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eff Deyo, Bryan Lenox
& Otto Price
(2002/Gotee)
제프 디요의 앨범 [Saturate]를 이해함에 있어서 소닉플러드의 [Resonate]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Resonate]도 마찬가지였죠. 물론 그 비교선상의 차이는 있습니다. [Resonate]가 소닉플러드의 이전 앨범들과의 차이점을 드러내주는 앨범이었다면, [Saturate]는 오히려 유사성을 드러내는 앨범입니다.
그리고 그 비교의 잣대도 틀리지요. [Resonate]에서 따라온 단서는 단지 팀의 이름뿐이었지만, [Saturate]에서는 팀의 핵심멤버였던 사람이 직접 그 잣대가 되고 있으니까요. 결국 [Saturate]가 음악적으로 소닉플러드의 데뷔앨범과 더 비슷한 사운드를 보인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 밖에 없습니다. 논란의 여지도 필요 없어요.
물론 [Saturate]의 홍보도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이 홍보에도 제프 디요의 독립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여지가 보이긴 했어요. 이 앨범의 발매와 함께 여기저기 뿌려진 카피문구들은 그 시작을 소닉플러드의 음악에 대한 리컬렉션으로 잡았지만, 결국에는 'Now You Know His Name'같은 문구로 디요를 이전의 그룹과 분리시켰으니까요.
그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죠. '이런 과정을 거쳤다더라'라는 이상의 큰 의미가 없어요. [Resonate]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두 앨범은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인정 받아 마땅한 수작들입니다.
[Saturate]가 [Resonate]보다 더 앞서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친숙함입니다. 일단 노래의 줄기를 잇는 보컬부터 시작해서, 인스트루멘탈의 고른 배합등은 [SONICFLOOd]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느낀 부분들이죠. 아마 이 부분에는 오토 프라이스의 프로듀싱도 한몫을 했을 겁니다. 소닉플러드 초기 멤버들이 결성한 그룹 질취때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같이해온 셈이니까요.
이런 친숙함의 기반 위에서 디요는 한껏 자유롭게 음악들을 선보입니다. 강하게 편곡된 "More Love More Power"로 실질적인 오프닝을 연 뒤, 첫 싱글인 "Let it Flow"를 터뜨리듯이 선보이는 전반부만 하더라도 이런 느낌은 충분히 엿볼 수 있죠.
앨범의 구성도 거창한 편입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액자 형식으로 들어가는 "You are Good" 은 이런 면모를 더욱 강조시키고요. 듀오 인스트루멘탈과 오케스트레이션 연주가 본 곡의 전후를 감싼채 잘 다듬어진 클라이막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게스트들의 참가도 이 앨범의 기획력에 힘을 실어줍니다. 사실 "Sing to You"를 함께 부른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를 빼면, 토비 맥키한이나 (셀라의 멤버인) 니콜 스미스의 보컬은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막큼 각고의 기획이었다는 느낌도 역지사지로 해볼 수 있어요. 디요에게 [Saturate]는 정말로 큰 기대끝에 만들어진 프로젝트이고 그만큼 동료들도 이를 옆에서 지켜봤을 것이라는 의미지요.
강렬하고 구성진 락 사운드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들도 이를 반영합니다. 앨범을 여는 "More Love More Power"같은 곡은 정말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던 워십 싱어가 부를만한 찬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의도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Saturate]의 태반에 담긴 메시지는 개인적인 부분들의 비중이 적잖게 짙습니다. 창작곡이나 리메이크 곡을 가리지 않고 말이에요.
강렬하지만 여유로운 사운드의 친숙함도 이런 그의 다짐과 고백에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이를 필두로 디요는 팬들과 함께 나누는 신앙의 교감을 보여주고 있고요. 그는 이런 메시지 하나하나에 충실합니다. 소닉플러드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공식 홈페이지(http://jeffdeyo.com)에서 수록된 전 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달았지요.
물론 현상적으로 이것을 '소닉플러드때와 유사한 요소'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소닉플러드도 [Resonate]의 수록곡들에 대한 코멘터리를 공식 페이지에 달았습니다) 그만큼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음악, 그 메시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맘에 드는 점이군요.
음악적으로 다소 방만하다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긴 합니다. 스타일의 안정성은 있지만 가변적인 부분을 첨가했어도 될 법 했어요. 아니면 앨범의 스케일을 좀 축소시키던지요. 하지만,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고, 디요 자신도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욕심을 가진 부분이었을테니 인정해줘야 겠지요.
그 열정이 이어진다면 우린 제프 디요의 다음 앨범도 마치 첫 앨범과 같은 신선함으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명반들이 그렇듯, 이 앨범도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앨범이에요.
(2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