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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나탈리 그랜트 Natalie Grant [Deeper Life] (200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Natalie Grant, Rob Graves, Eric Foster White, Bernie Herms, Phil Symonds, Tommy Sims, Bryan Lenox, Scott Cutler, Michael Lloyd & Mike Curb

(2003/Curb)



나탈리 그랜트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의 첫 앨범이 나온지 얼마 안되어 소속사인 벤슨이 문을 닫았고, 간신히 레이블을 이적하여 새롭게 발표한 음반 [Stronger] 역시 소속사인 팸플린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첫 앨범 [Natalie Grant]는 거의 마케팅의 지원도 얻지 못한채 사라졌죠. 첫 앨범보다 잘만들어진 [Stronger]도 충분한 홍보상의 대접을 받지 못했고요. 그랜트가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였기에 이 점은 더욱 아쉬웠습니다. 매번 음반을 발표하자마자 기획사가 문을 닫은것은 순전히 타이밍 문제였어요.


이때 그랜트를 도와준 곳이 바로 커브 레코드사였습니다. 커브는 이미 마이클 잉글리시나 플럼처럼 슬럼프 기간이나 긴 공백기간을 거친 아티스트들을 구제해준 경력이 있는 곳이죠. 게다가 메인스트림 음반들도 다루고 있기에 전반적인 레이블의 저력도 있는 곳이고요.



이쯤되면 그랜트의 새 앨범도 기대를 해볼만 하죠. 다행이 [Deeper Life]는 그 기대 이상입니다. 나탈리 그랜트라는 아티스트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면에서 단연 처음 두 앨범보다 훨씬 발군의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일단 프로듀서 진영은 마치 보이밴드 음반의 그것을 연상케 합니다. 전작 [Stronger]도 어지간히 많은 이들의 제작 지원이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가했고 그랜트의 남편인 버니 헴스를 제외하고는 구성원들도 대폭 바뀌었습니다.


제시카 심슨이나 휘트니 휴스턴의 작업에 참가한 에릭 포스터 화이트를 필두로 타미 심즈, (리유니언의 사장이자 가끔씩 홈런을 터뜨리는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레녹스, 조이 윌리암스의 음반에 참가했던 롭 그레이브스 등등등... 특히 보너스 트랙인 "No Sign of It"에서는 커브사의 사장인 마이크 커브까지 프로듀싱에 동참했습니다.


작곡 진영도 탄탄합니다. 신디 모건이나 스테파니 루이스야 이전에도 그랜트의 앨범에 도움을 준적이 있지만 페트라의 멤버였던 짐 쿠퍼를 비롯해, 아웃 오브 더 그레이의 크리스틴 덴테까지 참가한 것을 보면... 꽤나 대인관계가 좋은 아티스트인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에요.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지원들을 등에 엎고 자신의 음악을 잘 뽑아냈냐는 것인데... 물론 잘 해냈습니다. 특히 팝적인 사운드의 보강은 앨범 스타일의 변방을 더 양극으로 몰았습니다. 귀염스러우면서도 통통 튀는 느낌의 "Days Like These"나 "That's When I'll Give Up"같은 노래들이 이 부분의 몫을 하고 있죠. 이 곡들은 앨범의 곳곳에서 구성의 구심점을 잘 마련하고 있는 정말 흥겨운 노래들입니다.


물론 최고의 축을 이루는 노래는 첫 싱글인 "I will Be" 입니다. 무난한 미드템포의 곡이지만 기복이 있는 리드미컬한 진행은 귀에 잘 들어오거든요.


그외의 스타일들은 그랜트의 전작과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얘기한 스타일의 다양성도 여기에 한몫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랜트의 자신만만한 보컬이 이런 일취월장의 일등공신입니다. "Always be Your Baby"나 "Salvation"처럼 보컬이 중요하게 놓여있는 곡에서도 전혀 힘을 잃지 않고 있어요.



음악적인 발전만큼이나 더 눈여겨볼만한 것은 가사안에 담긴 테마의 확장입니다. 물론 앨범발매 전부터 기네스 팰트로우 주연의 영화 [View from Top]의 사운드 트랙에 참가한 것도 새로운 마케팅의 활로가 열릴 것임을 기대하게 했죠. 이 점이 결정적인 추진력이 되었겠고요. 아무튼 이에 발맞춰 다양한 가사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중에는 "Always be Your Baby"처럼 밥 칼라일의 "Buttefly Kisses"를 연상시키는 노래도 있고 (그랜트의 아버지를 위해 만든 곡이랍니다), 귀염스러운 사랑의 다짐을 말하는 노래인 "That's When I'll Give Up"같은 노래도 있습니다. 물론 [View from Top]에 수록된 노래인 "No Sign of It"도 무척 좋고요.


그야말로 앨범안에서 음악적으로나 가사의 테마로나 하고 싶었던 시도가 엄청많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시도들이 12곡의 트랙안에서도 넘쳐나서 비적비적 샌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마케팅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대중적인 어필을 할만하지만, 커브도 이 앨범을 그냥 놔두지는 않는듯 하네요. 메인스트림 시장까지도 넉넉한 홍보를 해주고 있고, 그 결과도 좋은듯 합니다. 지난 몇년간 그랜트의 고생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03/04)


PS: 수록곡 중 "I am Not Alone"은 존 테쉬의 앨범에 객원싱어로 참가했을때 부른 노래입니다. 그 앨범 제목은 [Deeper Faith] 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