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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테이시 오리코 Stacie Orrico [Stacie Orrico]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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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Dallas Austin, Dent, Sean Hosein & Dane DeViller, Mooki, Matt Rollings, Tedd T., Matt Serletic, Stacie Orrico and The Underdogs -Damon Thomas & Harvey Mason, Jr.

(2003/Forefront/Virgin)




우선 이 앨범이 발표되기까지의 이야기. 원래 스테이시 오리코의 두번째 앨범은 2002년 봄에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EP를 제외한다면) 햇수로는 데뷔 앨범후 2년만의 앨범이니 그다지 빠른 출반도 아니었고, 덕택에 사람들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죠.

앨범 타이틀은 [Say It Again]으로 정해졌고, 제작사인 포어프론트는 이 앨범의 풀트랙 홍보 샘플을 GMA 기간을 통해 배포했습니다. 샘플의 수록곡들은 훌륭했고, 곧장 팬들의 입소문을 통해 관심이 고조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앨범 출반이 하염없이 연기되기 시작한 겁니다. 명시된 출반일자는 가볍게 넘겼고요. 한두달이라고 생각된 연기 기한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온갖 루머들이 떠오른건 당연한 결과였죠. 연기 사유에 대해 기획사측의 일언반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고요.


불안함을 해소해주는 [Bounce Back]의 싱글 발매가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 앨범이 근 1년만인 2003년 4월에 새 앨범이 발표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공론화가 되었고요.


그리하여 나온 앨범이 [Stacie Orrico]입니다. 과연 무슨 일때문에 이렇게 앨범 발매가 늦춰진 것일까요?



일단 이 앨범이 발매직전 버진 레코드사를 통해 일반 배급망으로 확대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죠. 이미 포어프론트는 디씨 토크의 [Supernatural]으로 버진을 통한 일반배급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스패로우도 딜릴리어스의 음반 [Mezzamorphis]를 같은 방식으로 배급했었고요. 버진 레코드사와 크리스천 레이블의 조우는 다 고만고만한 성과를 거둬왔으니, 분명 해볼만한 일이죠. 게다가 최근 트렌드인 틴에이지 여성 싱어라면 말이에요.


그러나 여느 전례와는 달리 오리코의 새 앨범은 메인스트림으로의 진출과 함께 앨범의 제작 방향 자체를 수정했습니다. 아마 출반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에요. 앨범 타이틀이나 자켓이 바뀐거야 크게 시간 걸릴일이 아니지만, 몇개의 트랙이 가감된것 분명 큰 일이죠.
 


일단 메인스트림 시장을 위해 만든 곡들이 눈에 띕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Stuck", 또 마이더스 송라이터인 다이안 워렌이 만든 "I Promise" 같은 노래들은 앨범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규정해주고 있죠.


어찌되었든 1년전의 샘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잘 된 앨범인것은 사실입니다. 추가된 노래들은 각 장르의 잇점을 술술타고 있는 멋진 싱글들이고, 원래 수록예정곡들도 좋은 노래들이었으니 그 시너지는 엄청나죠.


따라서 '어짜피 1년전에 다 소개되었던 노래들'이라는 불만은 별로 소용이 없을듯 합니다. 그 1년전의 노래들이 사실 정식으로 소개되었던 곡들도 아니었고, 신곡들과 더불어 다시금 참신함을 가져다 주니까요.



최근 뮤직비디오 덕택에 MTV의 총애를 받고 있는 "Stuck"같은 곡은 참으로 꺼리낌없이 일반적인 테마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 크리스천 틴에이지 여성싱어중에선 제일 직설적인 크로스오버로 기록될듯 하네요.


여기에 딸려온 "I Promise", "More to Life", "Instead" 같은 곡들도 마찬가지고요. "Stuck"같은 경우에는 다소 깊이가 얉아 보이는 연애를 테마로 담고 있긴 하지만, 다른 곡들은 관계에 대한 정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등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하기야 "Stuck"같은 노래도 중요합니다. 17,18살의 고등학생들이 맘에 드는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진솔한 표현 아닌가요? ("당신이 미워요.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요") 음반을 듣는 틴에이져들과 공감대를 갖기 위해서라면 꼭 다룰만한 이야기죠. 그들이 이 앨범에서 고고한 설교자를 만나기를 원하지는 않았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이 노래는 제대로 수록된 겁니다.


앨범 후반부는 1년전 샘플의 수록곡들 비중이 높습니다. 특히 리드미컬하게 잘 이어가는 트랙중에서 "Strong Enough"같은 곡은 데뷔 앨범의 "Dear Friend"의 확연한 연장선상에 놓인 곡으로 볼 수 있어요. 오리코가 직접 작곡했고, 단선으로 이어지는 피아노 발라드 위에 뚜렷한 보컬을 노래한 곡이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물론 그 분위기나 배경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노래 자체도 훌륭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죠. 발라드 넘버로는 다이안 워렌의 "I Promise"와 쌍벽을 이루는 곡입니다.



사실 앨범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는건 아닙니다. "Bounce Back"같은 경우는 새로운 리믹스 버젼으로 수록되어 있거든요. 필요이상의 배려라는 생각이 다소 듭니다. 아마 중간의 싱글발매때문에 시도한 것이긴 한데, 그래도 원곡의 통통튀는 느낌이 곡의 분위기와 더 어울렸다는 아쉬움이 좀 생겨요. 이건 좀 더 개인적이긴 한데, "Hesitation"같은 노래도 원곡 버젼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최종적으로 수록이 제외된 노래들에 대한 아쉬움도 좀 있어요. "That's the Way"같은 노래들이 여기에 속하죠. 그렇지만 보강된 노래들도 좋으니 딱히 차선책을 찾기도 힘들겠군요. 세번째 앨범쯤에라도 정식으로 실렸으면 좋겠어요.



고만고만한 아쉬움을 접는다면 전체적인 평가로는 최상의 수준을 보입니다. 데뷔 앨범 [Genuine]이 갖고 있던 스타일상의 미덕을 충분히 담고 있는 훌륭한 앨범이에요. 앨범을 듣는 동안에도 지루함을 느끼기 힘들고, 적당히 귀에 붙어 계속 듣게 되는 싱글들도 배치되어 있고요.


엄청난 연기 끝에 나온 앨범이긴 하지만, 이런 완성도를 위한 연단이었다면 별로 불평하고 싶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2003년 상반기를 장식하는 최고의 초이스 중 하나로 두어도 될듯 해요. 메인스트림 시장쪽에서도 선전하기를 바랍니다.


(2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