들 ("Woulda, Shoulda, Coulda", "I will Seek You"), 그리고 고저가 뚜렷한 슐리트의 보컬 등 강한 락사운드가 보여줄만한 요소들을 다 끄집어 오면서 후반부의 노래들과 선을 긋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곡들에서나 존 슐리트의 보컬은 기둥이 됩니다. 페트라의 최근 앨범들을 리뷰하면서 이 표현을 안쓴적이 없는듯 한데,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써먹어야겠군요. "한마디로 슐리트의 보컬은 이 앨범이 페트라의 것이 되도록 만들어준 일등 공신입니다."




무척 짧은 앨범이죠. 10곡의 트랙이 겨우 31분 남짓 됩니다. 각각의 노래들이 짧은 것이 제일 큰 원인이지만, 노래들의 스타일이 잘 살아 있어서 듣는동안 짧다는 느낌은 그다지 크게 들지는 않아요.


물론 전체적인 스케일이 작아보이는건 어쩔 수 없지만, 그만큼 간결하고 군더더기도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노래들이 일익을 한 셈이에요. 멜로디나 하모니가 방만한 노래들이었다면, 31분의 트랙타임도 오히려 앨범에 큰 단점이 되었을 겁니다.



앨범의 간결함은 대부분이 권고의 메시지로 채워진 가사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이중적인 생활, 주저와 유보의 마음들, 그리고 자립하지 못하는 신앙을 향한 직설적인 메시지들은 똑똑 부러지게 노래들의 사운드에 담겨서 전해지거든요.




총평을 하자면... 위에서 앨범의 장점으로 들긴 했지만 짧은 트랙타임이 '그래도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앨범이 소품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페트라의 최근 앨범들에서 느껴졌던 생각들 ('그렇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까지도 떠오르게 합니다. 미완의 느낌이 짙다는 의미죠.


하지만 락스타일의 측면에서 [Jekyll & Hyde]는 최근 앨범들중에서 제일 확실한 길을 제시했습니다. 존 슐리트의 보컬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도 이 앨범의 고마운 점일테고요.


음악적 컨셉, 사운드의 정비, 보컬... 이 앨범에서는 페트라의 모든 것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결국 그들의 음악이 계속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약진'이란 표현이 성에 안차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실 풋풋한 신인들도 하기 힘든 것이랍니다.



(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