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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자스 오브 클레이 Jars of Clay [Who We are Instead]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itch Dane, Ron Aniello
& Jars of Clay

(2003/Essential)




데뷔한지 8년이 되었지만, 자스 오브 클레이의 음악에는 여전히 어떤 풋풋함 같은게 남아 있습니다. 컬리지락의 모토같은거 말이죠.

대중적인 성공은 이들의 음악에 꽤나 때깔좋은 외피를 입혀줬지만, 정작 그 중심에서 자스 오브 클레이의 음악은 한결 같았죠. 스타일이 늘 같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음반을 만들어내는 과정말이에요. 적어도 이들이 본연의 음악적 중심을 고수하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그룹이라는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노력의 상당부분은 비정규 앨범들을 통해서 드러났었습니다. 어쿠스틱이나 리메이크, 라이브 스페셜로 채워졌던 음반들은 분명 정규앨범들 못지 않은 들을 거리였고 덕분에 매니아들은 발빠르게 인터넷이나 공연장에서 비정규 앨범 사냥에 나섰었죠.,


아무튼 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안달인 밴드임에는 사실입니다. [Who We are Instead]는 그런 염원이 잘 드러낸 정규 앨범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다소 이례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상 못했던 생뚱맞음이 있는 것도 아니죠.


프로듀싱의 무게도 전작인 [The Eleventh Hour]처럼 자스 오브 클레이의 멤버들에게 지워져 있습니다. 물론 밋치 데인과 론 아니엘로가 프로듀서를 맡았지만, 엔지니어 출신인 이들의 프로듀서 경력은 사실 거의 전무합니다.


물론 아니엘로 같은 경우에는 싱어 송라이터인 켄달 페인의 데뷔 앨범 [Jordan's Sister]나 라이프하우스의 [Stanley Climbfall]을 멋지게 만든 경력이 있지만, 이때에도 아티스트의 색채에 후방지원을 하는 프로듀싱을 했다고 보는게 옳습니다. 그렇다면 자스 오브 클레이의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죠.



사실 아니엘로나 데인보다는 게스트 싱어로 참가한 애쉴리 클리브랜드의 지원이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남편인 케니 그린버그, 대럴 맨스필드와 함께 90년대 초반 블루스 락의 물고를 터지게 했던 클리브랜드는 이 앨범에서 "Amazing Grace", "Jealous Kind" 같은 곡들에서 백그라운드 보컬을 통해 그녀의 걸쭉한 보컬의 인상을 남겼어요. 앨범 안에서의 수훈만 따진다면 가히 자스 오브 클레이의 다섯번째 멤버로 봐도 될 정도로 그 인상은 짙습니다.


선배들은 더 있습니다. 첼로의 존 캐칭이나 애런 샌즈의 베이스, 크리스 맥휴의 드럼까지 가세한 모습을 보면 이 앨범을 통해 중견 세션들이 홈커밍 파티라도 한 분위기가 들어요. 어찌보면 이런 의의를 갖기 위한 의도적인 세션구성이었을 수도 있죠.



[Who We are Instead]는 전체와 부분이 모두 훌륭한 앨범입니다. 힛트 싱글인 "Show You Love"를 비롯해서 "Sunny Days", "Lonely People"처럼 귀에 감기는 노래들도 멋지지만, 전반적으로 앨범을 감상할수록 느껴지는 매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짙은 음반입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힘이 몇개 싱글들의 느낌보다 컸던 [The Eleventh Hour]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곡의 안배가 전반적으로 어쿠스틱과 가스펠/소울의 토대 위에서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고요. 어쿠스틱의 소박함과 소울 음악의 정통성은 앨범의 분위기 전반을 이들이 영향을 받은 루츠락의 그것으로 이끌어 가는데, 위에서 얘기한 앨범의 은근한 매력이 이런 장르의 테두리 안에서 빛을 발하게 한 섬세함에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룹 아메리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Lonely People"은 특히 독특한 예입니다. 자스 오브 클레이가 정규앨범에 실은 최초의 리메이크 곡이란 점도 그렇지만, 70년대의 힛트곡이었던 노래를 리메이크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앨범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어디로 회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 역할이 됩니다.



포크와 가스펠/소울의 원점을 지향하는 만큼 몇몇곡의 가사에 담긴 내용들도 원초적입니다. "Amazing Grace", "Jealous Kind", "My Heavenly", "Sing" 같은 가사들이 그 예죠. 물론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를 통한 우회적인 신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뚜렷한 주제를 느끼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제일 독특한 곡은 이들이 이 앨범 출반과 함께 시작한 선교 캠페인인 블러드:워터미션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Jesus' Blood Never Failed Me Yet"입니다. 노숙자의 끝없는 흥얼거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 이 노래는 가볍게 들으면 앨범간의 브릿지 정도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때문에 무시못할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앨범의 독특함에 박차를 가한 셈이죠.



이 앨범이 자스 오브 클레이의 역량을 잘 드러낸 앨범인가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이라기 보다는 스타일의 편향이 다소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음악 행보를 따라온 팬이라면 그룹의 장르 애딕션이 다분히 담겨있는 이 음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그리고 이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팬들에게 [Who We are Instead]는 자스의 최근 몇년 앨범들 중 가장 명반으로 꼽힐 수 있을 겁니다. 새 앨범 출반의 텀이 좁혀져 몇개월만에 발표된 앨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완성도에 대한 놀라움이 정말 더해지는 앨범입니다.


(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