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Reed Verteleney, Tedd T.,
Phil Sillas, Bernie Herms,
John & Dino Elefante
(2001/Pamplin)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견 여가수들이나 20대의 젊은 여가수들의 입지는 확실했습니다. 일단 80년대부터 90년대를 에이미 그란트가 이 필드를 확실하게 지속시켜 왔고, 90년대초에 신디 모건과 수잔 애쉬턴이 등장하면서 바톤을 잘 이어 받았으니까요. 크리스탈 루이스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95년에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때부터 크리스천 음악계의 초점은 젊은 여가수들에서 '어린 여가수'로 옮겨진 듯했습니다. 이 영향은 의외로 오래 지속 되었죠. 제이키 벨라스퀘즈로 이어진 이 열기는 99년 이후 또 다른 틴 스타들의 탄생으로 계속 이어졌고요. 그 중간에서 이들보다 비교적 나이가 있는 여가수들이 이상하리만큼 잘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예, 전혀 없지는 않았죠. 에린 오도넬, 니콜 노더만, 나탈리 그랜트, 미셀 툼즈 ... 새로이 데뷔한 여가수들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발군의 성과를 이룬 사람은 미셀 툼즈정도 뿐이었죠. 나머지 가수들의 데뷔앨범들은 그냥 그런 정도의 성과만을 남겼어요.
굳이 원인 분석을 하자면 그들의 스타일 자체가 어덜트 컨테퍼러리와 인스퍼레이셔널 장르의 보편성에 묻혀 특별한 임팩트를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두들 노래를 잘했죠. 하지만 '노래 잘하는 가수'는 이제 셀 수 없이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고, 같은 선상에서 나이어린 틴스타들이 주는 신선함이 20대 이상의 여성보컬들을 압도 한거죠. 이제는 사람들을 끄는 요소가 보컬이 아닌 개성이 된 겁니다. 가장 나은 성과를 보였던 미셀 툼즈도 성량이 풍부한 보컬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잘 알 수 있죠.
이런 점을 인지했는지, 이들의 이후 앨범들은 좀 나아졌습니다. 이번에 나온 에린 오도넬의 세번째 앨범은 계속 인지도를 얻는 중이고, 니콜 노더만은 두번째 앨범의 수록곡인 "Every Season"이 도브상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죠.
나탈리 그랜트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여가수였지만 그녀의 레이블인 벤슨이 재정악화로 파산하는 불운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별로 문제가 없는 듯이 잽싸게 팸플린 레이블로 옮겨갔고, 그다지 큰 소리소문 없이 자연스레 [Stronger]가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그랜트의 데뷔 앨범은 몇개의 트랙을 빼고는 제대로 못 들어봤어요. 하지만 전작이 어땠든 [Stronger]는 훨씬 다채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멀티 프로듀서체제가 이를 뒷받침 해주죠. 버니 헴스야 남편이니 당연한 지원을 해주었다고 쳐도, 플러스 원의 프로듀서였던 리드 버텔레니, 코드 오브 에틱, 마가렛 벡커,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의 프로듀서였던 테드 티, 그리고 레이블 사장인 존과 디노 엘레판테가 모두 열한곡의 앨범위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분할하여 맡고 있다는 점은 앨범에 대한 기대를 증가시켜 줍니다.
물론 아무리 프로듀서가 많더라도, 아티스트 자신이 스타일의 중심을 확고히 한다면 앨범의 색채는 일관되겠죠. 하지만 그랜트는 현명하게도 각 분야의 프로듀서들이 재단해 주는 곡들의 스타일을 흐리지 않고, 자신의 보컬을 적절하게 곡에 대입시킵니다.
이런 보컬의 대입은 아무래도 아티스트의 인상과 상이한 장르일수록 더욱 개성을 발하겠죠. 그런 이유로 이 앨범에서는 역시 테드 티가 프로듀싱한 "Anything"과 "Don't wanna Make a Move"가 톡톡 튀는 싱글들입니다. 앨범의 중간에서 리듬감을 주고, 보컬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곡들은 앨범의 확실한 들을거리 들입니다.
테드 티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조금 주춤해지면 리드 버텔리니가 프로듀싱을 맡은 곡들 -"What Other Man" 그리고 첫 싱글로 밀어지고 있는 "Keep on Shining"이 귀에 들어옵니다. 사실 무난한 정도의 곡들이라고 할 수 있죠. "Keep on Shining"은 그 무난한 인상이 너무 세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스테파니 루이스라는 걸출한 사람이 준 곡이긴 하지만, 곡에 대한 느낌만으로는 오히려 싱글로 밀어질 만한 곡이라는 체감이 잘 안 느껴질 정도에요.
확실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플러스 원과 함께한 "Whenever You Need Somebody" 입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플러스 원의 앨범에 속할만한 멜로우 발라드이지만 선이 있는 그랜트의 보컬이 첨가 되면서 신선한 분위기를 한층 더 합니다. 또, '당신이 힘들때 내가 친구가 되어줄께요'라는 내용의 가사가 여럿이서 부르는 형태의 곡에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요.
존과 디노 엘레판테 형제의 프로듀싱이 가미된 두 곡중에서는 "If the World Lost All Its Love"가 귀에 찹니다. 여성 솔로 앨범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그랜드 하모니와 거국적(?)인 메시지를 담은 전형적인 노래이지만, 그 감동도 이런 스타일의 노래가 도출해내는 전형성에 속해 있습니다. 백보컬 속에서 분명하게 들리는 존 엘레판테의 보컬도 반갑고요.
나머지 곡들도 무난합니다. 물론 무난한 곡들로 일관 된다는 것이 꼭 장점일 수는 없죠.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들의 도입도 너무 방만해지면 아니한만 못한 시도가 될 수도 있을 법한데, 그랜트는 적당한 정도에서 선을 그었습니다. 그 결과 '무난한 곡'들도 자연스레 그랜트의 노래로 앨범에서 자리 잡습니다.
[Stronger]는 멋진 앨범입니다. 프로듀서들의 이름값에 어울리게 다양한 스타일로 보강되어 있고, 그랜트의 보컬도 믿음직스러울 정도로 곡의 분위기를 잘 표출하고 있어요. 뭔가 좀 더 다른 것을 기대해 볼만도 되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했다고 봐요.
(2001/11)