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Mark Hammond & Tedd T.
(2003/Sparrow)
틴에이지 아티스트들의 성공이 이후의 탄탄대로를 보장해 주는건 아닌가 봅니다. 2000년을 전후해서 등장한 틴에이지 아티스트들의 현재 모습은 그다지 순탄한 길을 걷는것 같지만은 않거든요.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성공사례들도 있죠.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재키 벨라스퀘즈나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는 이미 90년대 중반 데뷔해서 지금은 20대 중반이 된 사람들입니다. 이후 등장한 후배들중 활동을 끈끈히 이어나간건 벨라스퀘즈처럼 팝/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를 하는 레이첼 람파나 스테이시 오리코 정도입니다.
그리고나면... 락장르를 하는 페이지나 (곧 컴백한다 합니다만) 케이티 허드슨 , 보이밴드인 플러스 원이나 (나이는 좀 많지만) 트루 바이브, 팻 챈스.... 기타 등등 음반활동이 별로 시원치 않은 몇몇만 남아있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한두가지 문제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생기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고, 케이티 허드슨처럼 마음은 굴뚝같은데 음반사에 문제가 생긴경우도 있을 수 있겠고, 밴드일 경우에는 팀웤의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죠. 틴에이지 아티스트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어찌되었든 현상으로 보여지는 최근의 활동들은 확실히 침체일로였어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점프5의 처음 두 음반이 큰 성공을 거두었죠. 하지만 프로덕션의 힘을 많이 입기때문에 이들의 개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한 세번째 앨범은 좀 질릴거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이들의 세번째 앨범 [Accelerate]는 겨우 3년간의 캐리어에서 이들의 음악적인 원숙함과 예측불허의 기획력이 만나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입니다.
[Accelerate]가 엔진으로 삼은것은 기존곡들의 리메이크 입니다. 이 앨범에는 모두 네곡의 리메이크가 있는데, 그중 3곡이 전설적인 팝넘버들이죠. 힛트싱글로 밀고 있는 "Do Ya"도 원래는 미셀 툼즈 노래의 리메이크이지만, 앨범안에서의 분위기는 마치 점프5의 신곡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른 3곡의 리메이크들은 가사가 없는 반면, 이 곡만 유독 가사가 있거든요.
사실 그럴만도 합니다. 미셀 툼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점프5의 "Do Ya"는 툼즈의 버젼보다 훨씬 낫습니다. 사실 원곡도 툼즈의 이미지와 그다지 맞는 곡은 아니었죠. 애초부터 느껴진 아쉬움- 원곡을 부른 아티스트와 노래 사이의 엇갈리는 이미지가 이 앨범에서 해소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세곡의 팝넘버 -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 얼스 윈드 앤 파이어의 "Shinning Star", 카트리나 앤더 웨이브스의 "Walking on Sunshine"-의 리메이크도 훌륭합니다. 어리디 어린 점프5의 멤버들이 이 노래들의 의의를 시대적으로 체감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그런 체감없이 그저 '신나는 노래'로 부르는 당당함이 리메이크와 잘 어울립니다.
사실 이 곡들 자체가 역사적인 획을 긋는 노래라기 보다는 그냥 '어디서 종종 들었던 신나는 노래'들로 더 친숙하니까요. 아마 팝을 꿰뚫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이 노래들의 원곡을 CF나 영화, 카페에서 슬쩍 들었던 경험들이 있었을 겁니다. [Accelerate]에서의 리메이크는 이런 어슴프레한 인상을 증폭시켜준 셈이죠.
10곡중 4곡이 리메이크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몇곡의 리믹스 버젼을 후반부에 재수록하는 구성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신곡들도 꽤나 풍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신곡들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Wonderful", "Way of the World" 같은 곡들은 발라드에 더 가깝고요. 자연히 보컬의 힘에 의지하게 되었는데 멤버들이 노래를 썩 잘부릅니다.
차트에서 올라가고 있는 노래인 "Why Do I Do"도 신나고요. 한마디로 리메이크 곡들의 힘찬 비트와 신곡들의 노련함이 정말 멋진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메시지적인 측면의 균형을 위한 것인지 아무래도 신곡들은 복음적인 내용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군요. 데뷔앨범의 리뷰에서 틴에이지 싱어들이 부르기엔 좀 무거운 테마들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 앨범에서는 다소 가벼워 졌습니다. 가벼워진 테마를 경박함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아무래도 이 친구들에게는 명쾌하고 단선적인 메시지들이 어울려요.
[Accelerate]는 점프5라는 어린 멤버들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와야하는 프로덕션의 힘을 극대화시킨 앨범입니다. 프로모션도 활발한듯 해요. 크리스천 진영에서는 "Do Ya"나 "Why Do I Do"가 주목을 받고 있는 한편, 팝넘버들의 리메이크 버젼은 일반 시장에서 서서히 알려지고 있거든요. (저도 벌써 국내 편의점에서 "Shinning Star"의 리메이크 버젼을 두어번 들어본 적이 있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앨범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들의 기량이 기획력을 잘 따라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Accelerate]는 이런 면에서 성공적인 앨범입니다. 리메이크의 수록등 비교적 복잡한 기획이 동원 되었지만, 정작 멤버들은 특별한 기교없이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기량으로 기획을 마무리 했거든요.
(20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