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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커크 프랭클린 Kirk Franklin [The Rebirth of Kirk Franklin]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Kirk Franklin
& Sanchez Harley

(2002/Gospo Centric)



[The Rebirth of Kirk Franklin]은 커크 프랭클린의 여느 앨범보다도 에픽 드라마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전작인 [The Nu Nation Project]의 오프닝이었던 법정 장면도 이런 느낌을 주었었죠. 이 앨범도 프랭클린이 공연전 자신의 외조모와 어머니사이에서 있었던 아픈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 오프닝이 주는 압도감에 무심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곧이어 휴스턴 공연을 여는 "Hosanna"로 앨범이 시작되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트랙중 적잖은 부분이 드라마적인 요소를 보이고 있어요. 그리고 이 브릿지들은 앨범의 서사적인 느낌을 강조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총체적으로 이 앨범은 라이브 앨범입니다. 그렇지만 라이브 앨범이라고 서사적인 느낌이 없으리란 법이 있나요? 오히려 라이브 앨범은 이런데 더 강합니다. 전위가 있고, 절정이 있으며, 청중들과 교감하는 인터랙티브한 작용까지 있지요. 여기에 흑인 특유의 강한 필링까지 가미된다면 여느 스튜디오 앨범보다도 더 고저가 있는 플롯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그간의 앨범에서 워십리더같은 면모를 발하던 프랭클린이 이 앨범에서는 마치 가스펠판 카맨같은 느낌이 듭니다.


T.D.제익스와 함께한 "911"같은 트랙은 더욱 이런 느낌을 가중시키죠. 이 앨범 최고의 트랙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 노래-노래라고 해야하나...-는 프랭클린 자신이 제익스'주교'에게 전화 상담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사운드를 타고 주저리 주저리 대화를 늘어놓는 진행은 사뭇 카맨의 예전 트랙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Jakes', 'Mistakes', 'healing', 'feeling' 등의 단어로 여음을 맞춘다던가, 후반부에서 점점 증폭되는 백사운드에 나레이션이 맞춰지는 발전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 테크닉 못지 않게 곡이 갖고 있는 시의성도 강합니다. "911"은 미국의 긴급신고 전화번호이기도 하지만, 최악의 뉴욕시 테러가 일어났던 날짜(9월11일)이기도 하죠. 테러이후의 공포에 몸을 떨며 제익스에게 고백하는 프랭클린의 모습은, 같은 공포에 신앙심마저 흔들리게 되는 나약한 교인의 모습에 다름 아닙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었다는 말도 서슴치 않으니까요.


이렇듯 그는 고지에서 이끌어주는 신앙의 설파보다는, 보다 더 보편적으로 만날 수 있는 두려움에 떠는 저자세의 모습으로, 그리고 제익스와의 전화끝에 확신을 갖게되는 성장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임재와 권위를 확신시킵니다. 방향은 틀리지만 그의 모든 음악에서 늘 어려왔던 그의 솔직한 모습은 여전히 '이끔'보다는 '동감'이라는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어요.


불우한 옛시절을 떠올리는 "Intro"의 스킷이나, 앨범의 마지막에 위치한 두번째 "Interlude"에서의 인터뷰도 여기에 첨언을 하고 있지요.



물론 그 귀결점은 그리스도의 보혈입니다. 이 음반이 말하고 있는 '재탄생'을 위한 통과제도 바로 보혈이고요.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Blood Song"은 이를 제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곡입니다. 여기에 십자가상에서 예수님이 숨을 거두시기 직전을 드라마타이즈한 "Interlude"의 첫번째가 더욱 강조를 해주지요. 올스타들의 보컬 백업으로 불리어진 "Blood Song"도 앨범의 마지막에서 욜란다 애덤스와 앨빈 슬라우터의 도움으로 리프라이즈 되기까지 하죠.



이렇듯 또렷한 주제의식에 비해, 곡들의 레퍼토리는 다소 약한면이 있습니다. [Nu Nation Project]의 "Lean on Me" 정도의 역할을 할만한 곡인 "The Blood Song"도 그렇게까지 크게 어필하는 곡은 아니고요. 그외의 라이브 트랙들은 기존의 프랭클린의 앨범에서 기대할 만한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트라마타이즈 된 트랙들에 비해서는 그냥 무난한 정도입니다.


이 앨범이 홍보 메리트로 삼았던 게스트 싱어들도 그다지 색채를 발하진 못합니다. 일단 리차드 스몰우드, 앨빈 슬라우터, 셜리 시져, 욜란다 애덤스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 가스펠 싱어이기때문에 장르의 이탈없이 그냥 앨범의 진행에 흘러가게 되고, 제이키 벨라스퀘즈나 크리스탈 루이스가 함께 한 "The Blood Song"도 증폭되는 느낌이 그리 크지 않은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들이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 이상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다만 히든 트랙인 "Throw Yo Hands Up"은 예외입니다. 어두운 도시를 순찰하는 자경단의 분위기를 풀풀 뿜는 이 곡은 게스트 싱어인 토비맥의 앨범에서나 나올법한 분위기에 프랭클린이 가세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소 어색해 보이는 프랭클린의 노래가 나오는것 만으로도 이런 기분은 충분히 들지요. 하지만 리드미컬하게 읊어가는 래핑과 나레이션은 충분히 어깨를 들썩거리게 합니다. "911"의 T.D 제익스와 함께 게스트싱어로는 제일 튀는 면모를 보인것 같군요.



확실히 [The Rebirth of Kirk Franklin]은 음악적인 면모보다는 앨범 전반에 걸쳐있는 프랭클린 자신의 진솔한 고백이 테마로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큰 앨범입니다. 많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신앙과 고난의 시절을 고백해온 그였지만, 이를 앨범에서 전면으로 표출시킨 것은 처음인 셈이니까요. 그래서 앨범을 듣고나면 'Rebirth'라는 대제가 더욱 뚜렷해 보입니다.


표면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신앙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이렇게 음반안에서 발가벗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과연 얼마만큼 있을까요? 또 이를 음악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티스트는요? 진솔함에 대한 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용기라고 쳐도, 이를 음악과 결합시키는 것은 분명 재능에 속한 일일겁니다. 프랭클린은 이 두가지를 다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정말 부럽군요.


(2002/03)


PS1: 첫번째 "Interlude"에서 예수님의 나레이션을 맡은 사람이 흑인일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아무래도 흑인의 앨범이라는 인상 때문인가 봅니다. 감동적이긴 했지만


PS2: 토비 맥과 함께한 "Throw Yo Hands Up"은 여기저기서 '히든 트랙'이라고 써붙여 놓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광고한 것을 과연 히든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아마 플레이어에 CD를 넣자마자 이 '숨겨진 트랙'부터 먼저 찾아 들은 사람들도 꽤 있었을 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